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택배기사' 안방에 배송된 황폐한 한반도, 그 속에 피워낸 유토피아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4 0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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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산소를 배달 받아 사는 세상, QR 코드로 신분을 입증하는 세상, 택배기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아포칼립스 세계가 펼쳐졌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를 통해서다. 수 많은 영웅 서사가 그렇듯이 스토리는 특별할게 없는 권선징악이다. 다만 사막화 된 한반도를 구현해 낸 기술력과 몰입도를 높인 캐릭터 덕분에 6개의 시리즈가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지난 12일 공개된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스틸

이야기는 40년 전 지구를 혜성으로 인해 급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한반도에는 단 1%의 사람들만 생존한 가운데, 이들은 천명그룹에 의해 산소마저 통제돼 살아간다. 여기에 계급까지 나뉘었다. 선택받은 이들이 살아가는 특별구역과 푸른 녹음이 존재하는 코어구역, 그리고 직육면체 주거지가 즐비한, 산소를 배달시켜 살아가는 일반구역, 그 어떤 혜택은 커녕,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난민들이 사는 지상으로 나뉜다.

전설의 택배기사 5-8은 난민 출신으로, 계급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꿈꾼다. 그런 5-8을 보며 난민이지만 일반 구역에서 사는 사월은 택배기사를 꿈꾼다. 사월을 숨겨주며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군 정보사 소령 정설아(이솜)와 천명그룹의 극악무도한 권력자 류석(송승헌)까지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이에 5-8을 우러러 보며 택배기사를 꿈꾸는 사월의 성장사가 1부를 장식한다면, 2부에서는 계급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천명그룹의 류석(송승헌)에 맞서는 5-8을 필두로 한 택배기사와 군인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그렇기 때문에 서사는 자연스럽지만, 6회까지도 특별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드물어 다소 지루함을 안기기도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스틸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가 구현해 낸 사막화된 한반도는 보는 내내 몰입도를 높인다. '택배기사'의 사막 지역은 5만 평이 되는 공사 부지에 모래를 깔고 약 1km의 흙으로 도로를 만들어 카체이싱 장면 등 여러 장면을 촬영했다. 배우들은 주로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 이외 VFX로 채워진, 놀라운 비주얼의 향연이다. 특히 황폐해진 서울 한복판에서 카체이싱을 펼치며 총격전을 벌이는 택배기사 선발전 씬은 몰입도를 높인다. 높은 빌딩으로 주름잡았던 강남대로 주변, 두동강 난 남산타워, 폐허가 된 채 방치된 잠실롯데타워 등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택배기사'는 액션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액션 씬의 정점은 6회의 코어구역 진입이다. 류석의 악행이 심해지자 결국 택배기사들은 코어 구역에 진입한다.이들이 청정구역인 코어지역에 달을 찢고 입성하는 모습은 '택배기사'의 백미다.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 아래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며,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세계를 찢어버리는 듯한 연출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LED의 등장이야 말로 신의 한 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우빈이 있다.
 

김우빈은 전설의 택배기사 5-8에 안성맞춤이다. 헌터를 뚫고 택배를 배달해야 하기때문에 상대를 압도하는 포스부터 카리스마와 묵직함이 포인트다. 홀로 다수를 상대하는 액션 씬이 다수인 김우빈은, 그 어떤 상대도 제압할 수 있는 날렵함으로 다채로운 액션 씬을 소화해냈다. 사월로 분한 강유석은 오디션 합격 당시 감독이 '액션괴물'이 되라고 했다고 밝힌 바. 강유석이 유연하고 가볍게 액션을 소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사월 캐릭터에 어울리는 액션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는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총잡이 솜'으로 불리고 싶다던 이솜의 총기 액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스틸
 

송승헌이 분한 류석 캐릭터는 서사가 가장 아쉽다. 그의 부친인 류 회장(남경읍)이 죽은 후 주변이 서서히 암전된다. 이는 천명의 유일한 희망이자 빛이 사라졌다는 것, 본격 난민을 향한 류석의 악행이 더 이상 걸림돌이 없어지고 암흑만이 남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송승헌은 류석만의 이유와 목표가 분명하다며 연민의 캐릭터로 봐달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을 듯 싶다. 그의 악행은 과거 우리의 뼈 아픈 역사까지도 떠오르게 할만큼 극악무도하다.

또 5-8의 과거 회상 씬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5-8이 천명그룹의 악행 속 홀로 살아남은 난민이라는 사실만 확일할 수 있을 뿐, 그가 전설로 등극하게 된 서사는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모은다.

그럼에도 각 캐릭터로 분한 김우빈, 강유석, 송승헌, 이솜, 김의성, 이주승, 노윤서, 이성욱, 짦지만 강렬한 진경까지도 배우들은 제 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인다. 5-8의 든든한 오른팔인 4-1로 분한 담백한 매력의 이이담은 '택배기사'가 발굴한 신예다. 또한 진경은 전작인 넷플릭스 '퀸메이커'의 3선 의원 서민정을 연기했던 바. '택배기사'에서는 대통령으로 등장해 의도치 않게 세계관을 연결 시키며 재미를 안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택배기사'는 사막화된 세상에서도 홀로 꿋꿋이 식물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뚝딱할배(김의성)로 희망의 메시지까지 전한다.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에 녹아든 배우들 명연기와 황폐화된 서울의 비주얼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택배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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