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우리들의 블루스' 박지환 "고두심 칭찬 행복, 최영준 사랑하게 됐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3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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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좋은 꽃을 발견하면 가지고 싶어서 꺾지 않나. 근데 가만 두고 오래 바라보고 오면 집에 가서 생각할 때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것일수록 오래 기억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박지환은 날 것 같은 연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신스틸러였던 그는 영화 '범죄도시'로 대중에 얼굴 도장을 찍고 6년만에 주연 자리를 꿰찼다. 박지환이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장이수를 캐릭터를 만든 배경에는 그만의 '연기 철학'이 담겼다. 모든 대본과 캐릭터를 쓰여진 그대로가 아닌,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하며 '진짜 가치'를 찾아낸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박지환이 첫 주연을 맡은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는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한 드라마로, 지난 12일 희망차고 행복하게 막을 내렸다. 사람 냄새 나는 노희경 작가의 극본과 어우러진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엄정화,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 정은혜, 기소유 등 15명 주인공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며 안방극장을 웃고 울게 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인권 役 박지환/저스트엔터테인먼트
 박지환은 '우리들의 블루스'와 팬데믹 이후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에서 활약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종영을 앞두고 강남의 모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5~6년만에 라운드 인터뷰를 갖는다. 운이 좋게 두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며 '대세'라는 말에 "과찬이다"며 겸연쩍어 했다. 박지환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사십대 후반의 정인권으로 분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15명의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뤘다. 박지환은 7, 8화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박지환은 오디션 제의를 받았단다. "마동석 선배님과 단편 촬영을 하는데 회사 관계자가 오디션 제의가 있다고 했다. 당시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노희경 작가님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심지어 주인공이라더라. 흥분을 좀 걷은 다음에 감독님과 만났다. 감독님께서 대본을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그 장면이 극 중 인권과 호식(최영준 분), 명보(김광규 분)가 화장실에서 서로 물 뿌리면서 싸우는 장면이었다. 오자마자 대본 읽으라 하시더니 바로 같지 하자고 하셨다. 믿어도 되냐고 시원하게 맥주 한잔 먹는다고 했다(미소)."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합류하게 됐으니, 오디션 합격 당시엔 기뻤지만, 부담감이 앞섰다. 박지환은 '오버해석'을 경계하며 대본을 읽어내려 갔다. "엄청 좋지만 침착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버해서 해석 될 까봐 극닥적으로 경계했다. 제가 20대 중반에 연극할 때 엠티를 갔는데 그 서해 폐교 문패가 너무 예뻤다. 너무 예뻐서 훔치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때 선배님이 그곳에 있을 때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하셨었다. 우리가 좋은 꽃을 발견하면 가지고 싶어서 꺾지 않나. 근데 가만 두고 오래 바라보고 오면 집에 가서 생각할 때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것일수록 오래 기억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님의 글을 천천히 침착하게 읽어내리려 애를 썼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인권 役 박지환/저스트엔터테인먼트
노 작가의 대본을 읽은 소회를 묻자 "설레서 읽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스며 들었다"고 회상했다. "많은 문학적 어떤 감각들이 한 장면을 구성할 때, 시어 하나 산문 하나 에세이 부분 하나가 그 장면을 구성하게 돼 있다. 저도 글을 끄적여 본 사람이지만 이게 가능한 지 정말 놀라웠다. 제가 고등학교 때 박경리 선생님 책 '팥'을 제일 먼저 읽었다. 분명 종이게 새겨진 글인데 첫 문장부터 바위를 칼로 그은 느낌이었다. 노 작가님의 대본은 매직아이처럼 다가오더라. 온 몸을 감싸듯,  춤을 추듯이 다가온다. 아주 정갈하고 조심스럽게 읽었다. 두번 안 읽어도 될 것 같더라. 좋은 글을 보면 행복한데 너무 좋았다." 박지환이 분한 정인권은 집안 대대로 오일장에서 순댓국을 팔아온 인물이다. 어릴 적 가난이 싫어 가출 후 깡패가 됐다. 그는 아내가 이혼하겠다고 해도 끄떡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순대국을 팔러 가던 어머니가 트럭에 치여 숨진 후 정신을 차렸다.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홀로 아들 정현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다. "작가님께서 리딩하면서 조금 더 세게, 독하게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레벨 조정을 해주셨다. 작가님이 진짜 섬세하고,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도 수정을 다 해주셨다. 마치 처음부터 제것이었던것 마냥 그렇게 많은 디렉을 주셨다. 그러면서 장이수(범죄도시 캐릭터)라는 캐릭터를 많이 가져와도 된다고 하셨다. 장이수를 넣으라는 말은 매력이 뭐냐고 묻는 질문처럼 들렸다. 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해봤다. 인권이라는 인물은 험한데 따뜻함과 섬세함이 있는 인물로 생각됐다." 인권은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가졌지만, 툭툭 내뱉는 투박한 말투여도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었다. 친구 은희(이정은 분)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때는 언제나 제일 앞장 서는 인물이었다. 박지환이 생각한 따뜻함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인권 役 박지환/저스트엔터테인먼트
 "마치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중립지대가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제가 생각하는 따스함은 우리 아빠가 밉지만 사랑하는 것처럼, 엄마가 싫지만 울면 무너지는 것, 맑은데 구름이 낀 하늘, 따뜻한데 바람이 부는 날씨처럼 착하게 보이고 싶은게 아니라 복합함 속에 묻어 나오는 내면의 모습인 것 같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 토박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제주도 사투리(방언) 대사가 주를 이뤄 신선함을 더했다. 출연작에서 다양한 사투리를 구사해 온 박지환은 나름의 노하우를 깜짝 공개했다. "대본에는 보편적인 사투리가 적혀 있었다. 작가님께서 인물에 맞게 개인적인 강도나 컨트롤을 해도 되다고 하셨다. 사투리를 하도 다양하게 많이 하다보니 나름 방법이 생겼다. 제주 MBC 유튜브 이런 것들이 있다. 그분들이 하는 제주어로 된 드라마, 영화도 있다. 24시간 틀어놓는 것이다. 노래 좋아하다보면 흥얼거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익혔다. 아주 자연스러워질때까지 익히다가 흥얼거리게 됐다 싶으면 감정을 넣어 대사 연습을 했다. 시작부터 파고들면 변주가 안되더라. 내가 주로 쓰는 고유의 언어가 아니니까. 대본 받고 두 달만에 익숙해졌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제주도가 낳은 최고의 배우 고두심도 함께 출연했다. 대선배이자, 토박이 앞에서 사투리 연기는 더욱 떨렸을 터. 박지환은 고두심에 칭찬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인권 役 박지환/저스트엔터테인먼트
 "선생님은 본토박이시다. 정말 찐이시구나 느꼈다. 저하고 호식이랑 대사하는데 선생님이 보시니까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근데 '잘한다~'라고 해주시더라. 정말 훌륭하신 분이다. 분명히 부족한데 어떻게 저렇게 말씀해실 수 있는지, 저 큰 마음은 뭐지?라는 생각하면서도 너무 행복했다." 그러면서 김혜자, 고두심, 이병헌, 이정은, 차승원, 김광규, 김우빈 등과 주로 호흡한 소감에 대해 "좋은 배우와 연기할 때 행복한 지점은 어떤 단순함도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다. 저는 준비를 많이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편이다. 연기는 실력 대결이 아니다. 얼마나 오묘한 조화를 이루냐는 것이다. 그 훌륭한 분들이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실 것이라는 설레임을 갖고 현장에 간다. 근데 어려울수록 더 설렌다. 안 가본 곳 일수록 잠을 못 잔다. 저한테는 그런 분들이었다. 다들 스페셜 리스트였다. 나도 물에 뛰어들어 같이 노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그 중 특히 최영준과는 에피소드의 주연으로 호흡했다. "처음 감독님 미팅 때, 오디션을 보고 먼져 일이 있어서 갔다고 하더라. 최영준 배우는 너무 사랑하게 됐다. 지금도 '자기야'라고 부른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서로 사랑하게 됐다. 정말 많이 의지하고 사랑하게 됐다. 너무 큰 동료를 만나게 됐다. 이토록 멋있는 친구를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상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매 순간, 그 친구를 바라보는 순간조차 흥분됐다. 그 친구가 보여주는 정서가 저를 더 끌어내줬다. 그 친구의 빛나는 연기가 저를 더 인권이답게 만들어줬다. 그런 훌륭한 배우가 상대여서 너무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은 인권과 방호식이 아들 장현(배현성), 딸 방영주(노윤서)의 혼전임신 사실을 알고 화해하는 장면이다. "둘이 무릎꿇고 화해하는 장면이 있다. 호식이 모든 것을 결심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이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름의 고백을 결심하고 말한다. 저도 실제로 살면서 결심한 사람의 얼굴을 본적이 있다. 그때 그 영준의 얼굴에서 '결심'을 봤다. 정말 작정했구나, 결심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는 결심한 상태가 아니었다. 근데 최영준이 훨씬 더 품이 컸던 것이다. 정말 멋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감동했다. 감정씬들을 상당히 초반에 찍었다. 에너지 뿜뿜할 때 감정씬을 오래 담고 있으면 지치기도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마치 단편 드라마 찍는 것처럼 스케줄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생생하고 뚜렷하고 날것 같은 초록이 있을 때 찍어주셨다. 너무 그때 저와 최영준 배우, 노윤서 배우, 배현성 배우까지 너무 행복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정인권 役 박지환/저스트엔터테인먼트
 박지환은 배현성과 부자호흡을 선보였다. 그는 배현성에 대해 "마치 제주도 하얀 백사장 같은 친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너무 프르고 아름다워서 행복했다. 마치 제주도 하얀 백사장 같은 친구다. 처음 노윤서 양이랑 같이 들어 올때 정말 멋지고 환하고 푸르더라. 너무 행복했다. 다들 내 외모에서 어떻게 그런 아들이 나왔냐고 하더라(웃음), 현성 군으로 인해서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 끝나면 서로 끌어안고 있고 계속 잘 지냈다(미소)." '영주와 현' 에피소드 속 '혼전임신'이라는 소재는 논란의 소지가 되기도 했다. 전교 1등(방영주)과 2등(정현)이었으나, 결국 정현은 학업을 중단하고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생업에 나선다. 학업이 끝나지 않은 학생들의 '혼전임신'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박지환은 "작가님은 남들은 하지 않지만 질문을 던지고 응원하면서 사랑해주자는 마음이셨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님이 이슈가 되려고 쓰셨다고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는 이들이 행복해졌다. 작가님은 조심스럽게 아는 척하지 않는다. 남들은 하지 않지만 질문을 던지고 응원하면서 사랑해주자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저는 사건이 벌어지면 잘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평상시에는 심경이 변화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 다 드러난다. 그런 태도들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사과는 하고 싶은데 친구와는 원수고 복잡한 상황이다. 저는 인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것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엔딩이 좋길 바라는 마음에 신나게 미워하고 부딪혀줬다. 그래야 더 인권이다운 태도가 아닐까 싶다. 리딩할 때 제가 현이에 화내는 장면에서는 '더 세게' '강하게'를 요청하셨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가달라고 하셨다. 이 아이들을 비난하기보다, 뜻하게 바라보고 응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셨다고 생각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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