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이하 '종이의 집'/각본 류용재, 감독 김홍선)은 24일 공개된 이후 하루만에 글로벌 3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된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홍선 감독은 "한국 콘텐츠를 조금 좋게 봐주시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저희도 그렇게 기대했던 부분이 작용한 것 같다. 원작이 히트작이라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이의 집'은 특히 아시아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유를 묻자 "시청률로 나오는게 아니라서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아시아 분들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하는 것애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김홍선 감독/글램 제공 |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스페인 원작인 넷플릭스 대인기작이다. 히트작인 원작을 리메이크 하는 것은 부담이 따랐을 터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저희가 기획하고 회의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작년에 촬영을 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히트작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대를 받는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더 힘들었다. 너무 잘 된 작품들이 많으니 저희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원작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저도 원작을 너무 좋아한다.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서 2018년 하반기에 넷플릭스에 문의를 했다. 그때는 어렵다고 하더니 그리고 1년 지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가자고 역 제안이 와서 받아들였다. 류용재 작가님도 리메이크를 하고 싶어서 기획안을 만드셔서 보냇고, 스페인 원작자와 넷플릭스에서 기획안을 보셨다더라. 류 작가의 기획안을 보고 대단히 흥미롭다고 하셨다. 그래서 성사된 것이다. 판권을 산 것이 아니다. 오리지널 리메이크다."
감독도 원작의 팬이었기에 원작과 비교는 불가피했다. 김홍선 감독은 "원작이라는 가이드 라인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저 스스로 원작과 완성된 작품을 비교하고 있는 부분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메인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
김홍선 감독은 원작을 본 팬들과 보지 않은 팬들의 반응 대부분을 파악했다. "대부분의 반응을 알고 있다. 원작이 가진 특성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해서 살리려고 했다. 저희가 전체 분량을 12부작으로 줄였다.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은 재밌게 보셨다는 분들도 있더라. 한국 분들은 전사라던지 과정이라던지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원작이라는 큰 틀이 있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달이 잘못됐다면 저희가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색을 입은 '종이의 집'은 달리 가면이 하회탈로 바뀌었고, 분단 된 국가가 통일을 앞둔 시점에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을 만드는 것 등 차별점이 더해졌다. 10만원 권 화페에는 유관순이 새겨졌다.
"하회탈은 당연히 우리 나라에 많은 탈이 있다. 그 와중에 하회탈이 가진 메시지가 있다. 하회탈이 가진 장점을 외국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존 하회탈이 목재 형태라서 무겁다. 가볍게 해서 현대적인 해석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고 가게 됐다.10만원 권은 통일되거나 나중에 나온다면 어떤 역사적인 인물을 쓸까 생각했다. 그 중에 유관순 열사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또 조폐국 외관으로는 국립광주박물관이 등장한다. "조폐국과 시간대는 없는 공간이라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다. 한국에서 이 작품을 만들려고 할 때 어떤 시간대와 장소여야할지가 제일 부담이었다. 한반도의 한 지점에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공간이 생겼을 때 그곳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안정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김홍선 감독/글램 제공 |
저희가 생각한 조폐국,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구역을 설정하는데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쓸만한 건물을 찾는 과정에서 광주박물관을 알게 되서 외부 촬영을 허락을 받고 촬영했다. 조폐국 내부 공간을 만들 때, 외부는 한국적인 것. 성벽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밖에서 침투하기도 힘들지만 들어가면 감옥 같은 느낌이다. 내부는 완전하게 한옥구조를 생각해봤는데 현재 한국 현대 건축 방식을 따라가보자 해서 따라갔다. 인테리어도 한국적인 느낌을 담아보려고 했다.".
극의 오프닝은 북한 출신 MZ세대로 분한 전종서가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라며 'DNA'에 맞춰 춤을 추며 등장, 북한 아미는 실제 군대를 간다고 말한다. "저희가 나름 조사하고 들은 이야기로는 실제 많이들 듣고 하신다고 들어서 자연스럽게 가져온 것이다."
일부 회차 엔딩에서 '행복의 나라'가 OST로 깔린다. 김홍선 감독은 "후보들이 많이 있었다. 시나리오 상에 시기가 맞아야 하는 노래가 있었다. 후보곡 중에서 '행복의 나라'는 자유를 표방하는 느낌이 있다. 원작이 가진 메시지와도 맞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
남과 북이라는 설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팔도 사투리도 등장한다. 하지만 북에서 내려온 도쿄(전종서)는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김홍선 감독은 "캐릭터의 전사에 맞게 사투리를 설정했다. 저희는 전문가 분들에 의뢰를 해서 연습을 했다. 도쿄는 북한에서 내려온 MZ세대 설정이다. 내려와서 시간은 충분했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에 녹아들었다는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강도단 스틸/넷플릭스 제공 |
4조를 훔치는 강도단을 모으고 지휘하는 교수를 비롯해 강도단, 이들과 대치점을 이루는 남북 공동대응 TF팀까지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덴버) 장윤주 이주빈 이현우 김지훈(헬싱키), 이규호까지 김홍선 감독은 캐스팅에 만족함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들 캐스팅은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가장 빠르고 쉽게 캐스팅 됐다. 배우들도 원작을 너무 좋아했다. 우리 작품에 나오는 근접한 캐릭터를 가지고 오는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유지태 배우는 교수로서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박해수씨는 '오징어 게임' 화제 전에 캐스팅 된 것이다. 이번에 캐스팅 하면서 싱크로율을 높이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 베를린 같은데 새로운 베를린의 느낌을 들게 하고 싶었다. 전종서 배우가 기존의 작품에서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방식을 눈여겨 봤다. 외형적인 부분으로만 캐스팅을 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고 저희 캐릭터들과 맞게 캐스팅했다."
인기 원작의 존재는 배우들에도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김홍선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건 우리나라의 이야기고 우리가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표현하지 않겠냐고 의논하면서 얘기했다. 강도단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이런 상황이면 우리가 할 수 있는대로 해보자. 각자 느껴지는대로 하자고 했었다"고 전했다.
김홍선 감독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교수와 도쿄, 베를린이다. 교수가 강도단을 전체적으로 지휘한다면, 도쿄와 베를린은 조폐국 내에서 작전을 통솔해간다.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다. 의외성을 발견한 배우는 전종서였다. 예측불가능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도쿄 캐릭터는 전형적으로 잡혀있다. 저희는 원작이 가진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게 봤다. 우리 설정 때문에 모두가 갖고 있는 신념을 따라갈 수 있는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다른 느낌을 원했는데 전종서 배우가 보여준 도쿄가 독특했고 매력이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TF팀 스틸/글램 제공 |
또 김홍선 감독은 "현장 분위기 메이커는 장윤주 배우와 이원종 배우였다. 가끔 의외로 전종서 배우가 현장에서 웃겨주기도 했다. 원작과 싱크로율 가장 높은 배우는 박명훈 배우다. 미팅을 했을 때 원작의 국장이 생각났다. 잘 해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외향적인 싱크로율이 제일 잘 맞는 배우가 아니었나 싶다"며 웃었다.
반면 배우 본체와 비슷한 성격은 박해수다. "박해수 배우가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다. 되게 진중하고 차분한 스타일이다. 가끔은 대놓고 하는 유머가 아니라 툭툭 던지는 유머가 베를린과 많이 비슷했다."
그는 "모든 배우들이 다 열심히 했고 다들 잘 해주셨다. 박해수 배우는 베를린을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해줬고, 김지훈 배우도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덴버를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 덴버의 웃음까지도 따라하려고 노력하면서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종이의 집' 강도단을 비롯한 일질들은 조폐국이라는 곳에 갇혀 생활한다. 덕분에 오랜 기간 세트 촬영이 이어졌다. 김홍선 감독은 "배우들을 (연기적으로) 가두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작품을 설계하면서 생각했던 부분은 각 잡고 그림을 만들고, 멋있게 찍는 것은 얼마든지 하는데 배우들을 가두고 싶지 않았다. 강도들이 총을 들고 인질들을 위협하면서 개인의 목적을 달성한다. 배우들에 움직이면 따라가겠다고 말을 했었다. 배우들도 연극 무대에서 연극하는 느낌도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배우들을 풀어놓고 두다 보니 저는 되게 재밌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박해수 배우가 남과 북으로 인질을 가르는 장면이 촬영하면서 재밌었다"며 "파트2는 1에서 시작한 모든 것들을 가져가면서 심한 갈등이 생기고 긴장감을 더 증폭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