-이선균, 실존인물 故엄창록 모티브한 '선거판의 귀재' 서창대 역
-설경구와 데뷔 후 첫 호흡..."뭐든 다 받아주는 큰형"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중저음 보이스로 로맨스 장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선균. 하지만 보이스는 거들 뿐이다. 어떤 캐릭터든 '이선균화'를 시키는 믿고 보는 배우다. 짜증 연기의 대표 아이콘이지만 이선균은 이를 끊임없이 변주한다. 같은 대사, 캐릭터도 이선균이 하면 '독보적인 매력'이 묻어난다.
'믿고 보는 배우' 이선균이 설 연휴를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로 스크린을 찾았다. 오는 3월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 소재를 다룬 영화를 내놓지만 이선균은 "우리 영화는 정치색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영화 '킹메이커' 서창대 役 이선균/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킹메이커'는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故김대중과 그를 도왔던 '마타도어의 귀재', '선거판의 여우'로 불린 故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선균은이 분한 서창대의 실존 모티브 인물은 엄창록이다. 서창대는 당을 불문하고 러브콜을 받는 선거판의 귀재다. 번번이 낙선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에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서창대를 20대부터 60대까지 연기하는게 걱정되고 부담이 됐다. 캐릭터는 너무 크고 좋은 역할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서 고민이 되기도 했다. 선거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는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치보다 인물에 대한 신념과 갈등을 중심으로 봤다. 설경구 선배님과 '불한당' 변성현 감독, 제작진과 함께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설경구에 따르면 이선균은 출연을 확정짓고 변성현 감독과 3일동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열정을 드러냈다. 이선균은 "서창대가 그림자일 수 밖에 없는 당위성에 중점을 뒀다"고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이 양반이 진짜 똑똑하고 전략도 좋은 인물이지만 태생의 한계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초반에 굉장히 휘젓고 다닌다. 그런 기지를 가지고 있지만 당원한테도 감춰야한다는 부분을 원했다. 감독님은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포인트를 주셨다. 왜 나서지 못하는가에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이 양반은 앞에 나서지 않고 그림자 뒤에 숨어야 하고 숨겨야하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림자의 당위성을 그리기 위해 이선균이 택한 것은 '이북 사투리'다. 실제 故엄창록은 이북 출신이다. 이선균은 서창대의 사투리 사용을 조금 더 늘려 불쑥불쑥 사투리가 튀어나오게끔 했다. "치밀한 선거 전략가를 표현하기에는 대본에 상황적으로 많이 나와있었다. 계략이나 술수를 표현하는 인물이다. 계략가 같은 이미지는 대본에 충실했다. 저는 사투리 설정을 조금 더 추가했다. 원래는 많지 않았는데 부분부분 이북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래야지 제한의 당위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분부분 나오는 말이라 큰 부담없이 했다. "
▲영화 '킹메이커' 서창대 役 이선균/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20대부터 60대까지 표현을 위해서는 포인트 지점을 미리 정했다. "첫번째는 김운범과 첫 만남, 두번째는 목포 사무실에서 와서 같은 당 동지들을 제 편으로 만들고 선동하는 씬을 만들어야 했다. 짧은 대사 와중에 선동해야하는 것을 보여주니 부담이 됐다. 대사의 길이보다 어떤 동선이나 대사 톤 조절로 밀당의 느낌을 살리고자 동선 리허설을 많이 했었다. 그 이후부터는 그림자 뒤에 감춰져야 한다. 저의 연민같은 것을 촬영팀 조명팀의 힘으로 잘 표현된 것 같다."
김운범으로 분한 설경구와는 데뷔 이후 첫 호흡을 맞췄다. 영화계에서 '비공식 캐스팅 디렉터'로 불리는 설경구는 변 감독에게 이선균을 추천했다. 이선균이 합류하기로 하며 '불한당'을 이은 색다른 브로맨스 탄생을 알렸다. "'불한당' 때도 두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고 섬세했다. 그게 '불한당'의 가장 큰 힘이었는데 딱 이거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가 특징이었다. '불한당'과 비교해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김운범과 서창대로 브로맨스를 펼치지만 결말은 실제 역사처럼 아름답지 못했다. 특히 극 중 김운범의 연설 씬에서 서창대는 다른 참모진과는 달리 연설을 듣는 시민들 사이에 둘러싸였다. 그림자일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이 담긴 장면이다. 이선균은 "서창대는 인정받고 싶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창대가 김운범에 '당신이 빛나는 게 저의 꿈'이라고 하지만 모든 인간은 보상심리가 있다. 이런 미묘한 현실과의 갈등들이 애증을 섞여 있게 만든 것 같다."
함께한 설경구는 "뭘 해도 다 받아주는 큰형"이었다. "형의 연기는 항상 놀랍다. 20년 넘게 대학로 공연할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는 놀랍다. 배울점은 지금도 자기 관리를 잘하신다. 촬영 나오기 전에 한 시간 넘게 줄넘기 하기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모든 스태프들 다 챙긴다. 그런 모습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영화 '킹메이커' 서창대 役 이선균/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저 빼고 거의 다 배우분들도 '불한당' 함께 했던 배우들이 많아서 친밀했다. 그만큼 호흡도 잘 맞았다. 팀워크고 너무 좋았다. 티키타카 브로맨스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선배님과 호흡을 잘 맞춰 진심을 담아 연기하면 울림이나 그런 부분이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한당'을 재밌게 본 만큼 변 감독과 호흡하며 기대한 점도 있다. '킹메이커'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로 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면모가 담김과 동시 '스타일리시한 정치극'을 탄생시켰다. 이선균은 "모든 장면이 훌륭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불한당'은 기존에 보여줬던 한국형 범죄영화와 색감이나 스타일이 비슷하면서도 유니크하고 독특했다.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관계, 미묘한 감정, 섬세함이 좋았다. 꼭 한번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제안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제가 안기부에 끌려 갔다온 다음에 처음으로 김운범과 갈등하는 장면을 잘 하고 싶었는데 촬영 할 때도 몰입도 좋았다. 완성된 작품도 만족한다. 감독님은 추구하는게 명확하다. 카메라 동선도 쓸데 없는 것은 안 찍고 원하는 것만 찍는다. 대화를 많이 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집이 있는게 아니라 의견을 묻고 결정이 빨랐다. 그에 비해 영화가 퀄리티 있게 잘 나온 것 같다."
▲영화 '킹메이커' 서창대 役 이선균/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 |
그러면서 이선균은 "작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감독을 가장 닮아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패션도 그렇고 스타일리시하다. 톡톡 튀고 유니크한 부분이 있다. 그만의 색이 풍겨나오기 때문에 영화가 그렇게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이선균의 전작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국내 최초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위상을 떨쳤다. 큰 성공 후의 행보는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을 터. 이선균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고 행복이다. 저도 '기생충' 끈을 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작품에 참여하고 칭찬 많이 받아서 좋은 기운을 받은 영향은 크다. '기생충'이 '오징어게임'이나 다른 OTT 작품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의 시작인 것 같다. 특히 한국영화 100년째 되는 해에 또 다른 시작점이 되서 K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이선균은 최근 애플TV플러스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으로 OTT 진출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활동 원동력은 '일'이란다. "연기하고 작품하는게 내 일이다. 요즘 충분히 잘 쉬고 있다.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나는 영화만 하는 배우가 아니다. 장르와 매체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 기회가 된다면 참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