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가련형, 순수 이미지의 서은수가 확 달라졌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와 날렵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거친 언행과 털털한 매력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서은수의 모습이다.
15일 개봉한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감독 박훈정/이하 '마녀2')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개봉 날 26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 '마녀2' 조현 역 役 서은수/하이스토리 디앤씨 |
서은수는 초토화된 실험실을 빠져나온 소녀의 행방을 좇는 본사 소속사의 에이스 요원 조현으로 분했다. 데뷔 후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 서은수는 언론 시사 후 쏟아지는 호평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개봉 전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제 단점도 많이 보였는데, 지금까지 아예 보여드리지 못한 얼굴이 나오더라.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저는 그냥 흙바닥에 얼굴을 그냥 박았다"며 미소 지었다.
서은수는 역대급 변신으로 인생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평을 얻었다. 서은수와 '마녀2' 인연은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첫 미팅 때 무슨 캐릭터인지도 모르고 미팅했다. '마녀2' 일원이 되고 싶었다. 따로 연락이 와서 영어 할 줄 아냐고 하셨다. 영어 자신없다고 했다. 근데 감독님께서 '너 조현 해. 내가 보여줄게'라고 하셨다. "
박 감독의 캐스팅 이유를 묻는 말에 "잘생겨서"라고 답했다. "감독님께서 잘생겼다고 하셨다(웃음). 여성스럽게 하고 갔는데 잘생겼다고 생각하셨다더라. 키도 크고 군인 역할이 어울리겠다 생각하셨다고 하신다. 저랑 정반대 이미지니까 액션 정말 안 할 것 같은 사람이 하면 어떻게 보여질까 생각해서 선택해주신 것 같았다. 감독님이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각오가 있었다."
▲영화 '마녀2' 조현 역 役 서은수/NEW |
조현은 여배우라면 한번쯤 탐낼 만 한 걸크러시 매력을 가졌다. 인간에서 실험을 톻해 '인간 병기'가 된 에이스 요원이기 때문으로 화려한 액션이 바탕이 되는 캐릭터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액션에 도전한다는 것은 부담감이 따랐다. "대본을 봤을 때 조현은 진짜 매력적이었다. 누가 할까 궁금했는데 감사했다. 캐스팅 소식에 좋았는데 좋음과 동시에 찾아오는 게 걱정이었다. 조현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저, 서은수라는 사람이 했을 때 어떤 색깔로 변할 지, 대본 이상으로 잘고 대본 이상으로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조현은 군인 출신이다. 총기를 잘 다뤄야했다. 감독의 디렉은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해야하는 일이라서 하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총을 처음 들어봤다.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져야했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조작법이나 견착을 빠른 시간 안에 배웠다. 연발로 쏴야 한다. 바스트 찍을 때도 실제 쏘면서 했다. 격발할 때 몸이 튕기니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되더라. 눈에 피눈물이 나도록 감지 말자고 했다. 총알만 안 들었지 똑같은 소리와 반응을 하게 됐다."
액션 스쿨은 한달 가량 다녔다. "같이 액션하는 친구들끼리 합이 아니라 근력 위주로 많이 했다. 액션스쿨 첫날에는 힘들기보다는 저는 부족해서 밤에는 PT까지 따로 했다. 총이 무거운데 그걸잘 들어야 했다. 여성 벌크업이 어렵다더라. 짧은 기간이라 최선을 다했다. 기어 다니고 낙법하고 태권도 배우는 것 위주로 하고 촬영 다가가면서부터 배우들과 액션 합을 맞췄다. 제주도에서는 푸시업을 계속하고 매일매일 운동했다. 무술감독님이 저는 습득력이 빠르다고 해주셨다(미소)."
▲영화 '마녀2' 조현, 톰 서은수, 저스트 하비/NEW |
칼로 하는 액션도 필요했다. 서은수는 "빠르게 습득했어야 했다. 실제로 남자 배우들과 싸워햐 했다. 정말 리얼로 서로 온 힘을 다해서 싸웠다. 체력적으로 부칠 때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되게 절도있게 짜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 그때 체력을 쥐어짤 때라서 닭가슴살 안 먹고 먹고 싶은거 많이 목고 죽기살기로 젖먹던 힘까지 쏟았다. 완성된 영상을 보니 되게 울컥한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고생하고 했던 씬이라서 그런지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조현의 첫 등장은 기존 대중이 알던 서은수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녀를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첫 등장부터 걸크러시 매력 뿜뿜이다. "첫 장면에 담배를 펴야했다. 근데 신경쓰여서 힘든지도 모르고 했다. 많은 분들이 못 알아봤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저같지 않은 앵글을 찾아보면서 촬영하셨다. 근데 이게 첫 씬이었다. 애정도 많고 그 씬이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있었는데 미술적으로든, 현장이나 분장이 조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셔서 스며들듯이 했었다."
욕설 연습도 많이 했다. "조현에 몰입하면 짜증이 난 상태다(미소). 대본에 욕 대사가 없어도 그냥 욕이 나왔다. 감독님이 '욕은 왜 하는거야?'라고 할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영화 '마녀2' 조현 역 役 서은수/하이스토리 디앤씨 |
영어 대사도 하나의 숙제였다. 조현은 엘리트 요원으로서 나라를 불문하고 세계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서은수는 "자다가도 튀어나올 수 있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저스틴과 계속 많이 맞춰봤다. 중간에 대사가 바뀌면 번역도 도와달라고 하고 대화가 자연스러운게 중요했다. 저만의 고민이 너무 커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는게 뭘까 고민했다. 근데 조현은 한국인이다. 원어민처럼 할 필요없고 발음도 안 좋아도 된다. 할 수 있는 정도만 하라고 해서. 그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서은수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이게 서은수였어?' 그거면 됐다. 제가 캐스팅 되고 감독님이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이게 서은수인지 모르게 할 것이라'고 문자를 주셨다. 그 문자를 보고 감사하고 '그렇게 만들어야지' 했는데 되게 울컥했었다"고 완성된 영화를 만족해했다.
조현의 든든한 파트너 톰으로는 남아공 출신 배우 저스틴 하비가 호흡했다. 서은수는 "저의 최고의 파트너였다"며 만족해했다. "저스틴이 연기가 처음이라더라.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시더라. 톰은 조현이 딱딱해지지 않게 긴장도 풀어주는 존재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조현을 날카롭지 않게 하는 톰만의 애교라고 생각한다. 저스틴은 한국말을 참 잘해서 제가 답답하게 영어로 설명할거 없이 한국말로 바로 소통했다. 제 영어 선생님이셨다. 번역 좀 도와달라고 하기도 했고, 상황에 따라 대사가 달라지면 저스틴이 도와줬다. '너무 좋았어. 조현'이라고 해줬다."
특히 총 쏠 때 호흡이 좋았다는 서은수는 "너무 힘들어했는데 나중에는 웃으면서 사격장왔다고 하면서 막 쐈다. 그때 핫팩이 두두두 떨어지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며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영화 '마녀2' 조현 역 役 서은수/하이스토리 디앤씨 |
'마녀2'는 2020년 12월 말 촬영을 시작해 2021년 4월 19일 크랭크업했다. 촬영은 주로 제주도 고지대 산속에서 찍었다. 액션을 하지 않았던 박은빈, 성유빈이 부럽지 않았냐는 물음에 "산속이 더 영하권이라 엄청 추웠다. 바닥에 누워 있는게 얼음 위에 누워있는게 부럽지 않더라(웃음).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무릎을 꿇는 씬이 있는데 눈을 뜰 수 없어서 눈물을 계속 흘렸다. '조현은 울면 안돼!'라면서 참은 기억이 있다."
서은수는 '마녀2'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칼 꽂을 때 제 표정은 처음 봤다. 눈에 독기가 가득해보였다. '널 꼭 죽이겠다'는 다짐이 보였다."
'마녀2'가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신은수는 배울로서의 목표를 이뤘다며 좋아했다. "제가 배우를 꿈꾸기 전에는 연기하고 극장 관객들에 출연 배우로서 인사한다는게 멋이었어 보였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그 후로는 영화가 끝나면 텅 빈 객석을 봤었다. 언젠가는 무대에 서서 인사해야지 생각하면서. 이번에 '마녀2' 무대인사를 돌면서 객석이 꽉 찬 모습을 봤다. 어릴 때부터 늘 꿈꾸던 장면이었다."
박훈정 감독은 평생 감사해야할 존재가 됐다. "대중들이 저를 보고 좋아했던 얼굴이 있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비슷한 작품들을 해왔다. 180도 다른 캐릭터를 맡기는 일은 쉽지 않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 한다고 할 때 어떤 사람은 '왜?'라고 하실 수 있다.그때 감독님이 '내가 보여줄게. 잘 만들어볼게'라고 하셨다. 그게 너무 감사했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조현은 어떤 모습일까. 서은수는 "조현의 전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런 세계관이 열리는 게 처음이다. 우리 나라도 이정도로 CG가 발달했고, 세계관이 열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극장에서 많이 봐 주셔야 속편이 나온다고 하더라(웃음). 조현이 다른 능력이 많다. 그 능력을 시즌2 에서는 총이었다면, 속편에서는 다른 능력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