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욱, '우승이다!' (방콕=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승전 연장 후반. 정태욱이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020.1.27 uwg806@yna.co.kr |
한국에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컵을 안긴 건 수비의 핵심 정태욱(대구FC)이었다.
정태욱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0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헤딩 결승 골을 넣어 한국을 1-0 승리로 이끌었다.
그간 빛났던 김학범호의 공격수들은 전반전 몇 차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는 등 이날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은 연장전 들어서도 득점에 다가서지 못했다. 승부차기가 예상될 때쯤 정태욱이 일을 냈다.
이동경(울산)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프리킥을 올려주자 정태욱이 문전에서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정태욱의 큰 키(195㎝)를 활용한 세트피스 플레이는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도 한 차례 빛난 바 있다.
김진규의 프리킥에 이은 김대원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정태욱이 머리로 떨궜고, 조규성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소속팀 대구에서도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는 등 득점에 익숙한 정태욱이지만, 강점은 역시 안정된 수비다.
정태욱은 상대를 몸으로 제압하는 터프한 수비를 즐기지만, 위치선정 능력이 좋은 지능적인 수비수이기도 하다. 좀처럼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투루 내주는 법이 없다.
이런 강점을 잘 아는 김학범 감독은 자신의 팀에 그를 두 번이나 불러들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지휘했던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당시 멤버 3명을 다시 선발했다. 그중 하나가 정태욱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미 병역 특례혜택을 받았기에 올림픽 메달을 향한 동기가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중앙수비 한 자리를 정태욱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태욱은 대회 내내 안정된 수비로 제 몫을 다하더니 우승컵을 안기는 결승 골까지 책임져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으로 향하는 예선이면서, 본선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선수들 경쟁의 장이기도 했다.
올림픽 엔트리는 18명에 불과하고, 이 중 3명은 와일드카드다. 이미 병역 특례혜택을 받은 정태욱이 도쿄행을 이룰지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안정된 수비와 우승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정태욱을 두고 김 감독이 행복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정태욱은 "오늘은 더 간절했고 동경이가 너무 좋은 크로스를 올려줬다"면서 "골을 갈망해왔고,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득점할 수 있었다"고 골 장면을 돌이켰다.
이어 "너무도 힘들고,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골을 넣어서 울컥했다"고 결승 골을 넣은 소감을 밝혔다.
정태욱은 올림픽 엔트리 경쟁에 대해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말로 도쿄행 욕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