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우 "해방일지' 조태훈, 40대 인생캐...구씨 나도 끌린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3 0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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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나의 해방일지'에 '약해졌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라고 쓰고 싶다.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부터 벗어나고 탈피하려면, 나라는 사람에 자신감을 부여할 때 힘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데뷔 20년차 배우 이기우가 40대의 시작을 '해방'으로 열었다. 드라마 어디 한 부분인가는 공감할만한 모두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담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박해영 극본, 김석윤 연출)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그려내며 최고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 주말밤 안방에 큰 울림과 힐링을 안겼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이기우는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봤다. 점점 더 재밌어지고 깊은 울림이 생겨가는데 뭍으로 다시 올라오는게 아쉽다. 이 작품은 제 자신의 연기보다 다른 분들의 연기를 보는 맛과 그림 보는 맛이 있어서 끊을 수 없었다. 뭔가 계속 거기에 있고 싶은 느낌이 크다"고 아쉬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기우는 극 중 염미정(김지원 분)의 직장 동료 조태훈으로 분했다. 조태훈은 이혼 후 사춘기 딸, 두 누나와 함께 사는 인물이다. 싱글대디로서 집과 가게 회사만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인생을 자처한 그의 인생에 자신을 쉬게 해주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여자 염기정(이엘 분)이 나타난다.

조태훈을 비롯한 '나의 해방일지' 출연진은 MBTI 'I'로 시작하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다. 외향적인 성격의 'E'인 이기우에게는 이해 못 하는 게 재미였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박해영 작가님과 김석윤 감독님 연출이라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대본을 보는데 지문, 텍스트 하나하나가 좋은 그림을 연상케 했다. 근데 조태훈은 저랑 다른 사람이다. 대부분 출연진이 I다. 저는 E라서 이해 못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해는 안가는데 그림이 너무 웃겼다. 주변 I 성향의 지인들에 물으면, 너무 공감을 하더라. 그러면서 조태훈을 공부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조태훈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족을 비롯한 일상에 건조하다는 점이다. 이기우는 "가족들한테도 건조할 필요가 있을까. 현장에서 제가 좀 나쁜 사람이 되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출연 인물들이 말이 없다.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단어와 수식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태훈은 그걸 다 줄이고 안 한다. 그 부분을 가지고 감독님이랑 많이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께서 '네가 느끼기에 태훈의 대화 태도와 에티튜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람이 많다. 믿고 가라'고 하셨다. 딸과 가족들한테 까지 건조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 또 저는 남매들끼리 밖에서 만났을 때 모른 척 하는 것은 상상이 안되고 납득이 안 된다. 같이 지하철 안 타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근데 그게 현실 남매처럼 진짜 있다고 하더라. 저는 실제 형이랑 너무 친하다. 근데 나의 주관이 개입되면 캐릭터의 농도를 흐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기우의 입장에서 보는 것을 최대한 지양했다."

E로써 I성향을 이해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3~4회쯤에 김석윤 감독은 "이제 태훈이가 나오네"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이기우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말 수도 없어졌단다. "조태훈을 공부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I의 특성을 탑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제 성향이 묻은 조태훈이 나오기도 해서 다시 분위기를 전환하고 그랬다. 감독님께서 3~4회 촬영 쯤에 '이제 태훈이가 나오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말이 없어지더라. 저는 원래 마 뜨는 걸 못 참았다. 근데 그 정적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이야기하는 것 좋아하는데, 대본 외운 거 보면서 누가 말 안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갔을 때 현장에서 감독님이 리액션이 제일 좋았다."

태훈의 변화를 이끈 것은 기정이다. 기정은 그동안 자신의 인상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 간보고 쟤다가 이제 막판이니 아무나 사랑하겠다고 결심하고 태훈에 들이대는 인물이다. 올 겨울 삭발이든, 아무나 사랑하던지 둘 중에 하나는 꼭 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조태훈이 그 '아무나'를 자처한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제가 할게요. 아무나'라는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게 그렇게 비춰질 줄은 몰랐다. 솔직히. 우리 드라마가 가진 의외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방'이라는 단어나, 추앙, 이런 생소한 단어들이 주는 묵직한 임팩트가 많은 작품인 것 같다. '아무나'라는 단어도 그렇게 쓰일 줄 몰랐다. 그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연인으로 합을 맞춘 이엘과의 호흡 소감도 덧붙였다. "기정을 닮은 구석이 많은 분이다. 저와 나이 차이도, 키 차이도 별로 안난다. 서로 큰 배우가 와서 편한 부분이 있었다. 다리를 과도하고 벌리지 않아도 되는 수월함이 정말 무시할 수 없더라. 안락했다(미소). 편해진 상황에서 더 쉽게 친해졌다. 마치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본 사람처럼 현장에서도 캐주얼하게 잘 했다. 둘다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동물 이야기 많이 했다."

극 결말에서는 태훈, 기정은 연인으로 남았지만, 기정의 모친(이경성 분)은 우연을 가장해 태훈의 얼굴을 보고 밥을 사주고 세상을 떠났다. 미래의 사위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게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실제 해당 씬 촬영은 결말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단다.

"저보다도 이엘씨가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감독님도 큰일났다고. '저렇게 예쁘게 웃어버리셨다'라고 현장에서도 안타까운 반응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한테서 빛이 났던 거 같다. 이엘씨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어머니 분량 찍고 프레임 밖에 계실 때 이엘씨가 이제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셨던 것 샅다. 틈만 나면 이경성 선배님께 가서 손잡고 안고 그러더라. 그만큼 정도 많은 배우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이기우는 기정 모친의 장례식장이 그려진 14회 방영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기정 모친이 떠난 후 남겨진 인공관절이 등장했던 바. 이기우는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촬영 전에 대본을 읽고 접할 때 14회 첫 씬이 장례식장이었다. 13회 엔딩이 (기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화장하고 인공관절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너무 저 같았다. 제 아버지 생각이 되게 많이 났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썼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디엠을 많이 보내셨다. 코로나19라서 부모님 뵙지도 못하고 가신 분들, 또 임플란트는 따로 봉투에 담아서 준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가 나처럼 닿아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끼게 됐다. 저는 원래 방송 끝나면 원래 어머니한테 전화한다. 14회는 당일에 어머니한테 전화를 안 드렸다. 그 다다음날 연락을 드렸었다."

그러면서 이기우는 "저는 14회의 아픈 이야기가 닿았다고 느끼지만 중간중간 에피소드마다 닿아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마지막 버스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경기도민의 애환 등 공감 가는 이야기가 여럿 포진돼 있다보니 이야기가 퍼져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역시 박해영 작가님 극본답게 사람냄새가 많이 나고 대본으로도 느낄 수 있어서 시청자 분들도 그 따듯함에 호응을 주시는 것 같다"고 결말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는 해방일지를 쓰는 해방 클럽을 만들기 위해 초반에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들이 그려졌다. 나홀로족이 점차 늘고, 욜로족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회사에서 사내 동아리 가입을 집요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저는 회사 생활을 안 해봤다. 친구들한테 동아리가 있냐고 물으니 있는데 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하더라.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애 봐야지 무슨 동아리냐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사내 동아리 시스템이 보편화 돼 있다고 가정화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뒷부분에 결말에 좋은 엔딩과 그런 것을 고려해서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염씨 삼남매가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면서 그렇게 출퇴근을 하는 것도 사실 파 안 뽑아본 사람은 모른다. 농촌에 일손이 얼마나 부족한지, 그런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위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인기의 요인은 '구씨' 손석구라며 추앙(?)했다. "구씨. 구찌같은 남자다. 정말 너무 멋있다. 미국에서 NBA를 마친 남자가 드라마에 나와서 판치는데, 헐렁하고 목 늘어난 티 하나입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여심을 취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남자인 나도 끌린다. 구씨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우리와 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공감에서 우러나온 반응들이 깊고 진하다."

극 중 조태훈은 해방일지에 '약해졌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라고 쓴다. 데뷔 20년차인 이기우도 해방일지를 쓴다면 똑같이 쓰고 싶단다. 유기견 봉사활동을 통해 반려견 '테디'와 함께 살며 몇 년 전에는 강남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를 하며 해방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자본주의의 폐해, 물질 만능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었으나 20여년 동안 못 했었다. 이걸 2~3년 전부터 꾸준히 했고, 최근에는 행동으로 많이 옮기고 있다. 집도 경기도 한적한 곳으로 독립했다. 거기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 제가 벗어나고 해방하고 싶다는 부분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다. 저도 '약해졌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라고 쓰고 싶다.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부터 벗어나고 탈피하려면, 나라는 사람에 자신감을 부여할 때 힘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해방클럽을 함께 하고 싶은 동료로는 배우 박진희를 꼽았다. 동물도 좋아하지만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는 이기우는 "박진희 누나는 환경에도 관심이 되게 많다. 저도 누나한테 틈틈이 배워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직업 군에서 일한다는 것을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저로 인한 영향력. 그걸 선한 영향력을 했다 하고 표현하면 이 일을 하고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 누나랑 같이 공해로 더럽혀진 미세 플라스틱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役 이기우/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이기우는 '나의 해방일지'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대중적인 반응이나 화제성으로도 너무 감사한 작품이지만 현장에 갈 때마다 감독님 스태프들에 받은 인상들을 지울 수 없는 현장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은 단역으로 온 배우도 존중이 확실하시다. 현장은 바쁘고 시간대로 진행되야 한다. 감독님이 세세하게 챙길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실제 다 챙기셨다. 정말 진짜 멋있는 어른이셨다. 저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들의 남은 회차를 다 기억하셨다가, 얼마 안 남았으면 반사판을 더 대라고 해주신다. 그런 기회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말 제가 그 별을 딴 것 같고 감사하다. 그래서 감독님 작품을 또 하고 싶다. 어떤 역할이든. 작품을 통해서 조태훈이라는 좋은 캐릭터를 입은 것도 좋지만, 인간 이기우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너무 좋은 자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태훈은 말도 별로 없지만 이기우 40대의 인생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0년동안 2~30대를 태수로 살았는데 40대에 새로운 인생캐를 입혀주셔서 너무 감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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