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윤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서 만난 선물같은 작품"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8 06: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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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살다보면 한 번 쯤 암초를 만날 때가 있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할 것이다. 그때 배우 조윤서는 '휴식'을 택했다. 숨고르기 하며,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연습 하듯이 다시 한번 한 계단 한 계단 밟으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그 결과,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리며 숨가빴던 이전과 달리 그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선물같은 작품을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데뷔 10년차에 배우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수학을 포기한 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첫주 1위를 기록하며 답답한 코로나19 시국에 소소한 힐링을 안기고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보람 役 조윤서/쇼박스
 조윤서는 극 중 하고 싶은 피아노를 그만두고, 대한민국 상위 1%의 자사고에 다니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보람으로 분했다. 보람은 한지우의 같은 반 친구로, 닫혀있는 한지우를 끊임없이 두드리는 일명 '물음표 살인마'다. 오랜 시간 보람 역을 위해 오디션을 진행한 끝에 조윤서가 캐스팅됐다.  조윤서는 박 감독과의 오디션에서 피아노를 잘 치냐는 물음에 무조건 잘한다고 대답했다. 실제로는 피알못(피아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거짓말을 "베토벤까지 친다"고 했었다. "오디션에서는 무조건 잘한다고 하는 버릇이 있다. 캐스팅 될 지 몰랐다. 근데 캐스팅이 됐다. 정말 펑펑 울었다. 감독님도 피아노를 잘 모르시더라. 보통 '바이엘'이나 '체르니'를 말하는데 '베토벤'을 친다고 하니 잘 치는 줄 아셨다. 그래서 '파이송' 연습에 매진했다. 음표조차 볼 줄 몰라서, 피아노 전공한 제 친구가 계이름을 적어주고 저는 통으로 외우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파이송'은 피아노 전공자조인 그의 친구 조차도 연습해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곡이었다. "친구가 연습해서 쳐야하는 곡이라고 하더라. 정말 다 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말고 외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계이름을 다 적고 손가락 번호를 다 눌러줬다. 메트로놈으로 bp80인데 15부터 시작을 했다. 8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 매일 6~7시간 꾸준히 연습했지만, 촬영 일주일 전까지 BPM 80까지 올라가지 않았다. BPM 75에서 진전이 없어 위기를 맞기도 했다. "75에서 진전이 안되더라. 손가락이 꼬여서.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해면서 마지막 일주일 정도를 한달동안 매일 출근을 했다. 5시간씩 쳤다. 그 친구가 나 입시 때도 이렇게 안했다고 아대 차고 그렇게 피아노 치고 촬영 당일 전날까지 80이 버거웠다. 큰일났다고 느꼈는데 초인적인 힘으로 그걸 쳤다. NG도 안났다. 초인적인 힘으로 손가락이 움직이더라.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보람 役 조윤서/쇼박스
 모든 영화 촬영이 다 끝난 후 박 감독에게는 사실을 고했단다.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감독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제는 배우를 안 믿는다고 하시더라. 하하. 이제 오디션장에서 실력을 검증하시겠다더라. 촬영 때 감독님이 저를 항상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라고 소개하셨었다. 부담이 되더라. 그래도 해야했다. 손가락 타이트 샷 부분은 디테일이 힘들 것 같아서 대역을 요청했다. 잘 둘러댔다. 감독님께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고 어필했더니 손에서부터 얼굴로 틸업되는 샷을 넣어주셨다. 정말 뿌듯했다." 실제 박보람과 싱크로율이 높은 조윤서는 극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이었다. 조윤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발머리로 10대의 외형을 갖췄다. 무엇보다 실제 고등학생들을 보며 공부했다. "저희 집 앞에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10대 친구들의 템포나 제스추어, 말투, 텐션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친구들이 노는 거 보면 텐션이 굉장히 높더라. 그런 에너지를 풍기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실제 고등학생 같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조윤서는 최민식, 김동휘와 호흡했다. 대배우 최민식을 처음 만난 자리는 회식자리였다. "비현실적이었다. 캐스팅 확정 이후에 회식 자리에 갔는데 선배님이 '네가 보람이니?'하는데 그 상황이 영화같더라. 눈 앞에 앉아서 내 이름을 불러준다는게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대본 리딩하는 날 실감이 나더라. 선배님과 합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내가 대선배랑 연기를 하는구나는 실감이 났다. 첫 촬영이 아지트에서 해골 떨어진다고 하는 씬이었다. 조윤서는 최민식을 만나기 전까지 영화 속 이미지 때문에 그가 무섭게 느껴졌단다. "저한테 선배님은 제가 걱정을 많이 했다. 선배님 이미지가 영화속 캐릭터 이미지가 세다. 무섭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밝으시고 러블리하시다. 장난꾸러기다. 그게 다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저랑 동휘같은 후배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찰영 없는 날에도 통화도 자주하고 만나기도 자주 만났다. 서울 오시면 전화주시고. 굉장히 많이 친해져서 찍으면서도 긴장감 없이 편하게 찍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최민식 조윤서 스틸/쇼박스
 특히 최민식과 아지트에서 '파이송' 연주하는 투샷 촬영 전날은 한숨도 잘 수 없을 정도로 긴장했었다고 회상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숨도 못잤다. 근데 선배님께서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먹을 것도 주시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첫날이니까 많이 했다. 첫 테이크 간 다음에 모니터 보는데 선배님이랑 제가 투샷이 있는데 뭔가 마음이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한 앵글에 있다는게 마음이 뭉글뭉글해졌다." 그때도 울컥했단다. "선배님과 제가 나란히 호흡을 맞추고 눈을 마추고 연기를 해야한다. 붙어 앉아서. 저는 그 장면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 투샷을 남겼다는게 너무 영광이고 행복했고 내가 뭔가 내 연기인생에 무언가 하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때까지 다시 있을까 말까한 사건이라 생각했다(미소)."  한지우로 분한 김동휘와는 촬영 전부터 리딩하며 호흡을 맞췄다. "리딩 전부터 만났다. 동휘가 되게 잘 다가오고 잘 챙긴다. 동휘가 항상 먼저 연락해서 대본 이야기 하고 리딩하자고 했다. 실제 만나서 리딩도 많이 하고 캐릭터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일상 이야기도 나누면서 현장에서도 편하게 호흡했다. 촬영 하면서도 지우와 보람이의 친구 케미가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극 중 보람은 사회배려자 전형(비경제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과학실 아지트는 특별한 공간이다. 공간의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하나, 둘 과학실에 불이 켜지면 신비로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완성된다. 보람은 지우를 쫓다가 과학실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이학성을 마주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과학실 아지트 스틸/쇼박스
 "보람이한테는 의미 있는 곳이라서 많이 분석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떠올린 만하다. 작가님의 의도도 있었고, 아지트는 보람이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지우가 지우가 시계토끼 같은 존재였다. 호기심으로 따라가보니 신비한 공간을 마주한 것이다. 그 공간에서 신비한 일들이 일어났다.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수학을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연결하고, 지우가 변해간다.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있던 보람이가 그 공간에서 일탈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그곳에서만 피아노를 칠 수있다. 보람이의 앨리스는 아지트였다." 보람이에게 학교는 따분했지만, 실제 조윤서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너무 행복했다. 제일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다. 가장 많이 변화시켜준 곳이다. 아직까지도 고등학교 친구들이 가장 소중하고 고등학교 선생님한테 엄마라고 부른다. 3년 내내 같은 반에 같은 선생님, 기숙사 학교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 학교가 저를 많이 변화시켜줬다." 연기에 대한 흥미도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느꼈다. 고등학교 대학 진학을 위해 연극 무대를 처음 올랐고, 더블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함께 캐스팅 된 친구가 실력이 좋아서 매일 담당 선생님께 가서 대본을 외우는 방법부터 연기 포인트 하나하나를 알아갔다. 극 중 지우가 보람을 '물음표 살인마'라고 하듯이, 실제 조윤서는 '물음표 살인마'였다며 웃었다. "정말 '물음표 살인마'처럼 매일 연출 선생님 찾아가서 물어봤다(미소). 질문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께서 굉장히 온화한 말투로 매일 받아주셨다.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최근에 대본집을 정리하다 그때 썼던 노트를 발견했다. 정말 깜지처럼 까맣게 돼 있더라. 그렇게 공연을 올렸는데 연기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카타르시스를 첫 연기 때 경험을 했다. '춘향전'의 춘향이 역할이었는데 연기 중간에 춘향이와 제 자아가 겹쳐지는 듯한 느낌에 온 몸에 털이 서더라. 희열을 처음 느꼈다. 그래서 더 연기를 집중적으로 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보람 役 조윤서/쇼박스
 고등학교 때 뮤지컬학과였고 명지대 뮤지컬학과를 다니면서 본격 연기자의 길을 걷고자 했다. 하지만 실력자는 많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이채영의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데뷔의 행복감도 잠시, 뮤지컬 전공이라 촬영장의 연기는 또 달랐고, 촬영장에서 많이 혼나면서 결국 연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그리고 2016년 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촬영 당시 건강악화(혈관질환 수술)로 인해 중도 하차했다.  "그 전에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했다. 어릴 때 데뷔했는데도 항상 조급했다. 뭔가 빨리 일해야할 것 같았고, 쉬면 안될 것 같았다. 촬영을 끝날까봐 무서웠다. 무언가를 해내야 할 것 같았다. 수술 후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열심히 산 스스로에 회의감이 들더라.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 돈을 모으는 것도 부질없고 다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몸 상태가 호전됐지만 가치관은 완전히 뒤집혔다.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더라. 내가 내 삶의 중심이 됐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 필요한 것,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요즘 사람들처럼 '욜로'를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친구들과 여행을 한 번도 간적이 없었다. 친구들이랑 제주도도 가고, 일본도 가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알바도 그때 처음 해보고 중요한 것을 놓쳤구나 생각이 들더라. 아프니까 가족밖에 없더라. 화장실도 혼자 못 갔었다. 가족들에 대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다." 이전의 조급함을 버리고, 한 층 여유를 갖고 단역부터 다시 시작했다. 영화 '창궐'에서 후궁1이라는 단역으로, 드라마 '마인'에서는 비서 오수영으로 분해 3회 정도 출연했다. 그렇게 천천히 한 계단 씩 오르던 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만난 것이다. "제가 스크린에 나온다니, 일단 떨린다. 관객들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영화는 제목에 수학이 들어가지만 전혀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저도 촬영하면서 힐링을 느꼈다. 제 첫 상업영화이자 가장 긴 호흡을 한 영화다. 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선물같은 작품이다.이후에도 촬영 중인 작품들로 만나뵐테니 앞으로 많은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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