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배우 한준우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부유층 노인 및 여성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구영춘으로 분해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SBS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구영춘 役 한준우/웅빈이엔에스 |
한준우가 출연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극본 설이나, 연출 박보람)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하고,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 속을 치열하게 들여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준우는 잔혹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구영춘을 연기했다. 그의 오디션 과정이 궁금했다. 하지만 특별한 오디션 없이 감독과 미팅 후 합류하게 됐단다. "미팅 연락을 받고 오디션인줄 알고 갔는데 대화를 많이 나눴다. 저를 부르신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물어봤더니 고민을 해보고 연락준다고 하더라. 그때는 대본도 없었고, 유씨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본인도 모르는 새에 오디션을 거쳤고, 당일 몇 시간 후 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준우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단다. "제 전작들 영상 자료를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것 같았다. 보시고 받은 느낌이 제가 전형적인 연기를 안 할 것 같았나보더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신뢰가 간게, 제가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이라던지 방향성과 감독님과 결이 맞겠다 싶었다. 제 연기 실력과는 무관하게 연출님과 소통과 합이 중요했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어려운 역할이어도 믿고 가볼수 있겠다 싶었다. 저는 미팅이나 오디션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후련하게 집에 갔는데 연락이 바로 왔다."
▲SBS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구영춘 役 한준우/웅빈이엔에스 |
그럼에도 합격 소식에 한준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유영춘의 사건을 다뤘던 '그것이 알고싶다' 등의 시사 다큐를 챙겨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속 송하영(김남길 분)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조언을 더해 '구영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처음에 리서치를 시작했을 때 유튜브나 여러가지 찾았는데 우연치 않게 동시대 때 다른 살인마 정남규를 먼저 봤다. 구영춘이라는 인물과 동시대에 겹쳐서 사건이 발생한다. 남기태(김중희 분)라는 인물과 성격도 다르다. 두 인물의 캐릭터가 확연히 구별됐으면 했다. 차이점을 분석하면서 지점을 잡는데 초점을 맞췄다.
남기태는 외형적으로나 성향적으로 이 캐릭터에 분위기적으로나 다가가기 어렵고 문제가 있어 보이고 사회 부적응자 느낌이다. 구영춘은 완전 반대 인물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너무 멀쩡해 보이고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권 교수님이 (유영철과) 실제 대화 나눌 때 스스로 만족의 미소를 지을 때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고 표현하셨다. 의상도 되게 멋있게 해달라고 조언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멘붕이었다. 범죄자인데 하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엿보이는 면모를 찾아가는게 관건이었다. '나는 범죄자다. 사이코다'라는 보여주기 식의 연기를 하지말자 했다. 과격하고 폭력적인 모습도 분명히 있다. 그런 포인트를 찾는데 주력했다. 화를 낼 때는 어린 아이처럼, 사회부적응자이기 때문에 어린애 같은 모습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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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확정되고 작업 시작할 때 저의 정서를 지키자는 결심이 있었다. 이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접근법이 어렵더라도 너무 감정적으로 빠지는 '그화되기'는 하지 말자 했다. 그러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한다고 해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워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 대본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대본 안에서의 극적으로 보여지는 지점에서의 포인트라던지, 정확하게 디테일하게 잡아내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본을 파고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설득력이 있을까는 하고 나서도 계속 의심이 됐다."
나름의 철저한 분석과 공부를 통해 '구영춘'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리딩현장에 간 한준우. 하지만 그는 첫 리딩 때부터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단다. "권 교수님도, 감독님도 저도 처음 접했을 때 유영철 모티브 작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화를 두면서도 리얼리즘을 원했다. 우리 욕심이 과했다는 것을 알았다(미소). 처음에 리딩하고 시작할 때는 감독님도, 저도 둘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 지나고 첫 촬영을 위해 현장에 갔는데 둘 다 욕심을 덜어내고 극적인 요소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느낌이었다. 저는 이렇게 정리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먼저 해주셨다. 고맙고 속이 후련했다. "
연쇄살인마 구영춘은 부유층 노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다 수법을 바꾼다. 자신의 집으로 유흥업소 여성들을 불러 토막살인을 저지른 후 암매장 시킨다. 여기에 국영수(진선규 분)의 신분증으로 경찰을 사칭하던 중 붙잡힌다. 결국 취조실에서 국영수, 송하영과 대면한다. 이때 구영춘은 "내 살인은 직업 같은거다. 부자들 불법으로 돈 벌고 여자들 몸 간수 똑바로 안하고 공무원 벌레처럼 사는 세상. 다 혼나야지! 내가 아니면 그것들 누가 벌줘?"라는 발언으로 공분을 자아냈다. 한준우는 해당 대사에서 구영춘의 힌트를 많이 얻었다.
"이 인물은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가 가능하면 돈이라던지 원한이라던지 동기가 보여야는데 안 보인다. 오히려 직접적인 장면이나 준비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에 비유하면 평범한 생활을 하는 일상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 대면 씬에서 '벌 받아야 한다'는 대사는 직접적이었다. 여기서는 원 없이 표출해도 되지 않을까. 결국 그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와의 타협이라 생각했다. 그게 없으면 보통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두번 살인하고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타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그렇게 정직하지 못하고 타협이라는 지점까지 가서 스스로를 심판자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범죄였던 것 같다. 내 스스로에 정직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려 몰입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심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