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이의 집' 박해수 "북한 사투리 연습? 영화같은 실제 이야기 들으며 몰입"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2 06: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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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오징어 게임'은 큰 이슈가 됐었다. 저는 좋은 작품을 연달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 순위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만큼 한국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가 넷플릭스 사상 최고 시청 시간을 기록한 글로벌 대 히트작 '오징어 게임'에 이어 또 한번 글로벌 시장에 나섰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감독 김홍선/이하 '종이의 집')을 통해서다.

박해수가 출연한 '종이의 집'은 스페인 오리지널을 원작으로 한국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종이의 집'은 공개 2주째에도 넷플릭스 비 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과 비교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리메이크작의 숙명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베를린 役 박해수/넷플릭스
 

박해수는 "1위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성공한 작품 궤도에 올라가서 좋다. '오징어 게임'은 큰 이슈가 됐었다. 저는 좋은 작품을 연달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 순위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만큼 한국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외국에서 한국 작품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좋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예술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저는 그 연결 다리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종이의 집'에서 박해수가 분한 베를린은 분단국가의 현실을 고스란히 떠 안은, 무거운 캐릭터였다. 무겁기에 부담됐다. "베를린은 철저하게 가면을 쓴 인물이다. 둘 다 속 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다.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서 인간적인 면, 양심이 있다. 파트1 에서는 스스로 두려워하는 모습들을 보이지 않으려고 숨기는 모습이 많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한국판 베를린 캐릭터가 무거워서 어려웠다."

하지만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베를린의 서사만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응축 시킨 게 매력적이었다. 부담도 됐고, 무서웠고 무거웠는데 이 작품은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 와중에 이 캐릭터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저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여러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베를린 役 박해수 스틸/넷플릭스
 

한국판으로 새롭게 탄생한 베를린 캐릭터는 정치수용소에 25년을 감금당한 인물이다. 수용소는 잘못해서 들어간 곳이 아니다. 박해수는 '억울함'과 '기다림'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파악해 나갔다. "억울함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는 베를린이 가진 감정은 복잡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 날 찾아올 것이라는, 나갈 수 있다는 희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딱딱하게 벽돌로 변하면서 무뎌졌을 것 같다. 저는 베를린보다는 '송중호'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저한테는 연민이 많이 느껴진 사람이다. 겪고 싶어서 겪은 것들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겪었다. 안타깝게 연기했었다."

박해수의 실감나는 북한 사투리 연기 또한 강렬한 베를린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어미나 조사가 아닌 사투리 선생의 과거사를 들으며 녹여낸 덕이다. "처음에는 대본을 숙지하면서 수정을 거쳤다. 억양을 따라가기 보다는 선생님의 과거사를 계속해서 들었다. 영화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습했다. 듣다보니 상황들, 이야기들에 조금 몰입됐다. 크게 억양을 주신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박해수의 사투리에는 진정성도 더해졌다. 실제 분단 국가의 현실과 북한 난민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났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그 아픔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박해수는 "거짓으로 표현하지 않아야 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베를린 役 박해수/넷플릭스
 

베를린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씬은 인질들에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씬이다. 박해수는 "베를린이 가진 솔직함, 진실함으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부분이다. 저한테는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단을 활용한 촬영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감독님이 리허설 때는 자유롭게 하게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군림한다는 느낌이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다. 소모보다는 배출이 맞는 것 같다. 계단에 먼저 올라가 공포를 조성할 때는 이상한 희열을 느꼈다."

베를린은 의도치 않게 강도단의 빌런(?)으로 활약했다. 사망자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당부한 교수(유지태)의 말을 무시한 채 인질들에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총을 겨눈다. 박해수는 "인질들을 통제할 수 있는 베를린의 가장 효과적인 것이 신념"이라고 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을 가진 자다. 리더로서 군림할 수 있는 방법은 '공포'가 우선이고 자기화 시켜서 자기 편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첫발은 죽이려고 쏜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신념은 변하지 않았지만 두번째 발은 교수에 대해 한발 물러선 느낌이다. "

또한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들을 남과 북으로 나눠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었다. 통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런 모습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펐다. "우리 입으로 얘기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고 무서운 이야기다. 실제 굳이 통일 하루 앞두고 그 상황에서 분열을 시킨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였다. 캐릭터가 가진 목적성이 분명했다. 베를린한테는 의미있는 장면이다. '어차피 70년 넘게 그래왔자나. 서로 물어 뜯었자나. 뭐가 달라지는데' 라고 한다. 그 아픔을 온전히 겪은 베를린으로서도 아이러니한 장면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베를린 役 박해수/넷플릭스
 

'종이의 집'은 1년동안 조폐국 세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박해수의 경우 글로벌 대히트작 '오징어 게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바. 그는 "어떤 촬영이든 무섭다"며 웃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에 장시간 있으면 피로도가 빨리 높아진다. 코로나19로 식사도 같이 못해서 아쉬웠다."

유지태를 비롯한 강도단과의 호흡 소감도 전했다. "유지태 선배님은 대학 선배다. 어릴 때 영화로 많이 뵀다. 같이 하고 싶었었고 연극할 때 많이 찾아와 주셨다. 대면하면서 연기할 수 없지만 그 이후에 많이 친해졌다. 남자로서 배우로서도 정말 존경한다. 김윤진 선배님은 우리나라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가서 찍으셨다. 이렇게 많은 해외에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나는 감사한 시기에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 강도단은 비슷비슷하게 나이가 떨어진다. 서로에 대해 많은 힘이 되고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서로 대화로 많이 풀려고 했다. 전종서 배우와도 작품 하면서 이 친구의 매력을 알게 됐다.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고 느꼈다. 장윤주 누나의 긍정적인 매력 때문에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

'오징어 게임'에 이어 글로벌 대히트작 '종이의 집'의 리메이크 버전까지 출연한 박해수에게는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은 정말 경험할 수 있는 최고치의 경험을 선사해줬다. 한국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눈물이었구나 생각됐다. '종이의 집'도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저 말고도 좋은 배우 분들이 많이 있다는 부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돼 좋은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해수는 "파트1에서의 갈등요소가 파트2에서는 증폭된다. 원작과는 다른 해석으로 풀릴 것이다. 개개인의 돈에 대한 목적성으로 가기 위한 이유도 드러난다. 베를린이 폭주하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것이다"고 짧게 스포해 기대감을 안겼다.

러브라인은 없느냐는 물음에 "국장동지와 라인이 있다"며 "돈이라는 게 종이인데 사람의 계급을 만들 수 있다. 진짜 주인이 누군가 생각도 하게 됐다. 베를린과 강도단이 시즌2에서 얘기해야할 것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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