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훈정 감독 "'귀공자' 김선호=초인 같은 구원의 존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5 06: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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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박훈정 감독은 대한민국 액션 영화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신세계'로 한국 누아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마녀' 시리즈로 새로운 캐릭터, 독창적인 액션, 탄탄한 세계관으로 수많은 팬덤을 양산, 흥행 시켰다.


매 작품 개성 강한 캐릭터와 강렬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그가 "박훈정 감독의 작품 집약체"로 불리는 '귀공자'로 또 한번 액션 계보를 잇고 있다.
 

▲영화 '귀공자' 박훈정 감독 스틸/NEW
 

박훈정 감독의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로 지난 18일부터 IPTV 및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박훈정 감독은 전작 '마녀' 시리즈에 이어 또 하나의 캐릭터 무비를 탄생시켰다. 하루아침에 모두의 타겟이 된 복싱 선수 마르코. 그의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 또 마르코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재벌2세 의뢰인 한이사(김강우)와 마르코와 이상하게 인연이 계속되는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고아라)까지. '귀공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중무장한 캐릭터 무비다. 여기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 스토리와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추격전,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짜릿한 쾌감과 동시에 손에 땀을 쥐는 서스펜스를 선사하고 있다.

'마녀' 시리즈에 이어 모든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 재주를 십분 발휘한 감독은 "캐릭터에 변주 주는 것들을 좋아한다. '귀공자' 속 캐릭터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전형적인 틀 안에서 장르물이니까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안에서 변주할 수 있는게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 '귀공자' 박훈정 감독, 강태주 스틸/NEW
 

'귀공자'에서 관객들의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캐릭터는 마르코다. 코피노인 그는 어머니 수술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필리핀 불법 복싱장에서 경기를 뛴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존재로부터 부름을 받은 후 인생이 한 순간 달라진다. 그리고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영화의 소재는 무겁다. 오래 전부터 이런 사회 문제, 다큐 같은 것들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 해야겠다 생각했다. 일방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이들의 삶이 있고 생활이 있다. 근데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쪽도 있다. 본인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쪽을 뒤통수 치고자 했다."

마르코로 분한 강태주는 '마녀' 시리즈 김다미, 신시아에 이어 박훈정 감독이 발굴해낸 또 하나의 괴물신예다. '귀공자' 후반부 화면에 가득 채우며 등장하는 강태주의 얼굴과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한데 뒤섞여 오랫동안 잔상을 남긴다. "강태주는 마르코 연기를 하기에는 눈이 좀 깊다. 눈이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면 슬프다. 아직 어린 친구인데 사연 있어 보인다. 그런 점이 좋았다. 어느 정도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올라온 친구들은 기본은 한다. 오히려 강태주가 가진 유약함이 마르코의 상황이나 생활이나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좀더 맞지 않았나 싶다."

마르코에게 두려움을 안기는 인물은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하며 그를 쫓는 귀공자다. 포마드 헤어 스타일에 멀끔한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김선호는 마르코의 뒤를 쫓아 다니며 위협한다. 이에 김선호에는 '깔친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영화 '귀공자' 박훈정 감독, 김선호 스틸/NEW


"제가 역사를 좋아한다. 인류의 역사도 폭력의 역사다. 모든 갈등의 해결 방법이 폭력이다. 원초적인 모습 중에 하나가 폭력이다. 마초같은 모습이기도 하지만, 슈트입은 우아한 살인마들. 이들이 폭력으로 이루려고 하는 모순적인 모습들,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게 작품 속에서 투영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뒤에서 뭔가 꾸미지 않나. 말로써 폭력을 행사하고 누군가에 지시를 한다. 인간 갈등의 결론은 힘의 논리로 끝난다. 갈등의 끝에는 폭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귀공자'에도 액션 씬이 빠질 수 없다. 다소 잔혹한 수위에 결국 양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한 결과다. 박훈정 감독이 영화에 담아내는 액션 씬은 화려하고 멋있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폭력' 자체를 담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수위가 높다고 느끼는 이유다. "사실 저는 폭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 영화의 액션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액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액션 씬이 펼쳐지는 장면은 대게 극한에 몰려있거나 방법이 없을 때다. 액션의 합보다는 항상 폭력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물론 제가 그런 생각으로 액션 합을 짜면 무술감독들이 한번씩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귀공자'는 '마녀'처럼 판타지 무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공자 캐릭터가 초인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프로'라고 하는 귀공자가 마르코를 쫓는 모습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박훈정 감독이 또?'라는 의심이 들게 해 흥미롭다. 감독은 "귀공자는 초능력은 없지만, 초인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귀공자는 실제 초능력은 없지만 초월적인 존재처럼 나온다. 종교적으로는 메시아인가 구원인가 생각도 든다. 귀공자가 마르코에 친구라고 한다. 촬영하면서 스태프들이 '귀공자 같은 친구 있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런 존재다. 수호신 같은 존재. 초능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무기력한 상황일 때 극복해 낼 수 있게 하는 힘 같은 존재다. 귀공자가 그런 존재다."


▲영화 '귀공자' 박훈정 감독, 김강우 스틸/NEW


특히 귀공자는 액션씬에서도 활약하는 인물이다. 겉보기엔 점잖은 스타일이지만, 눈이 돌은 듯, 거침 없는 액션을 담아낸 누아르의 조화는 '귀공자'만의 매력 포인트다. 모든 싸움을 마친 후 한 손으로 포마드 스타일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김선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박훈정 감독은 "싸움을 끝낸 후 피칠갑한 김선호의 얼굴에 만족한다. 미치광이인데 애가 제정신은 아니다. 난폭한데 순해보이는 얼굴이다. 그 얼굴로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는 느낌이다. 그 얼굴이 되게 일상적이고 평온해 보인다. 마치 러닝머신 뛰고 내려와서 땀 닦는 모습이다. 양가적인 캐릭터 느낌이다. 선과 악이 공준하는 느낌이고 사이코틱한 모습도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이사로 분한 김강우는 '귀공자'에서 재발견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강우는 악하기만 한 인물 한 이사를 완벽하게 완급조절하며, 묵직하지만 위트있게 그려냈다. 김선호가 '깔친놈'이라면, 김강우는 그냥 '찐 미친놈'이다. 이에 김선호와 함께 '제2의 페르소나의 등장'이라는 평이 쏟아진 상황.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 김강우와 차기작에서도 함께할 예정이다. 박훈정 감독은 "이번에 한이사 캐릭터가 김강우 배우가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다. 제일 매력적이고 배우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능력이 제대로 뽑아먹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한 이사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정말 어려운 캐릭터다. 전형적이고, 뻔한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처음 촬영할 때 병실에서 산소호흡기 대고 있는 아버지 앞에 담배 물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김강우 배우와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폭주했다. 정말 다 해보자 싶었다.마지막 죽는 장면은 한이사가 추레하게는 안 죽을 것 같았다. 김강우 배우도 동의했다. 그래서 어디서 죽고 싶냐고 물었었다. 김강우 배우가 끝까지 각 잡고 죽고 싶어할 것 같다. 그래서 '기어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앉기 전에 귀공자가 다가올 때 하나만 하자. '기다려' 그 느낌. 정말 만족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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