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이' 곽동연 "연이은 악역 도전 성공? 복제 두려움이 더 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2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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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땅속에 묻혀있던 괴불을 꺼낸 순간부터 평화로웠던 진양군에 악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유없이 난동을 부리는 이들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고, 개우까지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태에 대해 회의하기 위해 군청에 모였던 사람들도 폭력적으로 변했다. 한 순간에 진양군청은 쑥대밭이 됐다.


지난달 29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전편이 공개됐다. '괴이'(연출 장건재, 극본 연상호 류용재)는 저주 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다. 영화 '부산행', '반도'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키고 '지옥', '방법'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린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았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곽용주 役 곽동연/CJ ENM

곽동연은 '괴이'에서 곽용주로 분했다. 곽용주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바로 한도경(남다름)을 괴롭히기 위해 찾아간다. 곽동연은 첫 등장부터 화려했다. 등 천제를 감싼 용문신과 모친의 남자 친구들을 적대시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온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복수로 독기만 가득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곽동연이 그린 '곽용주'는 태어날 때부터 환경이 뒤틀린 인물이었다. "용주는 과거 굉장히 불온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면서 어머니의 연인인 아저씨들, 새 아빠들에게 수위 높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면서 늘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자아가 형성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런 과거로 현재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합리화시키고픈 마음은 없다. 그런 일이 있어도 극복하고 바르게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용주는 뒤틀린 채 태어났고, 뒤틀린 환경까지 주어져서 가치관과 관념 자체가 뒤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곽용주는 한도경을 괴롭히기 위해 진양군청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귀불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진양군청에 갇힌다. 그는 빠르게 사태를 파악한다. 그리고 개우를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을 구분지어 나눈다. 사람을 '저거'라고 칭한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곽용주 役 곽동연 스틸/CJ ENM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를 시작으로 '빈센조', '괴이'까지 악역을 연기했지만 작품의 목표 자체가 달랐다. '괴이' 용주는 변화가 아닌 애초부터 '최강 빌런'이었다. "자극을 위해 전시되는 행동이나 언어로 남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그 순간 용주의 흥분도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될 수 있도록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 전작에서는 악행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그 인물의 변화에 중점을 뒀다면, 용주는 그야말로 '절대 악'에 가까운 인물이다. 용주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람들에게 줄 서스펜스에 더 중점을 뒀다."

'괴이' 세계관 속 전투력 최강자가 된 소감을 묻자 곽동연은 "근 몇 년간 맞고만 다녔는데, 맞은 걸 다 해소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괴이'에는 용주를 능가할 만한 빌런도 존재한다. 군수이면서 책임지지 않고 자신의 살 길만 도모하는 군수 권종수(박호산)다. 곽동연이 뽑은 '괴이' 속 가장 악한 사람 역시 군수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가장 나쁜 사람은 바뀔 수 있다. 근데 굳이 한 명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군수가 가장 악인이지 않나 싶다. 어른이자, 이런 위기 상황의 책임자면서 본인의 안위만 생각한다. 나이나 사회적 배경을 생각했을 때 군수 아저씨가 제일 나쁜 것 같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곽용주 役 곽동연/CJ ENM


연이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곽동연 표 악역'은 점차 진화했다. 전작인 '빈센조' 속 악역은 미워할 수 없는 어딘가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였다. 곽동연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보다 복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예전에 한 역할이랑 비슷한데'라는 감상평이 가장 두렵다. 보는 이들이 저라는 배우, 제 연기에 대한 지루함과 고루함을 느끼게 될까봐 가장 두렵다.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더 꺼내고 싶다. 그게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들으면 최고인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열심히,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괴이' 속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용주와 한도경의 관계다. 곽동연은 이를 "마지막 남은 인간성"이라고 표현했다. "나와 비슷한 아이를 발견했고, 내가 겪은 우울한 과거사를 이 꼬맹이에게는 겪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용주에게는 아빠라는 존재가 없었지만, 도경이에게는 아빠라는 존재를 채워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용주에게 마지막 인간성을 드러내게 해준 인물이 도경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졌을 때, 용주의 마지막 끈도 끊어져 버린 것 같다."

진양군청 건물 내에서는 용주는 한도경을 비롯해 괴불로 인해 마음의 지옥도를 보며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이수진(신현빈)과 대치하게 된다. 신현빈은 촬영 내내 찬 바닥에 쓰러져 울기만 하는 반면, 곽동연은 크고 작은 액션의 연속이다. 곽동연은 "신현빈씨와는 만나면 '오늘도 누워계시네요' 하면서 인사를 하곤 했다. 액션 씬이 많은 저와는 달리 누워만 있으니 부럽기도 했지만, 찬 바닥에 계속 누워있어야 해서 안타까웠다. 남다름 씨와는 서로 잠을 가지고 대결했던 것 같다. 서로 잘때 모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가였는데 먼저 공개했더라. 저도 조만간 아기처럼 잠자는 남다름씨의 사진을 공개하겠다"며 웃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 곽용주 役 곽동연/CJ ENM

'괴이'는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괴불로 인해 결국 비참한 최후을 맞은 용주의 등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곽동연은 "저도 귀불에 빙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상상해봤다"고 했다. "귀불의 악귀가 빠져 나와서 용주한테 빙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봤지만, 악인의 처참한 최후로서 용주 엔딩에 만족하는 편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개개인의 인물에 대해 조명하는 작품이면 용주의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만, '괴이'는 이 재난에 반응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집중한 작품이다보니 용주의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곽동연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괴이'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팬분들 덕분에 알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뭐하나 빠짐없이 소중했던 작품 같다. 그중에서도 자주 생각나고 떠오르는 작품은 어릴 때 찍은 '사춘기 메들리'라는 드라마다. 그때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직업의식을 많이 배우기도 하고, 유추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라 그 작품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칸 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너무 설레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외국인 관객분들은 작품을 보면서 그때 그때 느끼는 걸 표현하시더라. 1부에서 기훈(구교환)의 유머가 나오자 외국 분들도 같이 웃더라. 긴박한 부분에서 다같이 긴장감을 느끼는 걸 경험했다. 외국에서도 작품이 온전히 전달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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