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은채 "'안나' 현주 役 제안 의아해...촬영하는 동안 밝아졌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7 09: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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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정은채가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기존에 연기했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도외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 한 톤 밝고 해맑은 모습을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바로 '안나'의 현주를 통해서다.


공개 후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LTE급 전개와 폭풍 공감을 자아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안나'(감독 이주영)는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비롯된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며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일부를 잃어버린 여자 '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쿠팡플레이 시리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현주 役 정은채/쿠팡플레이


최근 서울 종로의 모 카페에서 정은채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작품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빠른 전개를 같이 호흡하실 수 있을 지 궁금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다"며 기뻐했다.

 

정은채가 '안나'에서 분한 현주는 유미의 전 직장 상사다. 부족함 없이 자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오직 자신의 우월한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다. 하지만 "현주 역 제안은 의아했다"고 말했다. "글이 너무 재밌었다. 현주 캐릭터로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의아하기도 했다. 이런 제안은 처음인데 어떤 이유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이 캐릭터를 내가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을 많이 했다."

악의는 전혀 없다. 현주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격 탓에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 인물이다. 현주는 정은채가 연기해왔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정은채에게 변주가 필요했다. "현주는 목소리 톤이나 말하는 방식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항상 들 떠 있다. 늘 어디로 튀어나갈 것 같은 그런 캐릭터였다. 초반엔 톤을 높여서 분위기를 환기하며 연기했다면, 후반부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세월도 담고, 톤을 많이 다운 시켰다."

매회 화려한 컬러의 의상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상으로 성격이 즉각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보였으면 했다. 색감과 질감의 대비가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여러 벌을 피팅했는데 위 아래가 모두 금색으로 된 반짝이는 옷도 있었다. 당연히 그 옷은 채택이 안될 것 같았는데 데일리 룩으로 감독님께서 채택해주셨다. 나만의 기분으로 옷을 선택해서 입는 현주의 성격이 더욱 잘 보여진 것 같았다(웃음)."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수지 정은채 스틸/쿠팡플레이

현주는 갤러리 직원이었던 유미가 자신의 인생을 훔쳐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유미의 숨통을 조이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작정을 하고 누구를 괴롭히면, 다음에 어떤 말을 내뱉을지 가늠이 안 가는 캐릭터다. 후반부에 유미를 만나는 모든 씬을 리드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사나 상황 모두. 미리 준비했던 연기도 있지만, 즉흥 연기도 있었다. 앵글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다. 매 씬마다 다른 느낌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

가상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유미와의 주차장 씬이다. 현주가 유미에 30억 원을 요구하며 숨통을 조여오자, 유미는 차로 현주를 위협한다. 이때 유미는 해맑게 웃으며 '못하겠지?'라고 한다. "제가 생각한 현주는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한 모습을 많이 보였으면 해서 제스처나 표정 변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유미와 맞닥뜨렸을 때 당황스러운, 그런 리액션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 테이크마다 변주해서 연기했다."

유미/안나로 분한 수지와는 한 프레임에 담기면서도 각자의 연기를 했다. 정은채는 "수지씨와는 너무 다른 콘셉트의 역할이다보니 연기할 때 주고받은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서로가 서로를 더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서로 대비되는 캐릭터라서. 한 프레임에 담겨 모니터 했던 게 신났던 기억이 있다. 그런 리액션을 생생하게 잘 포착해주셔서 좋았다. 촬영장은 늘 즐거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외적으로 현주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는 '선택'지가 좁은 인생을 살아왔다. 현주 캐릭터의 답답함은 또래 여성들과는 달랐다. "원래 편하고 우월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목표 의식이나 그런 것들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을 하고 살아왔다. 결혼 문제만 해도 그 안에서 작은 소란일 뿐이다. 그런 현주에게 아이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현주가 살면서 처음으로 지켜야할 것이 생긴 것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현주 役 정은채/쿠팡플레이


현주 캐릭터는 강렬했지만, 4회에서 끝을 맺는다. '안나'는 당초 8회 분량이었으나 편집을 통해 6부작으로 완성됐다. 아쉬운 점이 없느냐는 물음에 정은채는 "전체적으로 현주의 씬은 많지 않았다. 다만, 초반에 함축된 씬에서 제가 자유롭고 예측불가한 연기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덜어내져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은채는 '안나'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이주영 감독에 고마움이 크다. "감독님은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사람을 흥미롭게 관찰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평면적인 인간상 보다는 한 사람을 다각도로 돌려보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캐릭터가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 안에 감독님의 고집이 보인다."

또 정은채는 "애드리브가 많이 수용되는 현장이라서 너무 좋았다. 제가 감정을 유지할 수 있게 현장에서도 많이 배려를 해주셨다. 또 감독님이 저희 집에 자주 놀러오셨는데 제 반려견을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셔서 우정출연도 했다. 원씬 오케이를 받고 박수 갈채를 받을 때는 부모 마음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미소). 처음으로 제가 외출할 때 혼자 남은 반려견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촬영 비화도 덧붙였다.

정은채는 맟춤 옷을 입은 것처럼 '현주'를 소화했지만, 사실 자신의 성격과는 정 반대다. 싱크로율을 묻자 "이게 제 실제 성격이면 안되죠"라며 웃었다.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저는 내향적인 스타일에 가깝다. 혼자 있는 시간들을 너무 좋아한다. 이번에 '안나' 촬영하는 동안은 밝아지긴 했다. 하지만 에너지가 계속 발생하는 사람은 아니다(미소)."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현주 役 정은채/쿠팡플레이

정은채는 "배우의 그런 갭차이가 재밌다. 다른 (성격의) 연기를 하면서 채워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것에 장점을 두고 작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제가 궁금하신 분들은 뭐든지 좋으면 찾아서 본다고 생각해서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 자연스럽게 따라와야 하는 것 같다. 하나의 이미지로 국한되기보다 다음 작품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제 이미지가 다가가기 어렵고,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이 있다고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전에 제안 받았던 캐릭터도 전문직 여성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안나' 현주를 통해서 새로운 연기를 했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서 좋았다. 다른 옷들도 입어보면서 계속 잘 어울리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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