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소외된 이들과 가족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하는 일본이 낳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과 첫 호흡을 맞췄다.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시 한번 차가운 현실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생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소영(이지은), 수진(배두나), 이형사(이주영)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브로커' 팀은 지난 5월 26일(프랑스 현지시각) 첫 월드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폐막식에 이어 한국 개봉, 홍보 일정을 소화 중이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개봉 전 종로구 삼천동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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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CJ ENM |
'브로커'는 개봉날 15만 관객을 동원, 일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전 제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이어 주연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감독은 "송강호 배우와 처음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런 시간이 즐거웠다. 송강호 배우님이 상을 받을 때는 진심으로 기뻤다"고 했다.
"송강호 배우님이 상 받을 때 진심으로 기뻤던 것은 저 뿐만이 아니다. 함께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 함께 했지만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사람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실 감독의 경우는 내가 칭찬을 받으면 빈말이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된다. 근데 출연 배우가 칭찬 받을 때는 무조건 적으로 기쁘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는 송강호 배우님의 남우주연상은 가장 최고의 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칸 영화제 폐막식 당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 뒷 이야기도 전했다.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을 하던 당시, 카메라에 객석에 있던 고레에다 감독이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감독은 "죄송하다. 속일 생각은 없었다"며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박찬욱 감독이 수상소감 할 때는 통역을 들었다. 일단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오랜만에 영화인들이 함께 하면서 통상적인 영화제가 개최되서 다 같이 이뻐할 수 있었고 소감 내용도 감동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근데 그때 눈물을 닦은 것은 아니었다. 회장은 더웠고,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아이스 타올(일본 편의점에서 흔히 파는 것)로 닦고 있었는데 그 소감 타이밍과 맞아떨어져서 그렇게 됐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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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메인 포스터/CJ ENM |
고레에다 감독이 '브로커'를 만들게 된 배경은 '베이비 박스'에 대한 리서치로 시작됐다. 가족과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다뤄온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부성애에 이어 모성애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린 것이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는 베이비박스 소재를 다루는만큼 주변 취재를 많이 했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여러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해나나갔다. 관객들이 위화감이 없게, 평소 이상으로 공을 들여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송강호의 얼굴도 '브로커' 시작점이다. 앞서 간담회 당시 고레에다 감독은 "선악이 혼재돼 있는 송강호씨의 한 씬이 떠올랐다. 베이비 박스에서 아이를 보고 자상하게 웃어주고는 바로 팔아버리는 모습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고 한 바.
"작품 이전에 영화제 등에서 몇번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식사도 했다. 그때 주변을 즐겁게 해주는 밝은 분이라는 인상이었다. 현장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연기할 때는 테이크를 거듭할수록 매 테이크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신선함이 유지됐다. 어떤 테이크를 계속 가더라도 새로 대사를 듣는 것처럼 상대방의 대사를 듣더라. 그런 배우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보육원에서 뛰쳐나온 해진(임승수)이 브로커 팀의 차에서 뛰쳐나와 "쌀뻔 했어"라고 외치고 상현과 동수가 돌아가라고 설득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완성된 영화에 사용한 씬은 '어디까지 들었어?' '전부 다?' 하면서 상현과 동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근데 이건 여러 버전이 있다. 모든 테이크에서 송강호 배우의 리액션이 다 달랐다. 어떤 테이크에서는 해진의 공을 던져버리기도 했고, 다양한 버전으로 보여주셨다. 문득 든 생각인데, 송강호 배우의 테이크 나열하면서 DVD에 넣으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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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CJ ENM |
강동원 역시 '브로커' 이전부터 연을 맺었다. 강동원은 '브로커' 프리 프로덕션에 참여하며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브로커' 촬영장에서는 아역 배우 임승수와 놀아주는 전담이었다. "아역 배우들이 현장을 재밌게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누구든지 조감독 중 한 명이 아이와 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전담하는 누군가가 보살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강동원 배우가 해줬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놀아준다던지, 정말 잘 놀아줬다. 사실 말을 잘 안 듣는 아이여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는 촬영을 잘 마치면 레고를 사주겠다면서 격려하기도 했다. 실제 마지막 촬영 끝났을 때는 강동원 배우가 레고를 들고 촬영장에 와주셨다. 또 지난 2월 후시 작업 때 승수 군을 만났을 때는 누가 가장 보고 싶으냐 물으니 강동원 배우라더라."
미혼모 소영으로 분한 이지은(아이유)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팬이 됐다며 "홀딱 반했다"고 했다.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 배우의 연기에 홀딱 반했다. 그게 캐스팅 이유의 전부이다. 드라마 보고 난 뒤에는 앨범도 구입하고 공연 실활 라이브 콘서트 DVD도 봤다. 아이유가 가수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노래도 있더라. 노래가 기가 막혔다.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의 첫 만남도 회상했다. "처음에는 화상으로 만났다. 제가 서울로 온 다음에 본격 준비할 때, 메인 배우들이 모여서 리딩을 한번 했다. 그때 이지은 씨 목소리를 듣고 표현력이 풍부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세상 느꼈다. 그 목소리 듣고 '태어나줘서 고마워' 대사는 원래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부각 시키고 싶은 장면을 추가하고 수정하기도 했다. 목소리 듣고 살려야겠다 마음으로 수정한 만큼, 매력적이었다."
'브로커'는 내로라하는 한국 배우들이 조연, 단역으로 출연해 반가움을 안기기도 한다. 박해준과 송새벽은 이지은과 함께 '나의 아저씨'에 출연하기도 했다. 캐스팅 비화를 묻자 감독은 "캐스팅 알람표를 만들고 논의해서 캐스팅했다"고 했다. "박해준과 송새벽은 제가 추천한 배우들이다. '나의 아저씨'만 본 게 아니라 한국의 여러 작품을 많이 봤다. 여러 작품을 통해서 배우들 캐스팅 요청을 했다. '벌새' 같은 독립영화를 보고 김새벽 배우 같은 인상적인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송새벽 배우는 '도희야'에 배두나 배우와 출연했다. 현장에 제가 격려 차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연기가 인상에 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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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CJ ENM |
'브로커'는 축복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 그리고 버려진 아이에 진정한 행복을 안겨주겠다는 명분을 가졌지만 '인신매매'라는 범죄 소재가 논란을 야기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앞서 '어느 가족' 때도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비판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감독은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그렇지만 흑백이 또렷이 나눠지는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다. 그레이 톤의 그라데이션으로 이 세계를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브로커 차 안의 인물을 보면 은은한 흰색을 띤다. 반면, 범인을 체포해야겠다는 형사 수진은 '브로커'라는 인식으로 나쁜 악의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양쪽의 색이 뒤섞이면서 마지막 반전을 이루고 함께 아이를 둘러싸는 형태를 만든다. 누가 회색이라거나 흑이라고 묘사가 되지 않아서 논란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무거운 소재이기 때문에 감독은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더했다. 보육원을 뛰쳐나와 브로커 일행의 차에 몰래 탄 해진은 차 안에 웃음을 선사하고,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웃음을 담당한다. 감독은 "저도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이 있길 바랐다"고 했다. "심각한 소재를 가졌는데 아이를 버린 엄마가 그것을 활용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심각한 여정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형사 수진이 느낀 것처럼 똑같은 인상을 가지고 영화를 시작한다. 근데 차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시시한 이야기를 나눈다. 웃기는 상황도 있다. 배두나 배우는 그걸 살려내는 것을 잘하는 배우다. 이번에는 늘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의식적으로 작업을 했다."
고레에다 감독 차기작은 넷플릭스와 함께한다. 본격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일본에서 하는 것이다. 국가를 바꿔가며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의도적으로 일본을 나가서 외국에서 작업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우연일 뿐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외국에 있을 뿐이다. 영어권에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몇 분 계신다. 한국에도 몇 분 계신다. 그분들과 함께 하게 된다면 또 해외 작업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독과 배우 영화 속 언어가 다른 만큼, 영화의 국적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을 때도 프랑스 영화를 찍는다는 의식을 하지 않았다. '브로커'도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 작업했다. 평소 했던 작업과 똑같았다. 나는 국적과 함께 영화가 논의 되는 부분은 잘 와 닿지 않는다. 칸 영화제를 가도 올림픽이 아니라서 깃발을 흔들고 입장하지 않는다. 그게 영화의 재밌는 부분같다. 문화로 인해 국경을 뛰어넘는 것이 영화가 갖는 가능성인 것 같다. 어느 나라 영화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도 재밌는 것 같다. 교류가 깊어질수록 그런 가능성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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