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샨다 그레이(사진: WKBL) |
그레이는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신한은행 2017-2018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혼자 무려 31득점을 쓸어 담고 14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눈부신 활약으로 팀의 71-67 역전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그레이는 최근 신한은행이 7연승을 거두는 동안 팀 동료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을 능가하는 공헌도로 시즌 초반과는 달리 신한은행의 ‘제1 옵션’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25일 현재 신한은행이 정규리그 35경기 가운데 24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그레이는 경기당 평균 20분 13초를 뛰며 13.71득점에 10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29분32초를 뛰며 19.04득점, 8.9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쏜튼에 비해 다소 뒤지는 기록이지만 공헌도와 순도 면에서는 결코 쏜튼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신한은행의 가파른 상승세의 중심에는 쏜튼이 아닌 그레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시즌 초반, 그리고 신한은행이 올해 첫 날 아산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논란의 테크니컬 판정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경기를 포함해 7연패를 당하기 까지 그레이는 팀의 ‘두 번째 외국인 선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7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그레이가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는 ‘최고’라는 표현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그레이는 지난 4일 부천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24분25초를 뛰며 견고한 포스트 플레이를 앞세워 17득점 18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팀을 7연패에서 탈출시켰고, 지난 18일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19득점 19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팀의 5연승과 5할 승률 복귀를 이끈 선수 역시 그레이였다.
그리고 24일 삼성생명을 상대로는 3,4쿼터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시키며 기어이 팀의 7연승을 자신의 손으로 결정 지었다.
무엇이 그레이를 이처럼 ‘그뤠잇’ 하게 만든 것일까? 그레이의 환골탈태의 배경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레이의 남자친구이고, 두 번째 남자는 신한은행의 신기성 감독.
그레이의 남자친구(사진: 방송중계화면 캡쳐) |
24알 삼성생명전을 앞두고는 스스로 삼성생명의 엘리사 토마스의 역을 자처, 그레이에게 특별훈련을 시켰다는 것이 신기성 감독의 설명이다.
신기성 감독은 여자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레이의 남자친구가 그레이의 심리적인 부분을 잘 잡아주고 있는 데 대해 고마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레이는 7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남자친구가 있어 고향 느낌을 느낄 수 있고 편안해진다"며 "초반에는 모든 게 어색하고 상황이 변해서 좀 힘들었는데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보고 있으니 의지가 많이 된다"고 남자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신한은행 선수들 역시 그레이의 남자친구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진심을 가득 담아’ 흘리고 있다.
그레이의 남자친구가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로 그레이의 기량과 심리적인 부분을 안정시키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면 신기성 감독은 그레이와 끈끈한 믿음으로 엮인 관계다.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사진: WKBL) |
이어 그는 그레이가 리바운드가 좋고 국내 선수들과의 2대 2 픽앤롤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내 선수들이 그레이가 골밑에 있을 때 플레이를 펼치기 편하게 느끼고 있는 점 등을 열거했다.
그레이는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좋아진 데 대해 이야기 하면서 “감독님의 역할이 크다. WNBA 출신 선수가 아닌 나를 뽑은 위험부담이 컸을 텐데, 나를 뽑아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 감독의 믿음을 경기력 향상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레이가 자신을 둘러싼 두 남자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원 속에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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