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슬기 "'골때녀' 인기에 기쁘면서 씁쓸…여자축구 매력 더 알려야"
▲ 장슬기(왼쪽)와 최유리(사진: 연합뉴스) |
"그간 남자축구가 많이 부러웠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시상식이 생겨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여자 축구선수 장슬기(28·현대제철)는 23일 열린 여자실업축구 WK리그 시상식에서 상을 하나도 타지 못했지만 아쉬움보다 기쁨이 더 크다고 했다.
이번 행사가 WK리그 13년 사상 첫 연말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그간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이 K리그 시상식 등을 통해 연말 활약과 공로를 인정받는 광경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장슬기는 "후배들은 이제 이런 시상식을 계속 경험할 것 아니냐. 시상식이 생겨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풀백이 주 포지션이지만 공격수 자리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장슬기는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의 수비수상은 올해 화천 KSPO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킨 베테랑 중앙 수비수 황보람(35)에게 돌아갔다.
이번 자유계약(FA) 시장을 통해 세종스포츠토토로 이적한 황보람의 철통 수비에 장슬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장슬기는 "아쉽지만 (황보람) 언니가 후배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출산 후에도 그라운드로 돌아와 활약하니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했다"고 돌아봤다.
황보람은 출산으로 그라운드를 잠시 떠났다가 2019시즌 복귀해 리그 최고 수비수로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황보람의 벽을 넘지 못한 장슬기의 아쉬움은 '절친'이자 팀 동료 최유리(28)가 털어냈다.
올 시즌 10골을 넣은 최유리는 '올해의 공격수상'을 받았다.
"친구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니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참았다"며 웃은 장슬기는 "처음 열리는 행사인데 (최)유리가 수상해 좋았다"고 기뻐했다.
최유리는 "한해 노고를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항상 우승한 선수들끼리 축하하고 끝났다. 우리끼리만 기뻐하는 정도였다"고 반색했다.
이어 "실업팀에 와서 두 자릿수 득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올해 팀원 모두가 잘해주니까 나도 책임감이 생겨 한 골씩 넣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복장도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냥 오려고 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어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이런 대답을 들은 장슬기는 "우리 둘 다 이런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항상 '생얼'에 훈련복을 입고 다녔는데…"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어 "(최유리의) 의상, 메이크업 다 괜찮은데 수상 소감이 좀…"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천 현대제철의 WK리그 통합 10연패 주역이자 국가대표팀의 주축인 두 선수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2023 여자 월드컵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내년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공동 개최한다.
장슬기는 "2019년 월드컵에 나설 때 우승, 결승전으로 목표를 높게 잡았는데, 그 꿈이 허무하게 무너진 경험이 있다"며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최유리는 "월드컵 본선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무대다. 내게는 가장 큰 꿈"이라며 "이제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본선에) 나가게 된다. 무사히 출전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는 최근 SBS TV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인기를 끄는 등 많은 여성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 선수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슬기는 "(골때녀 열풍에) 기쁘면서도 씁쓸하다"며 "우리가 연예인이 아니지만 내년에는 월드컵도 있다.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경기 외) 홍보와 이벤트에도 더 투자해서 팬들과 함께할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자축구의 매력을 새로운 팬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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