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감독, '다모'-'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에 이어 또 한번 센세이션 일으켜
-원작 매력 살리면서 기존 좀비들과 특성 차별화 [스포츠W 노이슬 기자] 퓨전 사극의 시작을 알린 '다모'(2003)를 시작으로 '강마에 신드롬'을 낳았던 '베토벤 바이러스'(2008), 직접 쓰고 연출하며 개봉당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영화 '완벽한 타인'(2018)까지 매 작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온 이재규 감독이 또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리즈에 이은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전 세계에 다시 한번 K-좀비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후 10일 연속 글로벌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넷플릭스 |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연출을 맡은 스포츠W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인기를 실감하냐는 물음에 "얼떨떨 하다"고 했다. "제가 한 20년 전에 '다모'를 하고 '베토벤 바이러스'를 했을 때가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는데 그때와 비슷하다. 10년만에 신기하고 얼떨떨한 상황이다. 스태프, 배우들과 혼신을 다해서 만들었다. 우리의 진심들이 모이면 사람들한테 잘 전달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 신기하고 얼떨떨하고 그렇다."
'지우학'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 '추노'로 이름을 알린 천성일 작가 이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2년동안 각색해 드라마로 완성했다. "7년 전쯤 처음으로 웹툰을 접했다. 당시 독감이 심하게 걸려서 몸 져 누운 상태에서 3일 동안 두번 정도 정독했다. 저는 좀비물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좀비물을 가지고 이러한 극단 상황에 놓이게 되는구나 생각됐고, 학생들이 살고 죽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성인들과는 다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조급하고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드라마로 제작하게 됐다." 원작과 특별히 차별성을 두려고는 하지 않았다. "원작의 매력을 담아내면서도 원작을 보지 않고도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할 지를 고민했다. 영상물로 갔을 때 순화 시켜야 하는 부분들은 순화 시켰다." 하지만 공개된 드라마 '지우학'에는 좀비에 물린 이들의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면이 등장하거나, 학교폭력 묘사 등이 선정적이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감독은 "원작에는 훨씬 더 강하고 쎈 폭력 상황들이 있었다. 그걸 순화한 것이다"고 했다. "원작에서 귀남은 실제로 성폭력을 행하는 장면도 있다. 저희한테는 꼭 필요하지 않아서 순화했다. 은지의 상황의 경우는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 영상을 지우려고 한다. 그걸 보면서 뭔가 느낄 수 있길 바라서 넣었다. 모두 즐기시길 바랐지만 수면 아래의 이야기도 느끼길 바랐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우리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제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다. 나도 어느 순간 왜 그렇게 말하냐고 나무랄 때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있다. 폭력이 불편하고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학교를 통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폭력이라는 설정을 사용하게 됐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이 우주가 아닌 인간으로 설정됐다. "원작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우주에서 온 것으로 돼 있는데 저희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근원을 정했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새롭게 추가했다." '좀비보다 인간이 무섭다'는 메시를 담아 극은 갑자기 창궐한 좀비떼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생들의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권을 따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에 고립된 아이들을 생각하는 이들은 청산(윤찬영 분)의 모친, 소방관인 온조(박지후 분)의 부친 뿐이다. 또한 미혼모 희수는 갓 낳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묶어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다한다. "어른이 되면서 책임감을 갖게 되는데 일반적인 어른, 국가 시스템보다는 온조의 아버지, 청산의 엄마, 미혼모 희수를 통해 어른들이 실제적인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것, 그걸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 보통의 부모라는 이야기를 넣었다. 이야기가 다양한 시선으로, 구조적으로 잘 조합되서 관객들이 잘 느끼길 바랐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넷플릭스 |
"학교라는 일반적이고 규격화된 공간을 계속 다르게 보여지게 하기 위해 색감부터 아이들의 매치, 구성을 바꿔가며 변화를 주려고 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아이들이 있게 된 공간이 천장이 없는 옥상까지 올라가게 된다. 누군가가 같이 곁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원씬 원테이크를 사용하려고 했었다. 어마어마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희망을 잃은 아이들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잃은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 근데 옥상에서도 모닥불을 피우고 각자 이야기를 하며 아주 사소한 것을 얻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얻게 된다. 그 아이들 사이에 관객이 있는 것처럼 하려고 현장감이 살아있도록 하려고 많이 구성에 신경을 썼다."
'지우학'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시즌2다. 또한 이모탈인 귀남(유인수 분)을 끌어안고 추락한 청산을 살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청산은 온조에 고백했지만 답을 못 들은 상태에서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나선 것이기에 여운이 남는다. 이 감독은 "청산이 살아나는지는 알려드릴 수 없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청산이 죽을 때, '나는 이 학교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다' 할 때 모니터 보면서 많이 울었다. 속 마음을 꾹꾹 누르던 아이가 그렇게 하는 게 너무 슬프고 그 아이가 대견해서 많이 슬퍼서 울었다. 시즌2에서 청산이 살아나면 오히려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은 배역들이 시즌2를 간다면 어떨지 어렴풋이 그림도 있다. 시즌1보다 발전된 담론이 될 것이다.
시즌1이 롱런할 수 있다면 시즌2를 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시즌2가 된다면 인간 그룹과 대비되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주요한 흐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