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지승완은 '20세기 버전 잔다르크'였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고, 부당한 학교 체벌에 분노했다. 결국 자퇴라는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지승완은 당당했다. 시청자는 그런 '지다르크'의 용기에 위로 받았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지난 4월 3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 연출 정지현)는 최종회 시청률 11.5%를 기록했지만,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케 하는 현실적인 결말로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각기 다른 눈부신 청춘을 연기하며 호평받았다. 극 중 지승완으로 분한 신예 이주명 역시 그렇다. 지난 2020년 MBC 들마 '카이로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주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시청자들에 '지다르크'로 각인됐다.
|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YG엔터테인먼트 |
종영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이주명은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모 카페에서 스포츠W와 만났다 그는 "종영 후 일주일이 넘었는데 친구들 만나고 그럴 때도 아직도 승완이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사랑과 관심 애정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지승완은 태양고 전교 1등이자, 반 친구들에 인기있는 반장이다. 겉으론 모범생 같지만 가슴속에는 반항심으로 가득찬 일명 '지다르크'다. 방송부인 그는 저녁에 해적방송을 통해 사회의 부당함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다. 실제 당찬 이미지의 이주명은 지승완의 싱크로율이 40%란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40%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수업 종 치면 매점가고, 스탠드 가서 '꺄르르' 대고 소소하게 보냈거든요. 이번 드라마를 보고서 떠올리니 그때의 향기 잔상이 더 예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반장이나 전교 일등은 해본 적 없어요. 승완이는 무언가 얘기하고 행동할 때 자신에게 확신이 있어요. 노력을 했다는 증거죠. 그 확신이 주는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게 제일 부러웠던 것 같아요. "
|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YG엔터테인먼트 |
이주명의 연기 포인트는 리더십이다. "승완이는 인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게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걸 시작부터 갖고 갔어요. 서스럼없이 대하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모습을 갖고 가려고 했어요. 그때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거기 나오는 댄서 분들은 대본이 짜여진 게 아니라 날것이고, 다큐 느낌이 있으니까 오히려 그렇게 움직이는 디테일들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자신감 있으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모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여린 감성. 귀여워 보일 것 같았어요." 1999년도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했지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단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냥 감독님을 믿었어요. 시대가 주는 힘. 교복이 주는 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교 1등이니까 단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거기에 시대극이다보니 앞머리를 내린다던지, 머리띠, 헤어밴드, 곱창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시대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시대는 감성을 허용했던 시대라고 생각했거든요. 감성적으로 가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승완에게는 엄마 친구아들이자 가족같은 친구 문지웅(최현욱)이 있었고, 학교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나희도(김태리), 고유림(보나/김지연), 학교 방송부 선배이자 샛방에 사는 이웃인 백이진(남주혁)이 함께 했다. IMF 시절, 청춘들은 현실에 꿈을 빼앗겼을지언정, 서로가 서로에 힘이 돼 주었다. 이주명은 "많은 분들이 지웅이와의 우정을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YG엔터테인먼트 |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제하고 연기했지만, 그렇게 봐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승완이 명대사가 옥상에서 했던 '이번에도 내가 맞아'거든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텍스트만 볼 때는 자기자랑 같은데 확신과 자신감이 들어있고 그 안에는 지웅이를 향한 위로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웃으면서 위로하는 느낌이죠. 그래서 어쩌면 사랑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되요. 하지만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랑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라서 동지애, 끈끈함이 생겼어요. 그래서 케미가 잘 나온 것 같아요." 김태리, 남주혁, 보나와의 호흡 소감도 전했다. 특히 김태리에는 많이 의지했단다. "태리 언니나 주혁이는 유쾌하고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요. 그래서 더 재밌게 촬영했어요. 태리 언니는 예전부터 좋아한 배우라서 한 번은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연기할 때 슬그머니 가서 떨리는데 언니도 떨렸냐고 물어보니 언니가 '노력을 했고 치열하게 준비해서 그런 거'라고 해주셔서 한결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촬영장에서 리드를 많이 해줬어요. 준비한 것을 치열하게 잘 해서 잘 따라갔던 것 같아요. 보나는 연예계 선배니까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느낌이었어요. 휘둘리지 않고 자기것을 잘 가져가는 친구인 것 같아요.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어요. 귀엽고 철부지같기도 해서 서로 편하게 했었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대세 청춘 배우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고도 결말에 마치 그 눈부셨던 청춘이 다 별게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주인공 커플인 이진희도는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맺었다. 이에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주명은 "제가 현실적인 것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결말이 좋았어요. 희도와 이진이 달달하고 알콩달콩한 모습을 원하실 수도 있지만, 절절한 감정도 애닳는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YG엔터테인먼트 |
승완 모녀는 드라마에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특히 승완모친으로 준한 소희정은 딸의 친구들이 국가대표 펜싱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부터 미꾸라지 소동 씬, 자퇴 씬까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지승완 캐릭터에 큰 영향을 미쳤다. 12회 자퇴 씬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명장면 중 하나로 손 꼽힌다.
"자퇴 씬은 진짜 짜릿했어요(미소). 학주(학생주임)를 연기한 선배님이 너무 연기를 잘해주셨다고 생각해요. 까딱까딱하는 제스처가 보기만 해도 승완이 감정을 알겠더라고요. 하하. 그런 것들을 쌓아오면서 엄마가 학주 앞에서 당당하게 해주는 게 쾌감이 엄청났어요. 원래는 엄마와 투샷이 없었는데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이주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그보다 앞선, 자퇴하겠다고 엄마에게 고백하며 당당했던 지승완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이는 그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기도 하다.
|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승완 役 이주명/YG엔터테인먼트 |
"그 장면은 오래 준비했고 많이 생각했어요. 항상 담담하고 어른스러웠던 승완이가 어린 아이처럼 무너지는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느꼈을 감정이라 생각했어요. 혼자만의 감정을 털어놓을 때 북받치는 설움과 눈물, 수백 만 가지 감정이 엄마 앞이면 무너질 것 같아서 잘 살려고보 싶은 생각에 많이 고민했어요. 소희정 선배님이 제 눈을 보는데 그 순간 대본을 그만 보고 선배님만 따라가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배님 따라갔더니 더 좋은 장면으로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소희정과의 호흡 소감을 묻자 이주명은 "선배님은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어요"라고 했다. "처음 한 두 번 뵀을 때는 저희 너무 닮은 것 같다고 했는데 그때는 안 닮았다고 하셨어요. 근데 자퇴 씬 찍고 나서는 조금 닮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도 인스타 댓글도 주고 받고 있어요. 선배님이 굉장히 현실적이라서 강렬한 연기를 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리액션 보다 제가 현실적인 감각을 너무 좋아하는데 선배님의 연기가 현실적인 연기라서 더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한 번 만나고 싶어요 라고 얘기 나눴어요."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