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거장들의 최애' 송강호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났다. 그 결과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이다. 데뷔 31주년을 맞은 송강호는 이로써 '칸의 수상 요정'이 됐다. 그가 출연한 작품 '밀양'(전도연 수상), '박쥐'(심사위원상 수상), '기생충'(황금종려상 수상), '브로커'까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후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송강호에 첫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긴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소영(이지은), 수진(배두나), 이형사(이주영)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개봉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송강호는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 '브로커' 상현 役 송강호/써브라임 |
'브로커'는 15일 기준,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또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에서 월드 프리미어 당시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은데 이어, 해외 188개국에 판매되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송강호는 "'브로커'가 언어와 국가를 넘어서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빈 공간'이었던 것 같다. 프랑스나 어느 나라 관객들이든 감독이 펼쳐놓은 화면 안의 빈공간을 같이 공유하지 않았나, 그 지점이 기립박수를 치게 끔 만든 것 같다"고 매력을 꼽았다.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브로커 상현으로 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오래 전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됐다. "2007년 '밀양'으로 칸 다녀온 후 부산국제영화제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났다. 그전부터 감독님 작품을 좋아했고 존경했다. 이 작품은 그 후로부터 9년쯤 지나서 2016년 부산영화제서 미팅을 가지고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 약속한 작품이다." '브로커'는 송강호가 외국 감독과 함께한 첫 영화다. "차라리 한국 감독님이면 약간 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세계적으로도 일본에서도 거장이다. 일본 영화팬들의 주목도도 높은 작품이다. 한국 관객들 역시 주시하고 있다. 감독님 작품 세계에 폐가 되진 않을까,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이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작품 세계가 훼손되지 않고 그런 정도의 부담감은 살짝 있었다."
호흡 소감도 덧붙였다. "감독님 작품의 세계는 뭘 지향하나 유심히 관통하는 지점을 보니, 어떤 형태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감동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게 관통이되는 것 같았다. '브로커'를 통해 느끼는 점은 감독님의 침착한 시선,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에 대한 애정과 희망의 부분을 과장하지 않고 억지로 만들지도 않으면서 묵묵하게 아주 침착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현실적으로, 더 차갑게 끝나면서 가장 뜨거운 감정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됐다. 저도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등 거장 감독님들과 작업했지만 침착함을 인상적으로 봤던 것 같다."
▲영화 '브로커' 상현 役 송강호/CJ ENM |
송강호가 '브로커'에서 분한 상현은 소영이 버린 아이를 우성의 행복을 위해 그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브로커 역이다. 본업은 세탁소 주인이다. "재봉틀은 이틀, 삼일 정도 실제 세탁소 사장님께 배웠다.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잘 나온 것 같다. 상현이라는 캐릭터가 애매모호한 지점이 있다. 전사가 추측이 될 뿐이지 정확한 서사 묘사는 없다. 상현은 소시민적이다. 사회에 주류에서 밀려난 약자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 자체가 겉으로의 모습이기 보다는 그런 모습의 상현이 브로커라는 톱니바퀴를 어떻게 돌리는지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크게 튀면 안될 것 같고 물결이 넘어가길 바라는데 그게 좋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브로커' 속 브로커 팀은 모두 버림 받은 적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상현은 아내와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이에 딸과 카페 장면은 관객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하지만 송강호는 "딸과 제가 교감하는 결정적인 단어가 거기서 나온 것 같다. 그 장면의 연기를 만든 것은 감독님과 상대 딸 역인 배우 분이 잘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송강호가 가장 좋아하는 씬은 세차장 씬이다. 해당 장면에서는 해진(임승수)이 세차 중 유리창문을 여는 장난을 쳐, 상현, 동수, 소영, 해진 모두가 물에 젖으며 처음으로 함께 웃는 씬이다. "다들 좋아했지만 감독님과 해진 역으로 나온 임승수군이 제일 좋아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순수하게 장난도 치고 이랬던 모습이 그 영화의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점점 더 그 장면으로 가족들이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되고 한발 두발 나아가게 되는 중요한 포인트 인 것 같다(미소)."
▲영화 '브로커' 상현 役 송강호/써브라임 |
중요하게 생각한 씬은 극의 주제가 되는 배두나, 이주영 씬과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극찬한 이지은의 연기가 담긴 장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도 중요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형사들이 마지막에 관람차 앞에서 잠복하다가 어두운 차 내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두나씨의 표정이나 이주영씨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 대사가 이 영화를 한 줄로 함축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좋았다. 또 이지은씨가 배두나씨에 눈물 머금고 마지막 고백하는 장면, 바람을 얘기하는 장면이 중요하고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앞서 고레에다 감독은 극 중 시설에서 몰래 브로커 팀의 차를 타고 있던 해진이 바닷가에서 차를 세우며 급하게 화장실을 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바. 이에 송강호는 "해진이가 몰래 숨었다가 바닷가에서 튀어나와서 소변을 보는 장면을 여러 번 찍었다. 좀 더 신선하고 라이브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여러 번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정말 웃긴 테이크도 있는데 현장 편집에서는 붙어있었는데 길어서 다른 테이크로 넘어간 것 같다. 아마 DVD에 수록하지 않을까 싶다."
송강호는 이처럼 한 씬을 수 차례 테이크를 가는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항상 생동감 있는 장면, 연기를 위해서 노력하고 시도하고 있는 것들은 배우들 다 마찮가지다. 그 장면을 감독님이 좋아하신 것은 일본 배우들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줘서가 아닐까 싶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눠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브로커'를 통해 강동원과 '의형제' 이후 12년만에 재회했다. "강동원은 정말 내 막냇동생 같다"며 "사심 없이 의지할 수 있는 형제와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진심으로 얘기했지만 길 잃은 사슴의 눈망울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연기 열정과 자세, 태도까지 내가 사랑하는 배우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브로커' 송강호 강동원 임승수 스틸/CJ ENM |
이지은(아이유)에 대해서는 노래도 잘 몰랐다. "'최고다 이순신'을 조정석씨 때문에 봤는데 그때부터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정석씨한테 칭찬을 했었다. '나의 아저씨' 이후 작품을 같이 한다고 했을 때 오래전부터 팬이었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너무 감탄이 나왔다."
덧붙여 송강호는 "배두나씨와 이주영씨와는 공간이 달랐다. 그래서 두 분과는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호흡을 맞출 기회는 적었다. 임승수 군과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 촬영 현장은 늘 재밌는 현장이었다. 송새벽, 김새벽씨를 비롯해 김선영, 이동휘씨 등 특급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해주셔서 너무 풍성해진 것 같아 너무 감사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로드 무비라서 상황이 바뀐다. 늘 만나는 상황들과 배우들이 달라서 늘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던 현장인 것 같았다"고 촬영장에 대해 전했다.
데뷔 31년차,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뒷받침 하듯 송강호는 원톱 주연작이 많았다. '기생충'에 이어 '브로커'로 많은 배우들과 앙상블을 이룰 수 있어 좋았다. "'기생충' 때도 봉준호 감독한테 촬영 직전에 '같이 하니까 너무 좋다. 재밌기도 하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나눠진 것 같아서 가볍다고 했었다. '브로커'도 마찬가지다. 후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어깨가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원톱, 투톱 주연의 부담감에서 해방이 돼 자유로운 느낌이 있었다. 배우들끼리의 앙상블을 통해 생겨나는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이 없는 날도 현장을 찾으며 후배들의 연기와 촬영장을 살폈다. "현장에 있으면 궁금해서 먼저 모니터링을 나가기도 한다. 누구한테 모니터링 하고 조언하는 것은 아니다. 내 촬영분이 끝나도 계속 있게 된다. 현장도 먼저 나가는 게 편한 것 같다."
▲영화 '브로커' 상현 役 송강호/써브라임 |
배우에서 영화인으로 영역을 넓힐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가 수상했을 당시 이정재씨와 마동석씨도 축하 문자를 보냈다. 저도 답장을 한 기억이 있다. 이분 들의 재능과 능력이 부럽기도 하더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 자신을 볼 때는 배우로서의 삶도 벅찬 것 같다. 그런 능력 자체가 없는 것 같아서 계획도 없다."
'브로커'로 관객들에 듣고 싶은 평가는 역시 '연기 칭찬'이다."사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연기 잘했다는 칭찬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브로커'는 수많은 배우, 스태프들 하나 하나의 가지가 뭉쳐서 큰 나무가 된 작품이다. 그래서 하나의 가지들, 이 훌륭하고 뛰어난 배우들의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놀라운 연기를 격려하고 칭찬해주시면 좋겠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