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WKBL |
정규리그 7차례 맞대결과 마찬가지로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쿼터부터 10점 이상의 점수차가 났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결과였다.
높은 야투 성공률을 앞세워 70점대 중반의 득점을 올린 KB스타즈와 달리 정규리그에서 내외곽의 조화로운 공격으로 높은 득점력을 자랑한 신한은행이 50점대의 점수에 머문 대목은 신한은행이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정규리그 후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탱크와 같은 저돌성이 돋보이는 속공 능력과 3점슛 능력을 겸비한 카일라 쏜튼이 7득점에 그쳤고, 골밑에서 극강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르샨다 그레이가 11점에 머물렀다. 또 신한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12득점에 머물렀다.
이들 세 명의 선수가 경기당 30~40점을 책임졌던 정규리그 때화는 확연히 달랐다.
이처럼 신한은행의 득점이 저조했던 이유는 일단 세 선수의 야투가 전반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진 탓도 있지만 KB스타즈의 수비가 너무나 잘 이뤄진 탓도 있다.
이날 KB스타즈 선수들의 수비는 신한은행 선수들의 움직임을 미리 다 읽고 있는 듯했다. 외곽에서는 신한은행의 스크린 플레이가 전혀 먹히지 않으면서 신한은행의 김연주나 김단비가 외곽슛을 던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쏜튼과 그레이의 골밑 득점 동작도 번번이 KB스타즈의 다미리스 단타스-박지수 '트윈 타워'에 봉쇄됐다.
KB스타즈의 수비는 분명 정규리그와는 달라 보였다. 훨씬 지능적이었고 효율적이었다.
경기가 모두 끝난 이후 그 비결이 밝혀졌다. 그 비결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가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강아정은 "모 언니(커리의 팀내 호칭)가 1차전을 앞두고 비디오 미팅을 할 때 신한은행과의 7라운드까지의 맞대결을 다 보고 개개인의 분석자료까지 선수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만난 KB스타즈 관계자에 따르면 커리는 통역의 도움을 받아 신한은행 선수들의 경기중 습관까지 낱낱이 분석한 자료를 한글 자료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돌렸고, 훈련 중에도 자신이 나눠준 자료를 토대로 선수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
예를 들면 커리는 박지수에게도 그레이의 골밑 플레이에 대한 자료를 주고 훈련중 수시로 박지수에게 물어보면서 자신이 알려준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 체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박지수는 신한은행 선수들에 대한 수비에 한층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B스타즈가 수비에서 신한은행을 압도할 수 있었던 데는 '모 언니의 노트'가 한 몫을 단단히 한 셈이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커리는 한국 여자 프로농구(WKBL) 무대에서도 외국인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선수다.
하지만 커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여자농구 특별시'로 불릴 만큼 여자 농구의 열기가 뜨거운 청주에서 자신을 가장 먼저 불러준 WKBL 구단인 KB스타즈의 선수로 우승을 이루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그런 커리의 마음을 KB스타즈의 선수들도, 청주 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커리는 팀 내에서 '모 언니'로 통하며 선수들의 존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주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스타즈는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13일 인천에서 끝내려고 하고 있다. '모 언니의 노트'로 무장한 KB스타즈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인천에서 마무리 짓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