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과 첫 호흡한 박해일은 감독과 호흡 소감도 전했다. "감독님의 배려 덕분에 촬영 때는 호기심이 생기고 흥미롭게 해나간 것 같다. 연기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면서 미묘한 방식으로 작품의 결이나 톤을 찾았다.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모호하지만 애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많아서 그걸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재미들이 있었다. 배우, 스태프 제작진들까지 너무 익숙한 것들을 낯설지만 신선하게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 役 박해일/CJ ENM |
'헤어질 결심'은 음악부터 벽지, 촬영구도, 색감 등이 누가봐도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쟝센이 담겼다. 박해일은 "연기할 때 몰랐던 배치와 구도들, 준비된 것들이 완성된 결과물에서 작품의 이야기로 풀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풍성해짐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청록색이라면 이게 빛에 따라서 청색으로 보였다가 녹색으로 보였다가 하는게 이 영화의 톤 같았다. 이 작품이 가진 것들이 어떻게 보면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입체적인 작품이라 생각했다. 진심이지만 진심이 아닌 듯한 식으로 배우들도 연기를 해야한다는 일관된 느낌이 있었다. 되게 어려웠다. 주변의 미술이나 조명, 소리나 그런 장치들을 감독님이 현장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하고 체크하시는 모습을 봤다. 연기할 때는 몰랐다. 연기할 때는 불편함을 주는 감독님은 아니셨다. 본인의 작품을 어떻게 구사해야하는 지에 대한 준비의 과정일 뿐이지 배우가 그걸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다. 연기할 때 몰랐던 배치와 구도들, 준비된 것들이 완성된 결과물에서 작품의 이야기로 풀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풍성해짐을 알게 됐다. 감독님이라는 창작자를 더 느끼게 되는 장치였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게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이고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과정을 느끼게 되는 경험이었다."
장치들과 별개로, 배우의 감정선만으로 온전히 표현해야 하는 장면도 있다. 누구도 아닌 배우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몫이다. 박해일은 바닷가 씬이 가장 어려운 장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 役 박해일/CJ ENM |
"배우가 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장면들이 있다. 감정적으로 깊거나 확장시키거나 혼자 해야야하는 상황들이다. 서래라는 인물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연기, 깊숙한 느낌을 알아갈수록 뒤틀린 상황에 실체를 알게 되면서 감정을 토로하는 대사들은 시나리오 볼 때부터 난이도가 있는 씬이라고 염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대 세트가 만들어진 와중에 혼자 리허설도 해보고 그런 경험이 있다. 만족한 장면이 나왔다고 얘기해주셨을 때는 희열감을 느꼈다. 바닷가 장면은 제작진이 부담을 주더라. 만조가 찼고, 파도가 괜찮은 이 날이 실패하면 한 두달 있다가 다시 찍어야한다고. 가장 어려운 난이도 장면 중 하나였다.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그 장면도 되게 집중해서 찍었다. 찍고 나서 감독님도 정말 만족해했다. 저도 고생스럽게 찍었지만 그 고생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만족했다."
산에서 변사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되는 '헤어질 결심'. 형사 해준은 변사자의 죽기 직전 길을 따라간다며 암벽을 직접 등반한다. 이때 후배 형사 수완(고경표)은 박해일과 등을 맞대고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함께 딸려 올라간다. 박해일은 "쉽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웃으며 회상했다.
"부산의 오픈 세트에서 20m 높이를 만들었다. 등반 전문가를 모셔서 촬영 직전에 연습하기도 했다. 경표씨가 저보다 월등히 덩치가 좋고 통뼈다. 적은 몸무게로 큰 몸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장치, 저의 몸무게로 경표씨의 큰 몸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등강기라는 기계를 사용했다. 충전된 모터를 통해서 밧줄이 올라가게 한다. 몇100kg은 버틴다더라. 문제없이 안전하게 촬영했다. 근데 진짜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위에 다 오르고 나서는 정말 힘들구나 생각했다. 높은 곳을 올라가야하는 상황이라 경표씨는 밑을 보면서 대사를 해야한다. 대사는 사망자가 간 길을 가야한다는 어처구니 없지만 경찰의 본능으로 가는거 보고 매력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 役 박해일/CJ ENM |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서 많은 새로운 인연도 맺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중국배우 탕웨이를 비롯해 아내 역의 이정현, 후배 형사 역의 고경표와 김신영, 박용우, 박정민, 서현우와도 호흡했다. 그는 "되게 흥미로운건 배우가 보는 배우다"고 했다.
"저라는 배우한테 연기적으로 시나리오에 있는 것이 다가올까? 긴장도 되고 떨리고 궁금함, 호기심이 겹친 상태에서 한 회차씩 찍어나간다. 현장에서 탕웨이씨가 연기를 하는 방식은 되게 흥미로웠다. 탕웨이씨가 중국에서 연극, 연출 전공을 했다. 감독님과 캐릭터를 찍어 나가면서 대화하는 톤들이 일단은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쏟아붓기 직전의 상황을 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에 대해서까지 디테일하게 상의하더라. 이해가 되야 감정을 쏟아내더라. 되게 흥미로웠다. 극 중 해준과 서래가 '사진으로 보시겠어요? 글로 보시겠었요?'라고 취향을 묻는다. 연애할 때 취향을 묻는 것처럼, 탕웨이씨는 저만의 관찰자 시점에서 그런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여기에 박해일은 "저는 대부분 초기 시절에는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면, 시나리오 작업 때 많이 물어봐서 그걸 메모하거나 이해가 안되거나 내 옷에 맞지 않다고 표현해서 상응하는 장면으로 정리가 되거나 한다. 저는 현장에서는 준비가 된 것을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탕웨이씨를 보는 흥미로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용우, 이정현, 고경표, 박정민, 김신영 등 배우들과의 호흡 소감도 전했다. 그는 "그 모든 배우들이 다 처음 작업하는 배우들이라 반가웠다. 다 매력적이고 작품에서 언젠가 뵙고 싶은 분들을 함께 해서 좋았다. 그분들도 감독님과 만나서 행복했다고 하셨다"고 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 役 박해일/CJ ENM |
"이정현씨는 '꽃잎' 때부터 팬이었다. 정말 저런 외모와 저 풍기는 이미지에서 폭발력 있는 연기를 10대 때부터 하니 너무 대단하다 생각한 배우다. 이번에 부부 캐릭터로 만나서 연기하다니 저를 여유롭게 해줘서 고마웠다. 관객들은 이정현씨의 무시무시한 아내 연기를 실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웃음). 박용우 선배님은 '올가미'라는 작품을 통해서 처음 뵙게됐다. 정말 대선배다. 근데 다양한 연기들을 해내시는 것을 보고, 이번에 또 가벼운 듯 하면서 면도칼 같으면서도 묵직한 연기를 봤다.
고경표씨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했는데 '정말 되게 잘생겼구나'생각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구수한 면도 있엇다. 되게 다양하구나. 일상적인 연기도 잘한다. 형사 처음인데 정말 편안하게 같이 팀워크를 맞춰줘서 재밌게 촬영했다. 김신영씨도 형사 후배인데 감독님의 '신의 한 수'였다. 왜 신영씨를 선택했는지 영화를 통해 충분히 즐겨주실 것 같다.
박정민씨는 짧고 묵직하게 시기적절하게 나와주셨다. 서현우씨는 관객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연기를 해주셨고, 정이서씨는 '기생충' 때 잠깐이지만 신선한 마스크였다. 이번에도 담백하게 좋은 연기를 해주신 것 같다."
특히 짧고 강렬하게 나왔던 서래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 실장을 연기한 배우는 박해일의 극단 후배다. "그분도 감독님이 캐스팅해서 현장에서 만났을 때 반가웠다. 짧은 역할이지만 매력적으로 해냈다. 감독님께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라고 소개했다.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을 만나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 덕분에 함께해서 즐거운 현장이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은 처음 들은 순간 '누가 누구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결심'이라는 대목은 영화의 엔딩을 본다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해일에 제목의 의미를 묻자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인 것 같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는 지에 따라 해석도 달라질 것 같다. 각자 영역에 맡기겠지만, 입체적으로 받아주시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한번 다른 식으로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