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들의 블루스' 최영준 "이제 내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 생겼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5 15: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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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최영준은 tvN '아스달 연대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악의 꽃', '빈센조', '마인',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연달아 tvN 히트작이 필모그래피 반을 차지하며 'tvN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가장 최근 출연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며 안방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최종회는 14.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영준은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2'의 흥행과 더불어 대세로 떠오른 배우 박지환과 웬수이자 절친 호흡으로 안방을 웃음과 눈물로 적셨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호식 役 최영준/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종영 후 강남 모 카페에서 만난 최영준을 만났다. 그는 "진짜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노희경 작가님의 글을 읊어 보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 기회가 빨리 왔다. 정말 내 인생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오디션 제의를 받은 작품이다. "오디션을 보고 나오는데 대학로 선배를 만났다. 진짜 연기 잘하는 선배인데, 그 형이 나가니 또 잘하는 형이 왔다. 아 나는 틀렸구나 생각했다. 너무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오디선 보고 나서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연기 영상 몇개를 찍어서 보냈다. 정말 잡고 싶었다."

최영준의 간절함이 통했다. 그가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김규태 감독이 미팅을 제의했다. 최영준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정말 눈물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원호 감독님과의 작업도 너무 좋았는데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저는 오랜 무명생활이 있어서 잘 된 배우들의 행보를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빈센조' 후 다음 스탭이 필요했다. '내가 배우 최영준이다'라는 증명을 해야했다. 근데 '우리들의 블루스'가 왔다.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정말 눈물났다."

처음 접한 노희경 작가의 대본집은 문학책 같았다. "제가 씬을 아직 잘 읽을 줄 모른다. 생소한 느낌이 있어 열 댓장은 읽어야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가님 대본은 문학책 같았다. 대본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대사가 너무 좋아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상상하면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호식 役 최영준/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최영준이 분한 방호식 캐릭터는 실제 성격과는 달랐다. 그는 "저는 도박을 증오한다"면서 웃었다. "배우는 연기할 때 좋은 사람도 되고 나쁜 사람도 된다. 호식이는 본인이 힘들고 엉망으로 살았어도 어떤 시점부터는 그 삶을 버리고 난 딸을 잘 키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런 명면이 좋았다. 그걸 배우고 싶었다.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 설렜다. 특별히 준비한 건 사실 없다. 도박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는 도박을 증오한다. 살면서 실수한 것들을 불편하지만 다시 생각해봤다. 리마인드 해보기도 했다."

호식은 극 중 인권(박지환)과 절친이었으나 웬수가 됐다. 호식은 딸 방영주(노윤서)가 인권의 아들 정현(배현성)의 아이를 가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결국은 인권과 화해하게 된다. 인권으로 분한 박지환과는 사랑하는 사이란다. "실제 통화할 때도 '내 사랑'이라고 한다. 지환은 '자기야'하고. 상대가 지환이라서 배운 게 많았다. 연기적인 부분이나 대처도 그렇고 인간적인 면까지. 저는 살면서 실수를 하면 스스로를 탓하는 편이다. 그게 쌓여서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연기가 도피처 같은 역할이었다. 지환이는 저보다 몇 백 배는 당당한 사람이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본인이 말하는 것에 있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느끼는대로 말한다 늘 떳떳하다. 그 친구가 있는 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됐다."

신예 노윤서(영주 역)와는 부녀로 호흡했다. "윤서는 똑똑하고 배우로서 자질이 충분한 친구다. 조언도 해본 적 없다. 해 보고 싶은 대로 하자고 했다. 충분히 그걸 해내더라. 표현이 서툴 수 있지만 받기에도 불편함 없이 연기를 잘했다."

'제주도 방언'이라는 큰 숙제도 있었다. 하지만 딸 영주 덕분에 박지환보다는 좀 수월했다. "제주도 사투리를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온 적이 없다. 처음에 지환이가 제주 지역방송을 듣는다고 해서 도움을 받았다. 억양 찾는게 쉽지 않았다. 제주도 방언은 너무 생소했다. 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읽고 나서도 평가할 사람이 없다. 다행이도 딸 키우는 아빠니까 유순할테고 딸을 상대하다 보면 말이 좀 없어지지 않을까 합리화를 했다(웃음). 딸과 대화에는 사투리를 거의 안 쓴다. 요새 제주도 젊은 친구들도 사투리를 알긴 해도 안 쓴다고 하더라. 대본에도 딸과의 대화에서는 사투리가 거의 없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호식 役 최영준/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주도 촬영은 4개월 가까이 이뤄졌다. 최영준은 "우리 에피소드 촬영 슛이 들어가고 3일만에 임신 사실을 알고 울음 바다를 찍었다.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다. 다짜고짜 울고 싸워야했으니. 근데 나중에는 찍어놓길 잘했다고 지환이한테 말했다. 그때 외에는 마음놓고 놀면서 여유롭게 찍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제주도 숙소 미스터리 한(?) 경험담도 전했다. "4개월 정도 촬영 중 3개월은 거의 제주도에서 살았다. 초반에는 호텔 창문을 열면 바다 가 있어서 좋았다. 근데 한 달 쯤 지나면 뷰가 좋은 감옥이 된다. 촬영이 끝나갈 때쯤, 방에서 지인이랑 소주를 먹었는데 바퀴벌레가 나와서 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 바퀴벌레가 아니라 야자수 벌레라고 하더라. 그래도 바꿔 달라고 해서 바꿨다. 근데 중간에 비가 오고 촬영 일정이 두 어번 바뀌어서 일주일 꼬박  있었던 적이 있다. 방에만 있었는데 두 번째 날부터 잠이 그렇게 안 오더라. 그러다가 다음날 갑자기 내 방에 있던 호텔 유리컵이 깨졌다. 뒤집어 놓은 컵인데 혼자 깨졌다. 그때 무서워졌다. 주섬주섬해서 치웠다. 다시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 다음날은 새벽 4시에 잠이 간신히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깨고 바로 출입구를 바라보게 되더라. 그게 촬영 말미였다. 그 일정 즈음해서 숙소가 무섭더라. 그래서 숙식을 하지 않았다. 한 5일 동안 10시간이나 잤나 싶을 정도로 잠을 못 잤다."

작은 역할임에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공감가는 캐릭터로 극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대중에 많은 사랑을 받는 최영준. 그의 연기관은 '대본에 충실하자'다. 그렇기에 애드리브와 상상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저는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서 연기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감이 가거나 이입이 되면 보고 아니면 보지 않는다. 그건 배우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다. 연기는 배우 스스로의 영역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는 제각각이지만 배우는 그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깊게 한다. 그 기반의 시작이 대본이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호식 役 최영준/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대본에는 작가님, 감독님이 원하는 것들이 다 쓰여있다. 쓰여지지 않은 전사를 만드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창작으로 생각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저는 그게 위험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걸 믿고 연기한다면, 물론 현장 촬영 전에 상의가 된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배우는 1이라는 할당량이 주어진다. 1만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베테랑 배우들은 1을 해내면서 녹여내는 것이다. 하지만 1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α(알파)로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저와 제 주변의 배우들은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α라는 애드리브는 녹여내는 것이지, 1에서 더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애드리브를 굉장히 싫어한다. 대본에 쓰여지지 않은 애드리브와 상상은 민폐이고, 작품을 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영준은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자신감도 생겼다. "저는 오직 연기만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산다. 연기밖에 모른다. 잘한다 못한다 평가를 떠나 이것밖에 모르고 살았다. 이제 내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기존에 해 온 것에 비해 저를 더 많이 드러내서 연기한 것 같다. 결과물이 나쁘지 않으니까. 내꺼 해도 괜찮구나. 스스로 납득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보다는 주어진 캐릭터에서 다른 표현법을 생각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종영 후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 오수재(서현진 분)의 조력자 윤세필로 출연 중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 색다른 것을 찾는다. 저는 손에 잡히는 것을 먼저 잡는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대신 표현법에 대해 고민한다. 저라는 배우한테 바라는게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한다. 특별한 것도 보고 싶을 수 있지만, 마치 나를 대변해 달라고 하는 것 같다. 저는 인간적인 공감을 얻고 싶은 부분이 있다. 판타지든지, 만화든지, 어떤 장르, 작품이라도 사람으로서 공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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