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
"부산과 저 이정협, 모두 힘들게 1부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부산 아이파크가 드디어 상승세를 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5년 만에 1부로 승격한 부산은 지난 주말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8라운드에서 김문환의 결승 골을 앞세워 그토록 기다리던 시즌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부산의 간판 공격수 이정협(29)은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문환이한테 승점 3을 가져다줘서 고맙다고 했다.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라 그냥 웃고 말더라"라며 웃었다.
버티고, 또 버텨서 따낸 귀중한 1승이다.
부산은 이길 경기에서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패배하며 일찍부터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승격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당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정협은 "다 이길 수 있는데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진 경기가 많아 아쉬움이 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몸으로 팀에 복귀해 최전방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이정협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호물로 등 동료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준 이정협의 팀 공헌도는 그가 올 시즌 넣은 3골 못지않게 값지다.'
이정협은 "경기장에서는 아픈 것도 못 느끼지만 무리하면 경기 후 통증을 느끼곤 한다"면서 "최전방 공격수로서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되기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울산 현대와 3라운드 경기에서 다리에 쥐가 오르는 것을 참고 풀타임을 소화하며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이후 줄곧 선발로 나서서 2골과 1도움을 추가했고, 17일 대구FC와 7라운드에서는 두 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그는 "(오랜만에 1부에 왔더니) 기술과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2부보다 많고 경기 템포도 빨라 당황했지만, 지금은 다시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K리그1은 이정협에게 아쉬움 가득한 무대다.
2013년 1부에 있던 부산에 입단하며 프로로 데뷔한 이정협은 이후 상주 상무와 울산, 다시 부산 유니폼을 차례로 갈아입으며 1부와 2부를 오갔다.
상주 시절 까까머리 상병 신분으로 국가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크게 주목받았지만 '스타 대접'을 받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16년 '강호' 울산으로 이적했으나 30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쳤다. 이때부터 그에게 '2부 리그용 골잡이'라는 수식어가 더 자주 붙었다.
4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돌아온 이정협에게 2020시즌은 '1부에서도 통할 골잡이'로 평가받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려면 골을 넣어, 부산을 K리그1 잔류로 이끌어야 한다.
이정협은 "지난 시즌 2부에서 13골을 넣었는데, 올 시즌 1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서 "팀도, 나도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온 만큼,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