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이태신 심정으로 한기 느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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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손익분기점 좀 넘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뛰어 넘고, 데뷔 30년차에 정우성 주연의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 수 10,308,139명을 기록하며 한파 속에도 박스 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역 배우 정우성/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데뷔 30년차인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가 '서울의 봄'이 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 중 정우성을 충무로에 데뷔시킨 김성수 감독과의 다섯번째 작품이라는 점이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김성수 감독에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감독님이 처음 저에게 캐스팅 제안 후 참고하라고 주신 자료가 제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할 때 방송매체 인터뷰 영상이었다. 뭘 바라시는 것인가 싶었다. 아마도 그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원하신 것 같다. 타인에 대해 전할 때 조심스러운 모습. 이태신이 이 (12.12)사태를 대하는 자세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이태신은 물이라고. 반대편이 공심을 벗어던지고 사심으로 폭주하고 있을 때 이태신은 공심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접근했다."

이태신은 쿠테타를 일으키는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황정민)의 무리들에게 맞서면도서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다. 극 중 이태신 장군은 전화로 경기, 수도권 근교에 있는 부대와 장군들을 설득해야 했다. 영화의 런닝타임 중 꽤 많은 시간이 서로 전화로만 소통함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지속된다. 정우성은 "전화로 앵벌이만 했다"고 표현했다.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역 배우 정우성 포스터/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감독님이 처음에는 불과 불의 대립을 생각하셨다가 나중에는 불과 물의 싸움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저는 물이 되기 위해서는 상황을 전달하거나 대할 때에 좀 더 차분해지려고 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했다. 어떤 연기를 할 때 의심을 갖지 않고, 하지만 이 캐릭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불확실하다. 이태신이 그런 불확실한 캐릭터였다. '잘'이라는 기준점이 있어야 하는데 사태가 맨날 궁지에 몰린다. 계속 전화로 앵벌이 하면서 '지켜야 한다', '와주셔야 한다'고 하지 않나. 이태신은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는 의지는 있지만 부정하려고는 안 한다. 그래서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벌어진 사태에 대해 인정하고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를 결정하는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 "

이태신은 감정을 터뜨리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맨몸으로 행주대교 위에서 밀려 들어오는 탱크 부대 앞에 홀로 선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서울로 들어오는 탱크 부대 앞에 선 이태신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태신은 간절하다. 무섭다는 마음보다는 간절함으로 연기했다. 촬영할 때는 장비들을 한꺼번에 세우고, 돌리는 일이 엄청 시간이 걸린다. 스태프들의 노고가 빛나는 씬이다. 그런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이태신의 심정이다. 그날 날씨도 쌀쌀했는데 그보다 더한 한기를 느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한기를 느꼈던 것은 이태신의 심정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서울의 봄'에서 수 십개의 바리케이트를 두고 전두광의 반란군과 광화문 한복찬에서 대치하는 이태신의 모습은 '이태신'이라는 인물 자체를 상징하는 씬이다. 정우성은 "이태신이 이 직무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으면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형상화한 것 같다"고 했다. "이태신은 군복을 입은 자신의 직무에 있어서 앞에 몇 개의 바리게이트가 있던지 이 직무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장면의 뒷 부분은 상황에 대한 패배, 상실 이런 것 때문에 감정적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옆에서 끊임없이 얘기하셨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사태를 끝까지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하는 이태신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그냥 너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한 마디를 이태신의 감정으로 할 수 있게 만든 씬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역 배우 정우성 스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엔딩에서까지도 이태신은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벽을 통해서 들리는 육군참모총장(이성민)의 소리를 듣고 말하는 것이다. 그 장면은 감독님이 그만큼 이태신은 끝까지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시려는 것 같다. 혼자 패배감에 상실감에 울분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총장님 소리를 듣고 죄송하다고 한다고 생각했다."

이태신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자,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은 황정민이 호흡했다. 황정민과는 '아수라' 이후 두번째 만남이지만, 작품 특성상 대면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복도에서 첫 대면하는 장면은 대립하는 강렬한 기운으로 인상깊다. "정민 형과 리허설 할 때 본 연기를 안하고 상대의 기운을 느꼈다. 연기 끝나는데 형이 이태신을 봤다는 확신을 얻었다. 진짜 징글징글 하더라. 정말 타 죽을 뻔 했다. 부딪히는 씬이 없어서 오히려 더 관찰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배우가 의상을 입는 순간 의상에서 얻어지는 기운이 있다. 형은 분장의 기운까지도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정민 형은 정말 놀라웠다. 이태신으로서 저렇게 폭주하는 사람한테는 감정적이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었다."

정우성은 '비트'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다섯 번째 만난 김성수 감독에 대해 "더 치열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서울의 봄;은 한남동에 살았던 김성수 감독이 고3 때 들었던 총성에 대한 궁금증이 시발점이 됐다. 감독은 43년만에 자신이 품었던 의문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팩션영화로 풀어냈다. "'서울의 봄'이라 더욱 치열하셨던 것 같다. 배우 개개인으로도 리딩을 많이 하셨다. 저는 감독님의 노화(?)를 봤다. 감독님은 늘 공부하신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동료로 본다. 굉장히 궁금해하시고 배우려고 한다. 그런 감독님이셨기 때문에 20대의 저라는 배우도 동료로 대해주셨다. 저에게는 스승이기도 하고, 형이기도 하고, 동료이기도 하다. 저를 성장시켜주셔서 감사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너무 화가 난 적도 있다(웃음). 제가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셔야는데 계속해서 말씀을 하셔서 제가 대꾸를 안한 저도 있다. 그럼에도 감독님께 많이 기댔다."


▲영화 '서울의 봄' 이태신 역 배우 정우성/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또 정우성은 "'서울의 봄' 그 많은 캐릭터들이 다 돋보인 것은 김성수 감독이라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세계관의 누군가가 톤앤 매너가 맞지 않는다면 이렇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독님의 집요함과 성실함은 최고다. 지치지를 않으신다. 매 작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신다. 본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 총량을 다 쏟아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지치지 않는지 신기하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감독님을 응원한다"고 했다.

'서울의 봄'은 전두광은 물론 정우성, 이성민 등 특별출연 정만식, 정해인까지도 그야말로 찰떡 캐스팅이라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정우성의 이태신를 극찬했다. 그 결과 파주지세 흥행을 이어온 '서울의 봄'은 영하 10도라는 한파와 신작 공세에도 개봉 후 3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두번째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이태신을 완성시키기까지 불안함이 있었다. "이태신과 전두광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모습이다. 본분을 지키면서 고군분투하는 이태신을 일맥의 감정으로 바라봐주셔서 응원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이태신은 계속해서 답답하고 궁지에 몰리지만, 심정을 표출하지 않고 안으로 집어 넣어서 감정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런 상황은 스스로에게 잘 전달했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으며 불안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연기적인 칭찬은 부담된다. 빨리 떨쳐내야하는 과제다. 제가 '비트' 때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과 똑같다. 저는 이태신이 아니다. 이태신으로서 관객들에게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 각안되는 캐릭터가 크면 클수록 그걸 뛰어넘기 어려운 것 같다. 앞으로 제가 더 노력해야하고, 숙제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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