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3일만에 4위에 올랐지만 호불호 갈림
-한국 최초 우주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달 표면 발해기지 세트 등 리얼리티 더해 몰입감↑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쯤되면 배두나는 넷플릭스의 딸이다.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몰고 온 '킹덤' 시리즈에 이어 2021년 최고 기대작 '고요의 바다'까지 출연하며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배두나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감독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송지안 役 배두나/넷플릭스 제공 |
공개 하루만에 전 세계 7위로 진입, 3일만에 4위로 순위가 상승 됐지만 기대와 달리 '고요의 바다'는 호불호가 갈리며 혹평까지 받았다. 공개 후 스포츠w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두나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가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려는 편"이라면서도 "점점 좋은 평이 올라오고 있다. 피땀 흘려 만든 작품이 좋은 평을 받으니 기분 좋았다. 제가 작품을 고른 이유를 정확히 짚어준 평도 있었다"며 만족했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최초로 달을 배경으로 SF에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총 8부작으로 이뤄졌지만 그 시작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이었다. 극 1부로 나뉘는 1회부터 3회까지는 "고요하다" "지루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는 단편을 8부작으로 늘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배두나는 원작을 알기에 그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었단다.
"저는 원작을 보고 시나리오를 받기 때문에 시나리오 안에 있는 여백이 상상력으로 채워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렇다고 느끼지 못했다. 자극적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아니다. 고요한 바다에 수면 위로 파도가 치는 드라마가 아니라 수면 밑으로 파도가 친다. 심리묘사를 따라가면 무서워지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인간 캐릭터에 집중시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배우한테 집중하니 그게 실제로 느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송지안 役 배두나/넷플릭스 제공 |
"연기의 톤 앤 매너와 에티튜드를 결정하는 사건이 언니의 사건이다. 은둔형 외톨이 같은 캐릭터다. 그룹 속에 있을 때 잘 섞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언니를 잃었을 때의 공허함, 세상을 놓아버린 느낌이 가장 큰 발단이 됐다고 생각했다. 초반 씬 중에 골드 카드를 받는 장면이 있다. 그거 찍을 때 울컥한 장면이기도 했다. 첫날 그걸 찍고 지안의 마음이 생겨버렸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6회 인트로 씬은 '송지안'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에 가장 좋아한단다. "우주로 가기 전에 훈련을 받고 AI와 인터뷰하는 씬이 있다. 그동안 왜 지안이 차가워보이고 이탈하는 것 같고, 은둔형 외톨이같고 살짝 방해가 되는 인물인가, 걸림돌이 되는 것 마냥 느껴졌던 인물이 무표정함 속에서 어떤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씬이라 좋았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달 표면과 질감은 미디어에서 봐왔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리얼리티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배우, 제작 스태프들의 노고로 완성됐기에 배두나는 완성된 '고요의 바다'에 만족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송지안 役 배두나/넷플릭스 제공 |
리얼한 '고요의 바다' 세트장은 몰입하기에 좋았다. 처음 우주복을 입은 순간, 그리고 누리 11호를 발사하는 장면은 찍을 때 감동적이라 스태프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단다. 이후 달에 불시착하는 우주선 추락 씬엔 리얼함을 더하고 싶어했다. "대부분의 씬을 우와 하면서 봤다. 아쉬운 씬은 우주선에서 추락해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좀더 리얼해 보이고 싶어서 와이어를 달고 매달려서 촬영했다. 안전벨트 하나 잡고 기압차 때문에 소용돌이 치는 장면에서 제가 (와이어를) 조금 느슨하게 해달라고 했다. 몸무게를 느끼면 얼굴이 더 힘들어보이겠다 싶었다. 근데 결과물은 하나도 안 나왔다. 기대보다 제가 안 힘들어보였고 위에 팔 뻗을 때 다른 배우가 더 힘들어보이더라. 하하."
촬영 전 배우들은 10kg의 우주복을 입고 저중력, 와이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저중력과 달이 지구의 6분의1이라고 해서 다큐에서처럼 뽕뽕 뛰는 느낌이 아니라 힘들게 전진하는 모습을 느끼게 하고 싶어했다. 유영하는 느낌을 내려고 했다. 촬영장 조건 상 모두가 다 와이어를 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설진 안무가님이 계셨다. 루나의 몸짓이나 저희의 저중력 몸짓을 그분이 다 만들어주셨다. 만들어주시고 같이 연습하면서 만들어냈다."
세트장은 파주에 마련됐다. 배우들은 촬영 기간인 7개월 내내 파주로 출퇴근을 했다. 세트장 작업의 장점은 동선이 간결하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의상도, 장소도 큰 변화가 없기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두나는 촬영장에서 와플을 직접 구웠다. "제가 원래 먹이는 것을 좋아한다. 7개월 찍었는데 로케이션이 아니라 세트 촬영이라 편하기도 하지만 출근하는 장소가 똑같다. 매일 다른 감정선을 찍고 스태프들도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분장을 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고요의 바다' 때문에 와플 기계를 샀다. 하루에 100개씩 구웠다. 촬영장에 냄새가. 하하. 근데 3일만에 망가졌다. 가정용 기계로 하루에 100개씩 구우니까 감당을 못하더라. 살려보려고 했는데 아쉬웠다(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송지안 役 배두나/넷플릭스 제공 |
김선영 선배님을 팬으로서 많이 봐 왔다. 되게 멋있다 생각했었다. 실제 만나서 촬영해보니까 씬 별로 촬영 할 때 관통하는 눈 자체가 다르다. 배우보다 연출가스러운, 관통하는 지점이 날카롭다. 진짜 멋있었다. 멋있다 생각했다. "
정예 부대 팀원은 아니지만 극 후반부 등장하는 '고요의 바다' 신스틸러이자 히든카드 '루나' 역의 아역배우 김시아에게는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루나 포획 장면에서 아기처럼, 애처롭게 우는 장면도 명장면으로 꼽았다. "시아는 정말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한다. 제가 장난으로 천재라고 했었다. 그게 기술적으로 이 친구가 영악하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 담대하고 대담하게 연기한다. 그게 경험치가 쌓인 어른 배우분들이 할 수 있는 대담함이다. 연기의 에센셜, 핵심만 보는 느낌. 제가 1호 팬이었다. 김시아 캐스팅 됐을 때 쾌재를 부른 사람이 저였다"면서도 시아가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작자로서 만난 배우 정우성은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오셨다. 매일 오시는 제작자분은 처음봤다(미소).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은 처음봤다. 제작자가 아니라 스태프처럼. 다른 제작자처럼 의자에 앉아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서 하시더라. 특히 배우라서 배우를 이해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게 느껴진다. 챙겨주려고 하시고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송지안 役 배두나/넷플릭스 제공 |
"저는 제가 먼저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의 말이나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이 경험한 것들보다 먼저 하고 깨우치는 것을 좋아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해봤다. 오히려 내가 먼저 경험을 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이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면 그게 가장 뿌듯한 일일 것 같다(미소)."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넷플릭스와 작업 늘 '존중'을 느낀단다. "창작자를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돈만 주고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센스8'부터 함께 했다. 창작자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부분이 놀라운 지점이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줬다. 한국 넷플릭스도 그랬다. 조금 더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이 있다."
'고요의 바다' 촬영 후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류 의식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드라마는 환경 문제부터 윤리 의식 등을 던진다. 그 중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됐다. 나는 슈퍼 히어로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인류를 구원하는 것. 나를 희생해서 인류를 구원하는 것보다 나 개인이 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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