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전종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을 통해서 한층 서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국판 '종이의 집'이 넷플릭스 비 영어권 TV쇼 부문에서 2주째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役 전종서/넷플릭스 |
전종서가 분한 도쿄는 북한에서 나고 자랐지만 방탄소년단을 사랑한 북한의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명), 소녀팬이다. 통일을 앞두고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자본주의의 쓴맛을 맛보고 절망한다. 그리고 그에 교수(유지태)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전종서는 원작의 팬이기도 했지만, 대본에 쓰여진 도쿄에 충실했다. 도쿄는 원작과 가장 다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한국판 속 도쿄는 벼랑 끝에서 자신을 일으켜 준 교수에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인다.
"20대 초반의 여자가 코리안 드림을 갖고 서울에 왔는데 모든 게 예상같지 않았다. 그곳에서 사기도 당하고, 보지 않아도 되는 걸 보고, 겪고 하면서 상처를 입고,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삶의 의지가 꺾여버리는 상황에서 교수를 만나게 된다. 낭떠러지에 있는 여자애에 '나도 너랑 같은 처지이니, 같이 도박을 해보자' 라면서 교수가 손을 내민다. 교수가 이야기한대로 '세상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서 가장 많이 동의하고 동참하게 된 것 같다. 도쿄가 교수의 어떤 이념을 믿는 것보다는 죽음에서 나를 끌어올렸다는 부분이 신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교수의 말이라면 사람도 죽이려고 한다. 그런 것에 있어서 교수의 계획과 작전을 아주 순수하고 투명하게 이행하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개인이 가진 충성심이나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役 전종서 스틸/넷플릭스 |
전종서는 "원작의 도쿄와 가장 다른 점은 사고를 안 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교수를 향한 충성심이 세고, 교수에게만 맹목적이다. 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굉장히 이성적이다. 머리가 이끄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좀 더 강인한 것 같다. 어리고 순수하고 얌전하지만 더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과 달리 튀지 않는 도쿄를 그려내기 위해 '앙상블'을 중점에 뒀다. "도쿄가 혼자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다. 개인의 어떤 것을 방출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많이 생각했다. 한 팀의 일원으로서 마치 한정된 장소에서 우리가 돈을 찍어내고 훔친다는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과정에서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서 많은 것들이 어우러져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이의 집'은 글로벌 히트작으로 리메이크 소식부터 전 세계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후 2주째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작은 조금 더 배우들 각자의 연기와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 더 극대화 되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가 얽히고 설키며 보이는 충돌, 조화, 사랑 등이 가장 큰 주안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판에서 가져간 가장 큰 강점은 흐름이다. 드라마가 가진 드라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파트 1과 2로 나뉘어서 6부까지만 공개된 상태다. 12부까지 완주를 하면 훅 보게되는 것을 저는 느꼈다. 모든 작품에는 아쉬운 지점도 만족하는 지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전체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役 전종서/넷플릭스 |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 반응도 듣고 있다. "해외에서는 원작과 많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받았다. 몇 번 진짜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원작에서 도쿄는 도발적이고 섹시하고 당돌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겠고 탈선 하는 게 매력이라면, 지금은 그런 부분과는 반대로 가서 색다르다는 반응도 들었다. 한국에서 밖에 할 수 없는 설정도 흥미롭게 보시고 있는 것 같다. SNS 팔로워도 계속 친구 추가가 느는 것을 보니 계속해서 봐주시는 것 같다(미소)."
전종서는 한국판 '종이의 집'의 포문을 연다. 북한 아미 인 도쿄는 방탄소년단 곡 'DNA'에 심취해 춤을 추다가도 시선이 느껴지면 아닌 척 한다. 실제 북한에서 몰래 한국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도쿄의 전사를 담은 이 씬은 전종서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미를 표현하기 위해, 도쿄의 전사를 설명하기 위해 그 장면이 들어간 것 같다. 북한에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던 도쿄를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장면을 위해 저는 춤을 연습을 했다. 아이돌의 춤을 따라서 추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캐릭터를 위해 대본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했다. 저도 'DNA' 곡을 좋아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춤을 춘 것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役 전종서/넷플릭스 |
한국판 '종이의 집'은 도쿄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전종서는 "감독님께서 명확한 디렉팅을 주셨다"고 답했다. "원래 제 목소리가 되게 하이톤인 것 같다. 처음 '종이의 집' 시작 때부터 감독님께서 목소리를 로우톤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강조하셨었다. 연기 스타일로 더 연극적으로 더 가져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배우들의 연기 발란스가 맞춰졌다."
극 중 강도단은 세상에 없는 돈 4조원을 훔치기 위해 조폐국을 점령, 남북공동대응 TF팀과 대치를 이룬다. 전종서를 비롯한 강도단의 촬영은 90%가 조폐국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저희가 눈 뜨면 세트장으로 가고, 집으로 퇴근하고, 1년 동안 그 생활의 반복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게 풀리고 동고동락하며, 내가 강도인지 강도가 나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생활을 했다. 저도 한 곳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편해졌다."
장윤주(나이로비 역)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종이의 집'이 공개된 날 (장)윤주 언니가 저희 집에 놀러 와서 밥 먹고 한참 얘기했다.(웃음) 윤주 언니랑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배울 게 많더라. 배우로서도 있지만, 언니는 어느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던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검소하고, 솔직하고, 진솔하고, 또 모든 사람에게 친화적이고 부드럽다. 저는 좀 뾰족뾰족 모난 스타일이다. 그런 부분이 언니처럼 좀 부드러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 이상의 배움을 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이현우 전종서 스틸/넷플릭스 |
도쿄는 베를린(박해수)과는 대립각을 이루는 반면, 리우(이현우)와는 자라온 배경은 다르지만, 또래로서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한다. 풋풋한 케미로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베를린과 도쿄는 가치관이 반대다. 베를린이 교수와 부딪히는 지점은, 저랑도 부딪힌다. 왜 교수의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느냐고 하게 된다. 한국판 베를린이 원작 도쿄의 성질을 조금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리우와의 관계에서는 감정적으로는 최대한 얽히지 않게 끔 쓰여져 있다. 하지만 12부가 모두 공개되면, 이 둘이 사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풋풋한 새내기 감정을 가져가려고 했었다."
앞서 '버닝', '콜', '연애 빠진 로맨스'와 달리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던 전종서는 개인적으로 "적은 인원이 편하다"고 말했다. "조금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가 많이 나오면 집중 포인트도 1/N이 된다. 그만의 재미와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연기할 때 편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나 혼자 내뿜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 전종서는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도쿄를 꼽았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로는 원작의 모니카, 한국판의 미선(이주빈)을 꼽았다. "강도와의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자기 감정에 가장 솔직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용기도 있다고 생각했다. 미선으로 각색이 됐는데 이주빈 배우님이 너무 매력적으로 잘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役 전종서/넷플릭스 |
전종서는 데뷔작 '버닝'과 '콜'은 작품과 연기적으로 호평 받았지만, 대중에 친숙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종이의 집'의 도쿄 캐릭터는 출신국을 떠나서, 청춘의 꿈과 고단함을 담아내며 공감을 안겼다. 이로서 대중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제 성격이 좀 폐쇄적인 편이다.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제가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연애 빠진 로맨스' 촬영을 마치고 차기작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 1년 동안 준비한 해외 작품이 있었다. 그것과 '종이의 집' 중에서 몇 달동안 고민을 했다. 잠 못 잘 정도로 고민을 해서 '종이의 집'을 선택했다. 저는 한국에서 계속 활동을 할 거고, 대중들에게 빨리 다가서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전종서는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낸다. 본질적인 것들이 훼손되지 않는 행보를 계속 가고 싶다. 기존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했다. 그런데 그보다 대중이 원하는 걸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대중도 원하고, 저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연기 고민을 전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꾸준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빠, 부성애에 대한 역할이다. 요즘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여자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미래지향적인 캐릭터. SF 장르일 것 같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