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김노진이 '시맨틱 에러'의 류지혜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참하고 순진한 외모 속 당차고 야무진 모습은 BL 드라마 속 주연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빌런'이 아닌 응원하는 존재가 됐다. '참지 않는 말티즈' 김노진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월 첫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감독 김수정)는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류지혜 役 김노진/왓챠 |
극장판 '시맨틱 에러: 더 무비'(이하 '시맨틱 에러')는 8월 CGV 개봉을 앞두고,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oys, Be, Love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영화제에서 만난 김노진은 "'시맨틱 에러'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왓챠 덕분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 올 초부터 여름까지 같이 놀 수 있는 기회가 되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노진이 분한 류지혜는 로봇 같이 무심한 성격의 컴퓨터 공학과 선배 추상우(박재찬)를 짝사랑 하는 같은 과 후배다. 호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관심은 커녕, 흔한 데이트, 먼저 연락 한 통 받지 못한다. 그래도 조금씩 발전해(?)가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중 거슬리는 사람이 생겼다. 바로 시각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이다.
김수정 감독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단순한 서사가 될 것을 우려했다. 최유나는 장추(장재영x추상우 커플)의 카운슬러가 돼 주는 반면, 지혜는 상우를 두고 재영과 대치하는 연적 관계다.
"시맨틱 에러'에 캐스팅되고 제 주변에서는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데 지혜는 그 중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팬분들이 싫어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류지혜 役 김노진 스틸/왓챠 |
하지만 의외로 김노진에 '응원'이 쏟아졌다. "팬분들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지혜는 기가 세다'였다. 또 '언니가 표현한 지혜 덕분에 저도 많이 이입이 됐고, 마무리까지 지혜를 많이 좋아할 수 있었다'고 해주셔서 정말 많이 감동 받았다. 정말 많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영과 지혜가 함께 등장하는 씬은 두 사람의 기 싸움으로 흥미진진했다. 특히 상우에 대한 마음을 굳히고 지혜에게 선전포고 하는 장면은 팬들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씬은 재영 선배가 앉아있고, 지혜가 서 있다. 처음 리허설 할 때 재영 선배가 일어서는데 덩치 때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재영이 앉고 지혜가 서서 찍자고 하셨다. 재영에 지지 않는 지혜를 보시면서 '제대로 붙었다'고 해주셨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
재영의 선전포고 후 결국 지혜는 상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좋아했었다'는 고백 후 '행복해요 추씨'라고 인사한다. 이는 김노진의 최애 장면이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GV 참석한 김원기 김노진 송지오/왓챠 |
"상우에게 마지막 고백하는 씬은 가장 신경 쓴 장면이기도 하다. 감독님께서 '너가 슬프고 불쌍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디렉을 주셨다. 대사만 봤을 때는 '지혜가 불쌍한데 어떻게 슬프지 않게 해야하지' 고민했다. 그 장면 때문에 앞 부분도 조금씩 바뀌었다. 지혜 캐릭터를 말해주는 씬이라고 생각했다. 똑똑한 친구가 차일 것을 알면서도 고백하는 마음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많이 고민했다. 근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
지난 2016년 데뷔 후 올해 7년차가 된 김노진은 '시맨틱 에러'를 만나기 전 배우로서의 길을 계속 가야하는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찰나였다. 웹드라마 '시간도 배달이 되나요'를 본 김수정 감독이 그를 캐스팅 했다. 감독은 김노진에 대해 "믿음과 신뢰가 가는 배우"라며 "지혜의 씬이 있는 날이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촬영장에 갈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김노진은 "'시맨틱 에러' 하기 전에 연기 생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침표가 될 수 있었는데, '시맨틱 에러'로 다시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상기시켜준 작품이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노진은 대중에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저를 보면 닮은 배우들이 많다고 하신다. 각도마다 얼굴이 다르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 이미지도 다르다고 하신다. 어릴 때는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 상상력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노진 배우가 저런 역할하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듣는게 너무 좋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다.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요소가 크다고 생각해서 많은 것을 해 보고 싶다. 차기작에서는 지혜와는 다른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