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불한당' 변성현 감독과 재회...이선균과 첫 호흡
-실존인물 모티브 부담, 연설 장면 촬영 전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가 설 극장을 찾아온다. 지난해 3월 '자산어보'로 첫 흑백영화에 도전, '박하사탕'(2000년) 이후 19년만에 다시 청룡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선을 앞두고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킹메이커'로 돌아온 설경구는 '불한당' 변성현 감독, 제작진과 다시 한번 시너지를 선보인다.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W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役 설경구/메가박스중앙 (주)플러스엠 |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 변 감독을 비롯, 제작진과 다시 만났다. 이를 제안한 사람이 설경구였다. "'불한당' 때 1+1로 받은 책이다. 정치 이야기라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변 감독이 자꾸 김운범 역할을 해줘야한다 길래 '불한당'부터 찍자고 했었다. '불한당' 촬영하면서도 굉장히 새로웠었다. 그 당시 촬영장 가는게 궁금할 정도였다. 이 팀과 같이 하는게 어떨까 싶어, '불한당' 팀 다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조수들은 바뀌기는 했지만 팀은 다 같이 함께 하게 됐다. '불한당' 때보다는 서로 수월하게 작업을 했다."
설경구의 변 감독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차기작 '길복순'도 촬영 중이다. 이쯤되면 '페르소나'다. 설경구는 웃으면서 "변성현 감독은 늘 궁금하다"고 했다. "변성현 감독은 제가 '불한당' 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였다. 그래서 '킹메이커'도 구체적으로 수락 안 한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하게 됐다(웃음). 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것 같다. '킹메이커' 같은 경우도 역사적인 배경은 그대로 간다. 다 뒤져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은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다. 저는 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차기작 '길복순'도 같이 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작품들이 성격이 다 다르게 재밌는 것 같다. 계속 끊임없이 다른 소재를 파는 사람 같아서 그 궁금함이 있다. 저를 버리지 않는 한 신선한 새로운 이야기가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또 제의가 오면 할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경구가 연기한 인물은 실존인물 故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에는 실명이 써 있었고 부담감을 느낀 설경구 때문에 '김운범'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설경구는 정치인이 아닌 인간 '김운범'의 소탈함에 집중했다. "김운범은 소탈하고 리더쉽 강하고 카리스마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물같지만 저는 그런 좋은 단어의 말들이 캐릭터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 김운범에 집중했다. 대선 후보가 되서도 '내가 언제 그랬다고 혀, 언제'라고 한다. 서로 친구같이 하지만 서창대에 '자네 준비 됐는가' 할 때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 저는 인간에 집중을 했다. 극 중 서창대가 목포 선거현장 찾아와서 둘이 대화할 때 '저는 필요할 때만 빼 쓰는 곶감 단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 사람도 필요에 의해 서창대를 썼다. 그건 작은 국회의원 선거라서 가능했지만 대선판이 될 때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헤어지게 된다. 대쪽같지만 쓸때는 써야하는, 필요에 의해서 쓸 수밖에 없는 인물에 집중을 하게 됐다."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役 설경구/메가박스중앙 (주)플러스엠 |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役 설경구/메가박스중앙 (주)플러스엠 |
"내질러야하고 선동적이고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당시 자료를 보면 대선의 경우는 100만 인파 앞에서의 연설이었다. 그런 기억들을 되살렸다. 무대차 같은데서 하는게 아니라 집에서도 숙소에서도 못하다가 속으로만 톤을 계속 반복하다가 촬영장에서 해버렸다. 장충단 공원에서저는 막 질러보고 내 톤이 맞나를 보고 인파와 내 연설이 맞닿아지는가 확인하고 수정했었다. 질러대는 연설이고 호소를 해야하고 '호소합니다'라고 한다. 그런 연설이 많아서 연설 장면 있으면 2~3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쌓였다.
목포 연설 장면은 원씬 원컷으로 풀부터 줌인으로 카메라 들어오는건데 제 맘대로 할 수 없는게 연설 마지막과 카메라가 맞아야해서 너무 쉽지 않았다. 거리와 시간을 계산을 해야했다. 두 번 영화를 봤는데 아직도 연설 장면은 쑥스럽다."
▲영화 '킹메이커' 김운범 役 설경구/메가박스중앙 (주)플러스엠 |
앞서 '불한당' 촬영 당시 변 감독은 설경구에 슈트핏을 강조하며 줄자로 팔 두께를 잴 정도로 세심한 디렉팅을 선보였다. '킹메이커'에서는 "배바지와의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70년 대선과 60년대 말로 시대가 분명하다. 당대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렇게 입힐 것이라고 얘기했다. 자료가 분명했고 배바지를 많이 입었다. 배바지를 입고 있다가도 불편해서 허리 라인을 살며시 내리면 어느샌가 와서 다시 바지를 올리게 했다. 그 싸움이었던 것 같다. 너무 불편했다. 근데 그 시대에 오히려 멋쟁이들이 많더라. 초반엔 큰 덩치를 원해서 살을 찌웠다. 근데 두턱이 되는 것은 싫다더라. 한 턱을 강조해서 영화 초반에는 살 오른 모습이 나온다. 바로 살을 빼서 촬영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