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미국여자축구대표팀(사진: EPA=연합뉴스) |
[스포츠W 이범준 기자]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남자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 지난 6년간 벌인 투쟁에서 승리했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축구연맹(USSF)은 여자 선수들에게 총 2천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2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여자 선수들의 은퇴 후 생활을 지원하고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미국축구협회는 또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월드컵 대회 보너스를 포함해 남자 대표팀과 같은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2019년 3월 8일 국제여성의 날에 즈음해 USSF가 남녀 대표팀의 임금 불균형 등 조직적인 성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소급분 임금을 포함한 6천6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28명 전원이 소송에 동참했다.
여자선수가 동일 수준 남자선수 임금의 38%가량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 여자 대표팀의 주장이었다.
남녀 대표팀이 1년에 각각 20경기의 친선전에 출전해 모두 이길 경우를 가정하면 여자 선수는 경기당 4천950달러씩 최대 9만9천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데 반해 남자 선수는 경기당 1만3천166달러씩 26만3천320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것.
월드컵 포상금의 경우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이 16강에서 탈락한 후 협회로부터 총 540만 달러에 달하는 포상금을 받았지만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은 총 172만 달러를 받는 데 그쳤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든 선수들이 받은 금액도 남자는 1인당 5만5천 달러, 여자는 1만5천 달러였다.
하지만 여자 월드컵의 상금 규모가 남자 월드컵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기 어렵다는 게 그간 USSF의 입장이었다.
이같은 여자 대표 선수들의 소송 제기에 미국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2020년 5월 "경기당 임금을 보면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받아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선수들은 이같은 판결에 대해 불복, 항소했다.
당시 여자 대표팀 변호인인 몰리 레빈슨은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두 배나 많이 승리하는데도 여자 대표팀이 현재 충분히 수당을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남녀 동일임금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 판결로 여자 선수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번 판결에서 결정된 배상액은 당초 선수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 6천600만 달러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알렉스 모건, 메건 라피노, 호프 솔로 등 미국 여자축구 대표 선수 5명이 월드컵 무대에서 남자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연방 정부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시작된 미국 여자 축구 대표 선수들의 남녀 동일 임금 쟁취 투쟁은 6년 만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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