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 무릎 부상 아랑곳 않고 80㎏ 스쿼트
▲ 훈련하는 전지희 [대한탁구협회 제공] |
서른한 살 베테랑 탁구 국가대표 전지희(미래에셋증권)는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무릎을 '갈아 넣기로' 결심했다.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탁구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영혼의 콤비' 신유빈(대한항공)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일정으로 빠진 가운데 전지희는 자신과 같은 중국 출신 귀화 국가대표인 이은혜(이상 대한항공)와 함께 훈련을 소화한 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전지희는 "올림픽이라는 꿈에 다시 도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다.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은 전지희에게 3번째 올림픽이다.
한국 여자 탁구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에서 거푸 '노메달'에 그쳤다.
그중 리우, 도쿄 대회에서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조기 탈락의 쓴맛만 본 전지희는 파리에서만큼은 꼭 '2전 3기'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전지희는 "도쿄에서 (탈락 뒤) 우는 사진이 찍힌 기억이 난다. 그 멋진 무대에서 (메달 없이 탈락한 게)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후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다시 힘들게 운동해왔다"고 힘줘 말했다.
전지희의 탁구는 3년 전보다 훨씬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 대회 때 열여섯 살 '삐약이'였던 신유빈은 이제 전지희와 함께 한국 여자탁구의 '쌍두마차'로 활약해주고 있다.
둘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로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무려 21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전지희와 신유빈의 복식조가 건재하기에 여자 대표팀의 단체전 메달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래서 전지희는 이번 대회에 '모든 걸' 바치기로 했다.
전지희는 고질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왼쪽 연골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무릎을 아끼려고 훈련량을 몇 년째 줄여왔다.
그런데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훈련량을 늘렸다.
웨이트 트레이닝 중량부터 높였다. 입촌 첫날부터 스쿼트로 80㎏을 들었다고 한다. 무릎이 성할 때도 좀처럼 들지 않던 무게다.
"전지희가 러닝머신 말고 진짜 운동장 뛰는 걸 3년 만에 봤다"고 오광헌 여자 대표팀 감독은 귀띔했다.
'어차피 마지막 올림픽이니 무릎을 다 갈아넣겠다는 것이냐'는 농담 섞인 기자의 질문에 전지희는 "맞아요!"라고 진담으로 답했다.
전지희는 "부상 부위가 아프다. 하지만 주변에서 '안 아프다'고, '올림픽 메달 딸 수 있다'고 '가스라이팅'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감독, 석은미 코치 등 대표팀의 모든 지도자가 아픔을 최대한 못 느끼게끔,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끔, 전지희를 '속이고' 있다.
그중 가장 고마운 '거짓말쟁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도와주는 박수영 트레이너다.
전지희의 표현에 따르면 '살살 긁으면서' 한계를 뛰어넘도록 이끌어준다고 한다. 무릎을 다시 다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박 트레이너의 '가스라이팅'을 통해 이겨내고 있단다.
전지희는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부상이 문제인데, 트레이너 선생님 덕에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30일까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다가 내달 1일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8일까지 WTT 대회로 '실전 모의고사'를 치른다.
이어 한국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다 7월 20일 파리로 출국한다. 탁구 경기는 27일 시작한다.
10년 넘게 한국 여자탁구를 지탱해온 전지희가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시작했다.
전지희는 "죽기살기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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