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가족도 지인도 없이 갓 출소한 사람에게 새로운 목표는 열망과 집착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게 원래 자신의 몫이었다면 말이다. 얼굴 어디에도 감정의 동요는 없으나, 그 누구보다 뜨거울 수 밖에 없다. '리볼버'의 전도연 이야기다.
7일 개봉한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리볼버'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리볼버'는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무뢰한' 이후 재회한 작품이다. '리볼버'라는 제목으로 액션 영화를 기대했으나, 액션보다는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캐릭터 무비다. 하수영의 복수여정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는 정윤선(임지연)부터 앤디(지창욱), 조 사장(정만식), 본부장(김종수), 형사 신동호(김준한), 그레이스(전혜진), 임 과장(이정재), 민기현(정재영) 등 특별출연 캐릭터들까지도 각기 다른 매력으로 재미를 전한다.
그 가운데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은 무표정, 무채색이지만, 가장 뜨거운 집착과 열정을 가졌다. 마치 불꽃 중 가장 높은 온도를 자랑하지만 색은 가장 차가운 '푸른 불꽃'을 닮았다. 출소 후 그의 어깨에 걸쳐진 푸른색 야구점퍼는 하수영 자체를 상징하는 느낌이다. 전작에서 본적 없는 무표정, 무채색의 전도연은 그 묵직함만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리볼버'야 말로 전도연이 전도연했다.
하수영의 출소를 가장 먼저 마중하는 이는 '정마담' 정윤선이다. 매번 화려한 색채감 있는 의상으로 눈을 현혹 시키는 인물이다. 그는 "요만큼만 언니 편"이라고 말하며 진실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임지연은 극 초반에는 '더 글로리' 연진이가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어떤 작품보다 다채로운 표정으로 물 오른 연기력을 선보인다. 찰나의 순간, 조커의 표정까지도 담겼다. 강자에게는 한 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상대에 따라 말투와 태도가 변하는 모습은 '정마담'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리볼버'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무채색의 하수영과 정윤선은 극과 극의 매력이나, 정윤선은 과거 하수영과도 닮아있다. 과거 하수영은 경찰이지만 강렬한 색채의 의상과 색조 화장을 했다. 수영은 불법적으로 뒷돈을 받고, 가정이 있는 임 과장과 부적절한 관계임에도 그와 함께하는 '행복'을 목표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모텔방에서 임 과장이 남겨둔 위스키를 정윤선과 함께 마시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얼음이 가득 담긴 물병에 위스키를 가득 넣어 희석하는 모습이야말로 하수영과 정윤선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전도연, 임지연의 워맨스 케미가 눈을 즐겁게 했다면, '향수 뿌리는 미친개' 앤디를 연기한 지장욱은 독보적이다. 한 마디로 눈이 돌아있는 광인 앤디는 묵묵히 자신의 몫을 받아내기 위해 리볼버를 채우는 하수영의 총구가 멈추는 최종 지점이기도 하다. 앤디는 상대의 화를 돋우는 포인트를 가장 잘 공략하면서도, 누구보다 세상 지질하다. 대사의 80%가 비속어 투성이인, 지창욱의 눈이 돌아있는 광기 어린 '돌아이' 연기는 압권이다.
각 캐릭터의 매력이 도드라지며 영화는 묵직하지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긴다. 앤디와 정윤선, 조사장의 조합은 영화가 가진 느와르의 매력에 반전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말이 필요없는 열연에 비해 극의 개연성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그레이스는 게이트의 중심에 선 권력을 지닌 인물임에도 하수영에 고작 7억을 주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아이러니 하다. 후반부 몇몇 장면은 미쟝센이 눈길을 끌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조용해서 하수영 복수의 여정은 곳곳이 지루함을 안긴다.
그럼에도 엔딩이야 말로 '리볼버'가 가진 최고의 자랑이라 칭하고 싶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엔딩은 하수영이 달려온 모든 여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비로소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상영시간은 114분, 15세이상관람가다. 8월 7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