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구영춘(한준우 분)은 뻔뻔하게 스스로를 심판자로, 히어로인냥 으스대지만 이를 듣고 있던 송하영(김남길 분)은 구영춘에 스스로 정당화를 하지말라며 "너는 그냥 지질한 살인마일 뿐이다"고 받아친다. 방송 분량만 무려 20분,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해당 장면은 실제 원테이크 씬으로 촬영, 9시간 동안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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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구영춘 役 한준우/웅빈이엔에스 |
"하루를 통으로 9시간동안 찍었다. 편집본에서 20분 정도 됐다. 실제 연기할 때도 그 정도 걸렸다. 한 번 카메라 돌아가면 원테이크로 갔다. 그렇게 안 끊고 갈 줄 몰랐다. 끊을 줄 알았는데 흐름을 맡겨주시더라. 셋이서 흐름을 탈 수 있게, 펼칠 수 있게 내버려둔 느낌이었다. 저 혼자 따로 준비할 때는 그런 생각 안하고 한번에 쭉 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20분이라는 시간 안에서 흐름도 있고 중간중간 서로의 기싸움이 중요하다. 분리시켜서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대사의 분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번 버튼을 누르면 흐름을 탈 수 있게 준비했다. 그래야지 인물에 대한 확신과 몰입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허투루 버릴 지점이 없었다. 지루하면 안되기도 했다. 그만큼 저는 작은 호흡 하나,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아무리 길어도 통으로 소화를 하려고 했다. 어느 테이크에서는 제가 순간적으로 김남길 선배 멱살을 잡기도 했다. 본능적으로 욱하고 올라왔다. 연기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감정을 안고 가는 맞는데 한편으로는 이 씬이 말하고자 하는 구영춘이라는 역할을 선을 잘 지켜야 하는 인물이고 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능을 콘트롤 하면서 서서히 학습하면서 연기했다." 9회 명장면을 탄생시킨 진선규, 김남길과의 호흡 소감도 궁금했다.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감독님이나 권일용 교수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첫 촬영은 진선규 선배님과 함께 했다. 워낙 천사같은 분이셨다. 느낌이 좋았다. 감독님도 모니터 보고 마스크 좋다고 해주셨다. 염려한 것보다 화면에서 범죄자처럼 나왔다. 안 무서울까봐 걱정했다. 김남길 선배하고는 깊은 대화가 아니라 해당 장면에 대한 의견, 아이디어 라던지 그런 부분만 얘기했다. 선수와 신나게 노는 느낌이었다. 다 준비된 두 복싱 선수가 링 위로 올라와서 연습한 것을 설명하는게 아니라 치고받는 것만으로 알겠는 느낌이었다. 부연하지 않아도 제 연기를 받아주면 이렇게 준비했구나.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정도만 이야기했다. 장난을 많이 치고 편한 형같이 대해주셨다. 선배님이 제 전작 '해피니스'를 보고 오셨나보더라. 4차원 느낌 때문에 그 모습이 보이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편하게 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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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구영춘 役 한준우/웅빈이엔에스 |
특히 김남길과 1:1 대면 씬은 한준우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준우는 "제 예상을 다 뒤집어 놓으셨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대사였다. 스스로를 정당화 하지 말라는 대사를 촬영 할 때 제가 받은 느낌은 내가 이만큼 화를 내고 있는데 이걸 다 안 받아주시지라는 느낌이 있었다. 송하영 입장에서는 기가 차고 분노도 날테니 저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직업적인 표현, 감정 발산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반대 선택지를 하는 것을 보고 인상깊었다. 그게 진짜 전형적인 표현 방식을 깨는 연기라고 생각했다. 복잡한 감정을 속으로 묻어두면서도 눈빛으로 표현하신다. 이렇게도 연기할 수 있구나 신선하고 많은 공부가 됐다. 선배님은 본인의 장점과 느낌을 너무 잘 아신다. 어떻게 연기할 때 가장 돋보일 수 있고 정확히 아는 선수라는 느낌이었다. 현장 분위기까지 주도하셨다. 정말 많이 배웠다." 촬영하면서도 스스로의 연기에 확신이 없었던 한준우. 그는 그럴 때마다 대본의 힘을 믿고 갔다. 힘을 빼고 상황의 흐름을 따라가며 집중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후 시청자들은 한준우의 연기에 호평을 쏟아냈다. 기억나는 평이 있냐는 물음에 한준우는 "전작이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좋았다"고 했다. "'해피니스', '멜로가 체질'도 봤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뿌듯했다. 디테일하게는 '드라마 뉴스 씬은 진짜 유영철 같았다', '뉴스에 나온 것과 똑같이 할 수 있냐'는 칭찬들이 감사했다. '연기 살살해라.' '살벌했다'고도 해주셨다. 저는 객관성도 없다. 모든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드리려고 한다. 제일 다행인 것은 극의 흐름에서 스토리가 튀지 않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했었다. 연기력은 두번째 문제였다. 인물과 연기에 빠졌으면 했다." 올해 데뷔 9년차를 맞은 한준우는 다른 배우들보다 연기를 늦게 시작한 편이다. 2014년 영화 '타짜: 신의 손'으로 데뷔한 이후 2019년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홍대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드라마 '해피니스'에서는 4차원 캐릭터이자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김세훈을 연기했다.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갔다.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연기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입시 준비하고 성인 될 즈음에 처음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원하는 것을 고민하게 됐고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를 졸업 후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는 인물을 만나서 이해하고 친해지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대가가 혹독했다. 항상 대가를 치루는게 고민이지만 그 생각은 변함없이 고수했기 때문에 위기가 있어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저만의 색깔을 계속 찾아가려고 하는 신념을 놓지 않아서 그개 에너지와 빛을 발해서 팬들이 생긴 것 같다. 조금씩 열매로 나타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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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구영춘 役 한준우/웅빈이엔에스 |
차기작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와 JTBC '디엠파이어: 법의 제국'이다. "'파친코'에서는 윤여정 선배님이 연기하신 선자 남편의 형 요셉으로 나온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재일동포의 이야기다. 이방인으로서 갖은 멸시와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는 30년대에 나온다. '디엠파이어'에서는 검사 역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에서는 범죄자로 나오고 여기선 검사로 나온다. '악의 마음' 촬영을 같이 할 때 머리 넘겨서 슈트 입었다가 머리 덥수룩해서 피 묻히고 그랬었다. 저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저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를 고민할 때도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보면 항상 갈렸다. 여성들은 순한 이미지로 본다. 남성들은 센 이미지로 본다. 고민을 하다가 두 가지 다 있다고 생각했다. 역할의 폭이 넓어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멜로가 체질'을 하면서 많이 알아봐주시기 시작하고 작품이 들어왔다. 보통 주목을 받은 역할이 있으먄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다.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배우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로 이병헌, 덴젤 워싱턴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단다. "이병헌 선배님은 레전드시다. 이게 가능한가라고 할 정도로 너무 이상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테크닉적인 부분과 진실되게 날것의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두 가지 다 되는 분이 안아닐까 싶다. 덴젤 워싱턴은 현존하는 리빙 레전드로 불린다. 알콜 중독자를 여기하면서도 술 한 모금도 안 먹고 리얼하게 연기한다. 배우들은 연기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자신의 감정과 삶들을 구분짓기 어렵다. 감정이나 삶이 무너질 수 있는 직업인데 멘탈 관리라던지 정신력이 중요한데 제가 배우로서 가치관을 찾아갈 때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 지, 이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고민들은 많은데 어떻게 건전하게 내 삶을 살면서 나를 찾아가야 하는지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후배들이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고 싶다. 질문을 할 때는 전형적으로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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