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전성기는 항상 내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행복한 배우'가 꿈이다. 제가 행복하게 그 역할을 연기할 때 관객들이 행복하게 바라봐 주는 게 행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우 박명훈은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대중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보이스' 등 스크린에 이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까지 진출하며 배우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감독 김홍선/이하 '종이의 집')은 교수라고 불리는 한 천재가 8명의 범죄자들을 모아 금고를 터는 이야기다. 스페인 원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에서 박명훈은 남북 공동경제구역인 조폐국에서 인질로 잡힌 조폐국장 조영민으로 분해 빌런으로 활약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조영민 役 박명훈/넷플릭스 |
공개 후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TV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W와 만난 박명훈은 "많은 팬들이 호불호는 있지만 굉장히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계셔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흥행을 조금 예상하면서도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있었다. 너무 감사드리고 뿌듯하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종이의 집'은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되며 캐릭터 등의 많은 설정이 변형됐다. 하지만 조폐국장 조영민(원작 조폐국장 로만)은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박명훈은 류용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부터 영민 캐릭터로 미리 점찍었던 배우다.
"'기생충' 개봉하고 얼마 있다가 우연히 류용재 작가님을 만나게 됐다. 저는 그때는 '종이의 집'을 몰랐다. 작품 제안이 너무 감사했다. 한 번 보겠다고 했는데 캐릭터는 미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재밌는 역할이더라. 그 캐릭터 맡았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기심은 뼈대가 같다. 저만의 조폐국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박명훈은 "솔직히 스스로를 바라볼 때 잘 모른다. 주관적일수 밖에 없다. 주변분들이 원작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 그분도 눈도 크시고, 외적인 싱크로율은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내도 처음에 '엄청 지질하다'고 했다. 정말 딱 그 한 마디로 끝이었다. 주변에서 '국민 지질남'이라는 반응도 들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조영민 役 박명훈 스틸/넷플릭스 |
사실 조폐국장은 강도단에 인질로 잡힌 피해자다. 강도단의 입장에서 그려진 작품 특성상 빌런으로 비춰진다. 박명훈은 "그들이 더 나쁜 것 아니냐?"며 웃었다. "하지만 강도단 개개인의 사정이 보인다. 저는 인질이라는 상황에 처한 인물이다. 혼자 살려고 하니 나쁜 역할로 보인다. 제가 약간 동질감을 느낀 부분은 거기 있으면 저도 살려고 발버둥을 칠 것 같다. 그것도 인간적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할지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총상으로 인한 수술 씬이다. 박명훈은 "수술대에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어느 순간 진짜 수술 받는 느낌이 들더라. 제일 길었던 촬영 시간이라서, 누워서 마취가 된 상태를 연기할 때는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고 비화를 전했다.
조영민은 조폐국 직원 미선(이주빈)과 불륜 관계다. 그는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고자 미선에 강도단의 눈믈 피해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다. 이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장면이기도 하다. 박명훈은 "감언이설로 '너 사랑한다'고 꼬여내는 모습이 보는 저도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고 말했다.
박명훈이 생각한 미선을 사로잡은 조영민의 매력은 뭐였을까. 그는 "저도 아름다운 이주빈 배우를 어떻게 꼬여냈을까 생각해봤다. 하하. 은행 안에서 생활하면서 극한 상황에 몰려서 더 지질한 모습이 나오는 것이지, 조금 터프하기도 하고 일할 때도 남성다운 모습도 있었을 것이고, 회사 내에서 계급이 높았으니 그런 모습들이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조영민 役 박명훈/넷플릭스 |
이주빈과 호흡에 대해 박명훈은 "현장에서 리허설 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주빈 배우는 훌륭한 배우라서 다 준비해왔더라. 너무너무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며 "조영민과 미선이 사랑했다는 모습이 보여지길 바랐다. 근데 미선은 극 상황에서 덴버(김지훈)와 가야할 길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파트2에서는 조영민이 또 어떤 활약을 할까. 특히 미선이 덴버와 본격 러브라인을 예고했기에 영민의 행동은 더욱 예측할 수 없다. 그는 "저도 라인이 있다"고 했다. "파트2에서 조영민은 상상 이상으로 나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저도 라인이 있다. 베를린(박해수)과 브로맨스가 있다."
"베를린은 저를 계속 비꼬는 말이지만 인상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미선을 향한 총격 소리가 날 때도 무서워서 베를린에 안긴다. 그 장면 찍을 때 갑자기 찍은 것이다. 박해수씨가 안기에 따뜻한 느낌이었다. 박해수씨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후배다. 박해수씨와 연기할 때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예전 공연도 생각났다. 그래서 브로맨스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웃음)."
앞서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의 용석(김의성) 캐릭터가 빌런으로서 대중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바. 박명훈은 조영민과 용석 중 누가 더 나쁜 것 같으냐는 물음에 "둘다 나쁜 것 같다"고 막상막하라며 웃었다. "조영민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그냥 나쁜 놈이다(웃음). 철저한 이기주의자 자신밖에 모른다. 이건 가늠할 수 없는 것 같다. 조영민은 사람을 떠 밀지만 않을 뿐이다. 둘 다 나쁜 것 같다. 굉장한 빌런인 것 같다. 저는 '저 인간은 왜 저럴까'라는 반응을 듣고 싶었다. 시청자 반응 중에 '줘패국장'이라는 수식어가 기억에 남더라. 하하. 그게 재밌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조영민 役 박명훈/넷플릭스 |
'기생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 열일 하고 있지만, 신스틸러로 활약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박명훈은 그 마저도 "알아봐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신스틸러는 씬을 훔치는 것이다. 굉장히 사랑도 받을 수 있지만, 미움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역할이다. 제가 맡은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그가 해왔던 캐릭터는 코믹한 이미지와 악역으로 나뉜다. 캐릭터의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터. 박명훈은 "제가 독립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코믹한 역할이었다. 이번에는 악인의 이미지가 있고 조폐국장은 악인이지만 코믹하다. 왔다갔다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배우로서 축복인 것 같다.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코믹함과 소시민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서 지금은 굉장히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훈의 트레이드 마크 표정인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왕방울만한 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사실 저는 20대 넘어서면서 렌즈를 끼니까 눈이 커졌다. 저는 원래 눈도 작았고, 쌍커풀도 없었다. 그 표정은 상황에 따라서 나오는 것 같다."
박명훈은 독립영화에서 연극, 상업영화, 드라마, 시리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전성기를 맞았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도 자주 돌아보는 편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뿌듯한 것도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살아야 지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는 항상 내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행복한 배우'가 꿈이다. 제가 행복하게 그 역할을 연기할 때 관객들이 행복하게 바라봐 주는 게 행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작업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