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니 부모 얼굴' 김지훈 감독 "학폭 피해자 엘리베이터씬, 똑같이 하려고 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2 06: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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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무려 5년이 걸렸다. 촬영이 끝난 후 대중들에 선보이기까지. 하지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주 소재인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5년 전 완성된 작품이 여전한 사회적 이슈이고, 시의성을 띠고 있는 것은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렇기에 김지훈 감독은 더욱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다. 무려 5년만에 빛을 보게 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감독 김지훈)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휴가', '타워', '씽크홀' 등 재난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주)마인드마크
 김지훈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W와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5년동안 개봉이 연기되면서도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것은 '건우의 마음'이 관객들에 닿길 바랐다. 그래서 잘 버틸 수 있었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김 감독이 10년 전 우연히 원작 희곡을 접하고 영화화 한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의 동명의 연극으로 학교폭력을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 부모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김 감독은 직접 원작의 영화화를 기획하고 촬영, 편집까지 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아빠의 입장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만들어져야했고, 세상에 알려야했다.  "촬영할 때 저도 분노하면서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고통스러웠다. 지금도 영화를 상영하면서도 고통스럽다. 2018년 후반 작업 후 다시 작업한 부분은 없다. 3년만에 영화를 다시 보는데도 현재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서웠고, 마음이 아팠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강렬하다. 피해자의 아픔은 고려하지 않는 가해자 부모들이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런닝타임 111분 내내 관객은 답답함과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울분을 터뜨리게 된다. 김 감독은 나쁜 어른들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이 컸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주)마인드마크
 "세상의 모든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영화에 나오는 가해자, 피해자는 누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이 영화를 접하기 전까지는 저도 학부모의 입장에서 피해자 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가 이 영화 접하고는 가해자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아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아이에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접근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욕망을 바로 잡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제목처럼 우리의 문제이지, 아이들의 문제는 2차원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해자의 시선에 포커스를 뒀다." 가해자의 악행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해자 입장은 건조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폭 피해를 입고 홀로 남겨진 쓸쓸한 건우(유재상 분)의 모습은 심장이 미어진다. 특히 같은 동네 친구 남지호(노정의 분)가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발견하는 모습은 2011년 대구 집단괴롭힘 자살 사건 피해 학생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는 김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똑같이 하려고 했다. 그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고, 배우들의 감정을 이끌기 위해서 실제 해당 CCTV 영상을 계속 보면서 아픔을 공감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미안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 미안함이 크다. 특히 수영장 씬이나 사람을 개처럼 대하는 충격적인 장면들은 절로 눈물이 난다. 김 감독은 "건우 입장에서 '지옥같은 상황'이라는 것이 실제 일어나는 일이고 계속 벌어지고 있다. 더 심한 일이 있었는데 저희들이 선택해 표현한 것이다. 이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할 정도였다. 근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상황이 만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이렇게까지 찍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실제 건우한테 일어난 일이니까 과감없이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서 표현했다. 그게 끔찍한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관객들이 아파하길 바랐다"고 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주)마인드마크
 이에 학폭 가해자 강한결(성유빈 분), 도윤재(정유안 분), 박규범(박진우 분), 정이든(정택현 분)와 피해자 김건우(유재상 분)로 출연한 신인 배우들은 어려운 촬영을 해야만 했던 상황. 김 감독은 배우들의 부모님까지 촬영장에 함께 해 상황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촬영을 이어나갔다. "배우들의 부모님도 오셔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때 만 해도 촬영할 때 배우들의 심리 치료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도적으로는 없어서 아쉬웠다. 제가 공감했던 부분을 무조건 자극적이거나 재미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건우의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관객들에 보여줘야한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이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당시에는 저도 아파하고 아이들도 아파했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가해자 부모를 연기한 배우 설경구,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 등 성인 연기자들에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특히 도윤재의 부친 도지열로 분한 오달수는 가해 학생 부모 중 가장 악랄하다. 병원장이라는 지위를 악용하며 사건 은폐를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에 오달수 배우를 향한 시선까지도 곱지 못하게 된다. "오달수 배우는 희곡을 많이 하셨다. 관객들에 분노를 유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잠깐 했지만 가해자의 핵심 인물,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죄송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관객분들께서 영화를 보시고 함께 분노해주셨으면 한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주)마인드마크
 

가해자들의 악랄함에 관객들은 피해자의 입장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김건우 모친으로 분한 문소리의 법정 씬은 압권이다. "엄마의 아픔을 잘 전달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엇다. 문 배우님이 가진 완성도나 에너지가 연출자로서는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 있게 표현된 것 같다."

 가해자의 악행을 비추던 영화는 후반부에서 반전과 함께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현실임을 환기시킨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설경구가 분한 강호창이다. 설경구는 캐릭터에 이입한 나머지 법정 씬에서는 직접 대사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바. 김 감독은 엔딩 속 설경구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찍을 때는 저 조차도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찍었고, 설경구 배우에 제대로 된 디렉션을 주지 못한 상태였다. 그 마음을 연출자로서 잘 몰랐다. 상황과 배우에 의존했던 것 같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후  봤을 때 이 장면은 제가 원하는 장면을 배우님이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여러 차례 투자사가 바뀌고 6번 개봉이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오는 4월 27일 개봉하게 됐다. 재난영화 '타워'와 '씽크홀'을 대표작으로 하는 김 감독은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작을 내놓게 됐다. 그는 '김지훈 많이 반성했네'라는 평이 기억에 남는단다. "어떻게 보면 디스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분은 저한테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서 마음에 와 닿더라. 이 영화를 찍었다기보다는 제 진심이나 영화적인 고민에 대한 말씀을 해주신게 아닐까 싶다. 저한테 가지는 관객분들의 기대치가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5년전에 촬영했지만 감독은 이제껏 연출했던 스타일과는 다른 사회고발적인 영화를 내놓았다. 앞으로의 연출 스타일에 변화가 있을까 묻자 "간절하다"고 했다. "이런 영화일수록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묵직해야 하는데 저 자신도 영글어져야 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의도하려는대로 영글어졌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마음속에 노크가 있을 때 또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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