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선호, 병아리 연습생에서 '슈룹' 금쪽이로 '진짜 배우'가 되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3 04: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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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유선호가 이제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서 101 시즌2'에서 댄스 기본기 동작밖에 못하던 그는 '슈룹'으로 배우로서 대표작을 경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혼자 준비한 유선호에게 '슈룹'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안긴 작품으로 남았다.


종영 후에도 여전히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양산 중인 드라마 '슈룹'은 기존의 전형적인 사극 속 중전과 달리,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 화령(김혜수)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렸다.
 

▲드라마 '슈룹' 계성대군 役 유선호/큐브엔터테인먼트

유선호는 '슈룹'에서 성정체성의 비밀을 간직한 화령의 4남 계성대군으로 분했다. 계성대군은 겉으로 보기엔 예술가 기질이 다분해 서예과 그림, 가야금에 능하다. 공부도 마음 먹으면 곧잘하지만 크게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아들이지마 화령에게 딸같이 살가운 아들이다.

유선호는 처음 '슈룹' 오디션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계성대군에 끌렸다. 비밀을 간직한 계성대군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처음에는 계성대군의 캐릭터성이 짙은지도, 비밀이 있는지도 몰랐다. 발췌된 대본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섬세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령에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였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야기로 접근했다."

'슈룹'은 기존의 사극과는 색다른 방식으로 중전을 그려냈다. 이는 고증에 충실한 사극을 기대한 시청자들에는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유선호는 "사극에서 중전이 뛰어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근데 '슈룹'은 중전의 품위가 아니라 중전이기 전에 화령은 다섯 아들들의 엄마다. 엄마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슈룹=우산의 의미 아닌가. 저는 문든문득 제 생각을 메모하는 편이다. 화령을 생각하면서 '위대하다'고 적어놨었다. 엄마의 사랑의 힘이 대본, 글만 봐도 보였다. 그 사랑을 받는 입장이라 생각하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드라마 '슈룹' 계성대군 役 유선호/tvN

계성대군은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슈룹' 다섯 아들들 중 첫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유선호는 계성대군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영화 '대니쉬걸'도 보고 관련 다큐, 논문도 참고했다. "계성대군 에피소드는 슈룹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을 한다. 첫 촬영이 어마마마가 폐전각으로 가는 저를 좇아 오는 장면이었다. 저의 뒷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저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어마마마의 모습이 엔딩이었다. 대본에서는 짧게 나왔지만 저도 방송에서는 임팩트 있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유선호는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외형적인 모습도 신경썼다. "처음 테스트 촬영 때도 여장을 했다. 그때는 몸이 커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근손실 나는 운동도 했다. 단백질도 안 먹고 4kg을 감량했다. 안 하던 피부관리도 했고, 감독님께서 손이 예뻐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손도 신경을 썼다. 손톱도 처음 길러보고 봉숭아물도 들여봤다. 계성대군은 궁 담벼락 쓰는 모습도 나오면서 유독 손 클로즈업이 많았다."

대선배 김혜수와의 첫 촬영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계성대군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슬프다. 깊은 감정 씬에서는 김혜수 선배님께서 조언보다는 저의 생각을 먼저 존중해주셨다. 중요한 감정을 나눌 때는 오히려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아도 선배님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로 인해 더 큰 감정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소름돋는다."

▲드라마 '슈룹' 계성대군 役 유선호/큐브엔터테인먼트
 

유선호는 화령이 계성대군에 비녀를 주는 씬을 떠올렸다. "어마마마가 비녀를 주는 씬은 대사가 아니라 감정으로 표현해야했다. 혼자 준비하니까 답답하고 막힐 때가 많았다.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그냥 믿고 가자 했는데 그 씬에서 처음으로 내가 준비했던 것 이상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선배님께서 굉장히 큰 호흡을 주셨고 받아서 했는데 얼떨떨했다. 감독님도 눈물이 고였었다. 그 씬 끝나고 김혜수 선배님께서 저한테 '너가 방금 했던 게 진짜 연기'라고 하시더라. 처음 접하는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16회에서 궁을 떠난다고 말하는 씬을 찍는데 걱정시켜드리지 않고 싶어서 담담하게 하려고 했다. 근데 선배님께서 제 생각보다 오열을 하셨다. 그 마음이 확 전달되서 저도 눈물콧물 다 흘리고 그랬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오직 둘만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선배님께서 '계성이도 계성인데 선호 너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너무 슬프다. 첫 촬영부터 모든 게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거짓 없이 진실되게 연기하는 게 좋았다. 너의 성장과정을 1년 동안 지켜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고 행복하다' 뿌듯하다'고 하셨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너무 슬펐다. 16회 제 씬이 끝나자마자 연락을 주셨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해주셨다(미소)."

중전 화령은 아들의 비밀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김혜수가 유선호의 해석을 존중해 준 것처럼 아들에게 '여성 초상화'를 선물하고 그 마음을 헤아린다. 그리고 엔딩에서 계성대군은 마침내 궁 밖으로 나가 세상을 경험하고자 한다. "계성이는 궁에서 항상 숨겨왔던, 자신을 보호하면서 살았어야 한다. 궁을 나오고 자기답게 행복하게 살 것 같다.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계성이도 어마마마처럼 누군가를 품어주고 누군가의 슈룹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엄마의 우산 밑에 있던 아이가 그렇게 성장했으면 했다."

계성대군에 큰 애정을 쏟은 유선호는 실제 마지막 촬영을 대군들과 했다. "준비과정까지 1년을 작업했다.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도 고생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돈독해졌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1년동안 찍은 것도 그렇고 아련하고 애틋하다. 생각만 하면 눈물날 것 같고 그렇다. 실제 계성대군이 궁을 떠나는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다. 진짜 가족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슈룹' 계성대군 役 유선호/큐브엔터테인먼트
 

실제 부모님 역시 유선호에 슈룹같은 존재다. "저는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부모님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고민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준다. 화목한 집안이다. 아빠는 지지를 해주신다. 하고 싶으면 해라라고 하신다. 대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책임을 질 준비가 됐으면 하라고 한다. 엄마는 지금도 걱정이 많으시다. 네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겠냐고 하셨지만 드라마 보시고는 좋아하셨다. 주변에서 연락도 많이 받는다고 하시고. 일단 잘 해냈고 결과도 좋으니까 같이 기뻐해주신다."

지난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유선호는 가수보다는 배우쪽에 치중하며 활동해왔다. 어느 덧 데뷔 6년차가 됐다. "제가 중학교 때 밴드부오 청소년 예술제에 나갔다가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비투비 팬이었어서 비투비를 보러가자는 마음으로 갔었다. 그때는 가수의 꿈도, 배우의 꿈도 없었다. 근데 1차 오디션에 붙었다. 2차 때는 나름 엑소의 '으르렁'을 준비해갔다. 근데 음악이 나오는 순간 다 까먹어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박수만 쳤다. 가능성을 봤다면서 합격시켜주셨다."

'프로듀서 101 시즌2'에서 병아리 연습생으로 등장, 댄스의 기본기밖에 몰랐지만 노래 실력도 늘면서 보컬이라는 포지션도 생겼다. 대중이 유선호의 성장을 함께했다. 이후 웹드라마 '악동탐정스'를 통해 배우로 데뷔, '복수가 돌아왔다'로 지상파에 진출했고, '거북이 채널'로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을 처음으로 소화해냈다. '언더커버'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받고 '슈룹'으로 대표작을 경신했다.
 

▲드라마 '슈룹' 계성대군 役 유선호/큐브엔터테인먼트
 

"저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스타일이다. 뒤를 잘 안 돌아봤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무작정 달려오기만 했는데 김혜수 선배님께서 항상 장점을 더 많이 이야기해 주셨다. 저도 그때서야 6년만에 처음으로 되돌아본 것 같다. 연기를 대하는 깊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처음 시작은 가볍게 했다. 어떤 계기 이후로 진중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분석을 어떻게 하면 잘할까를 매일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껴진다."

특히 '거북이 채널'은 장애이해교육 드라마로, 유선호는 경증 지적장애로 지능이 또래 친구들보다 낮아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상두를 연기했다. '언더커버'에서는 자페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한승구를 열연했다. '슈룹'에서는 성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운 인물 계성대군까지, 신인배우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이어 소화하며 호평 받았다.

"사실 '거북이 채널'의 제의를 받았을 때는 새로운 도전이겠다 생각했다. 그때 연기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짜릿함도 있었지만 내면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언더커버'도 고민했지만, 승구를 연기함으로써 앞으로 연기 인생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저는 제가 재밌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스스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다. 캐릭터성이 짙은 캐릭터들이 아니라도 도전하는데 의미가 있고 재밌으면 저는 계속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유선호는 "'슈룹'은 저에게 굉장히 큰 위로가 됐다. 정말로 큰 에너지가 되고 원동력이 됐다. 현장에서 8개월동안 느낌 힘은 대단했다. 저의 스물 한살은 온전히 '슈룹'이었다. 함께 고생해주신 선배 배우님들, 감독님, 스태프분들 모두 감사드린다. 계성대군을 함께 이해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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