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C] '화제의 파이터' 최제이, “격투기는 인생 암흑기 끝내준 터닝 포인트”

편집국 / 기사승인 : 2018-06-15 15:55:35
  • -
  • +
  • 인쇄

최제이(사진: TFC)


[스포츠W=임재훈 기자]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는 종합격투기 ‘TFC 드림3’ 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서지연(더짐랩)과 허송복(파주 팀에이스)의 메인 이벤트를 포함해 여성 파이터들의 경기가 4경기 편성되어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팬들의 관심은 역시 메인 이벤터인 서지연과 허송복의 경기에 모아져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명문대를 나와 여의도 증권가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독특한 이력을 지닌 30대 초반의 파이터 최제이(코리안탑팀)의 데뷔전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제이는 이날 장한솔(노은 주짓수)를 상대로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무에타이(아마추어 전적 3승 5패)를 통해 격투 스포츠에 입문한 지 4년여 만이자 코리안탑팁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거둔 프로 데뷔승이다.

경기가 끝난 이후 MBC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은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자로 프로 파이터로서 데뷔한 최제이의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포츠W’는 지난 14일 여의도에서 최제이와 만나 프로 파이터로서 데뷔전을 치른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프로 파이터로서 데뷔하기까지 그가 지나온 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데뷔전 승리, 그렇게 기뻐서 미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최제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공교롭게도 최제이가 근무했던 증권사 건물과 인접한 곳이었다. 최제이는 “여긴 정말 오랜 만에 와 보는 것 같아요. 3년쯤 된 것 같네요.”라며 멋적게 웃었다.

우선 프로 파이터로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소감을 물었다.

“주위 사람들이 이기면 그 기분이 심하면 한 달까지 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이기고 나니 그렇게 기뻐서 미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아! 치를 것을 치렀다. 이제 드디어 문에 들어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다음 시합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웃음)’

곱게 키운 딸이 케이지에 올라가는 일을 마지 못해 허락했을 부모님의 반응을 물어봤다.

“어머니는 ‘다치지 않았니?’ 아버지는 ‘안 다쳤으면 됐다’ 이게 끝이었어요(웃음)”

프로 파이터로서 종합 격투기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 최제이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레슬링이었다. 무에타이를 수련하면서 팔꿈치 공격이나 니킥 같은 타격 기술은 몸에 배어 있었지만 종합 격투기에서 필수인 그라운드 기술은 취약했기 때문이다.

최제이에게 레슬링을 가르쳐준 사람은 나이 어린 동료 선수인 홍성찬이었다.

“사람들이 ‘홍성찬 1호 제자’라고 놀리기도 많이 놀렸어요. 홍성찬 선수에게 레슬링 디펜스를 배웠죠. 특히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죽어라 연습했어요. 일단 전략이 그라운드로 가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최제이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장한솔이 집요하게 시도해 온 테이크다운 시도를 케이지에 기댄 채 필사적으로 막아냈고, 그와 같은 철저한 테이크다운 디펜스는 결국 최제이에게 프로 첫 승을 안긴 셈이 됐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평소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펀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

“주먹이 많이 안 나왔어요. 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어요. 콤비네이션 펀치를 많이 넣었어야 하는데 킥 공격에 비해 복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그러지 못했죠.”

프로 데뷔승을 거두고도 곧바로 다음 시합이 걱정됐던 이유는 이처럼 자신의 경기를 복기하다 보니 잘하지 못했던 부분이 도드라지게 느껴져 앞으로 할 것이 더 많아지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롤로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닮고 싶은 선수’와 ‘좋아하는 선수’로 나뉘어져 돌아왔다.

“일단 닮고 싶은 선수는 요한나 옌드레이칙(UFC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이에요. 타격 뛰어나면서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완벽하고…홍성찬이 저 가르칠 때 맨날 ‘누나, 요한나 옌드레이칙처럼 해야 돼요’라고 했죠. 연습하다가 동료들이 ‘누구 흉내 내고 있냐’고 물어볼 때 ‘요한나 옌드레이칙’이라고 하면 다들 비웃고 그랬지만 어쨌든 그런 스타일을 닮고 싶어요”

그리고 최제이는 좋아하는 선수로 가장 먼어 ‘타격의 신’으로 불리는 태국 출신의 킥복서 부아카오 포 프라묵과 같은 TFC 파이터인 이민구를 꼽았다.

“은퇴해도 격투기 언저리에 남아서 일하고 싶어요”

이야기의 방향을 약간 틀어봤다.

이제 겨우 데뷔전을 치른 선수에게 부적절한 질문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30대의 나이로 접어든 여성 파이터라는 점에서 언제까지 격투기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지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 2-3년 정도 더 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스폰서에요(웃음). 일단 격투기 언저리에 있고 싶어요. 매치 메이커도 좋고, 대회 운영 스태프도 좋고 기자로서 글을 써보고도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격투기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겠죠. 하지만 일단 뭐가 됐든 지금 소속팀인 코리안탑팀에서 가능한 오래 남아 있고 싶어요.”

힘겨운 격투기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후에도 격투기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지금까진 남들 하는 대로 살았어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했고, 좋은 직장 취직하는 그런 노선을 걷고 크게 잘 되지도 않았지만 (크게 잘 안됐다고 해서)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죠. 제가 정말로 좋아했던 일을 했던 때가 회사 때였는데 (몸이 아픈 바람에) 그 생활이 어그러지고 그 다음에 찾은 마음에 들고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이 이거거든요. 그래서 이것만큼은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최제이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미디어의 관심이 싫지는 않다. 기자로서 활동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격투기에 연관된 일이고 운동에 방해를 받지 않은 범위에서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라면 굳이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인생 암흑기 끝내준 터닝포인트는 운동. 희망 주는 선수로 기억되고파”

최제이는 대형 금융사 계열의 증권사에서 일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으로 회사를 그만 두어야 했고, 그 이후 약 3-4년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다. 특히 운동을 하기 시작하기 전 6개월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암흑기였다. 최제이는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 6개월간 암흑기가 있었어요. 당시 저는 너무 우울했죠. 밥줄이 끊긴 느낌…명함도 없어지고…친구들은 취직하고 하다 못해 결혼이라도 해서 내세울 것이 있는데 저는 보면 그냥 ‘끝’이었죠. 그때 정말 번민의 시간이었어요. 자격지심도 심했고 열등가도 심했고…좀 많이 힘들었어요. 집에만 쳐박혀 있고, 전화번호도 바꾸고, 예전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죠”

그런 시간들이 흘러가다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바로 무에타이와 만나게 된 것.

“회사를 관두고 아프고 하면서 제 몸과 마음이 시들시들하게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부모님이 굉장히 가슴이 아프셨었나 봐요. 그런데 제가 운동을 하겠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셨죠. 무에타이건 주짓수건 그게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잘한다 잘한다’ 하셨는데 지금 제가 이렇게 프로 격투기 대회에까지 나갈 줄은 모르셨겠죠. 지금은 약간 ‘주춤’하고 계세요(웃음)”

최제이의 부모님은 딸의 경기 장면은 물론 연습 장면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서른 살 넘은 딸이 얻어 맞는 것을 봐야겠냐’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시지만 딸이 한 대 맞을 때마다 겪어야 할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임을 최제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제이가 무난하게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높아진 탓일까 최제이는 벌써 다음 시합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 가을께 대구에서 열리는 TFC 대회에 출전이 논의되고 있는 것.

프로 파이터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최제이의 현재 목표는 일단 TFC의 유망주들이 주로 활약하는 ‘드림’ 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TFC의 정규 ‘넘버링’ 대회에 출전하는 것.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챔피언십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이 되고 싶은지는 물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 할 때 ‘쟤도 했었는데 뭘…’이런 말로 용기를 주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도 비교해줬으면 좋겠어요. ‘난 아직 늦지 않았어’, ‘너도 아직 안 늦었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데뷔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데뷔전 승리로) 언제 시작해도 의지만 있다면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던 포부와 같은 맥락이다.

'희망의 파이터'를 꿈꾸는 최제이의 힘찬 발걸음이 이제 막 시작됐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 김민선7프로, 시즌 왕중왕전 우승! 위믹스 챔피언십 2024 우승 기념 풀버전????
    KLPGA 김민선7 프로의 롱 퍼팅 거리 계산하는 방법! 퍼터 꿀팁 #스윙레슨 #shorts #golf
  • 일관된 샷을 위한 홍지우 프로만의 '킥'은? |이벤트 참여하고 사인볼 받자!
    [맛보기] KLPGA 유현조 프로의 러프에 들어간 공 우드로 빠져나오려면?! 3번 우드 꿀팁???? #스윙레슨
  • 곽예빈의 오픈클래스 With 홍지우 프로|GTOUR 프로가 알려주는 숏 & 롱아이언 스윙 레슨????
    미녀골퍼 송윤아 프로가 알려주는 '똑바로 보내기 위한 손의 위치' #드라이버 #골프 #캘러웨이
  • [맛.Zip] 리듬과 타이밍! 스윙의 정확도를 올리려면?! KLPGA 이준이 프로의 스윙 레슨 #5번아이언 #3번우드 #드라이버
    KLPGA 유현조 프로의 '위아래를 고정하고 스윙해보세요!' 7번 아이언 스윙꿀팁???? #shorts #golf
  • [맛보기] KLPGA 유현조 프로의 벙커에서 뒷땅 없이 스윙하려면?! 7번 아이언 꿀팁???? #스윙레슨
    미녀골퍼 송윤아 프로가 알려주는 '올바른 테이크백 방법' #아이언 #골프 #캘러웨이
  • [KLPGA] 보물 1호는 바로 이 클럽?! KLPGA 이준이 프로의 골프백 공개
    [KLPGA] 윤이나, '대상, 상금, 평균 타수' 3관왕 확정 기자회견 주요 코멘트
  • [KLPGA] 대보 하우스디 오픈 준우승자 이준이 프로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
    [KLPGA] '3관왕 유력' 윤이나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던 시즌"
  • [KLPGA] '시즌 3승' 배소현 인터뷰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더헤븐 마스터즈"
    [KLPGA] '데뷔 첫 우승' 김민별 인터뷰 "저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은 시즌"
  • [KLPGA] 마다솜 인터뷰 "데뷔 첫 다승 달성한 시즌...마지막 까지 집중"
    [KLPGA] 홍현지 "스크린 투어 우승 경험, 필드 대회에서도 큰 도움 됐죠"

핫이슈 기사

    스포츠W

    주요기사

    문화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