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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위원이 현역에서 은퇴한 것은 우리은행이 4년 연속 리그 꼴찌라는 수모를 딛고 ‘위성우 매직’을 앞세워 일약 리그 통합우승을 달성한 2012-2013시즌 직후로, 그의 정식 은퇴식(2013년 11월 17일)을 기점으로 보면 만 4년이 다 되어 간다.
현역 시절 그는 182cm의 큰 신장에 정확한 3점슛을 앞세워 우리은행의 주전 슈터로 활약했다.
2003겨울리그, 2003여름리그, 2005겨울리그, 2006겨울리그 우승 등 우리은행 전성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은퇴하기까지 12년을 이적 없이 우리은행에서만 뛰었다. 그의 프로통산 기록은 총 2,693득점 1,138리바운드, 318어시스트, 3점슛 총 490개.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아시아 4개국 초청대회를 통해 부활의 조짐을 보였지만 김은혜는 미련 없이 은퇴를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몸 상태였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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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막막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막막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동안 농구만 했기 때문에 내가 뭘 잘하는 지도 몰랐고…그래도 쉴 시간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친구들도 만나면서 일단 즐겼죠(웃음)”
그래도 마냥 즐기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그때 김은혜 위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배구선수 한유미로부터 체육인육성재단에서 운영하는 여성스포츠리더 양성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제2의 인생의 첫 발을 공부로 내디뎠다.
“너무 재미 있었어요 공부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해도 느렸고...그 동안 운동만 해왔던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입히는 과정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부모님이 ‘어렸을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운동 안 시켰을 텐데’라고 하시면서도 대견해 하셨어요.(웃음)”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김은혜 위원의 가슴 속에는 자연스럽게 스포츠 행정가에 대한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농구만이 아닌 스포츠 정책 전반을 다루는 행정가로서 사회에 기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국내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미국에서 언어를 익히고 7개월간 국제 스포츠 인재 양성 전문과정도 수료하면서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키워가던 김은혜 위원은 그러나 이런저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교육과정 속에서 현재 한국 여자프로농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나온 교육과정은 소중한 기회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보통의 은퇴 선수들처럼 지도자의 길로 입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스포츠인재양성과정에서 장래 희망을 적을 때 ‘감독’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농구를 가르치고 하는 일은 할 수 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는 농구를 하는 것은 다른 일이죠.”
전문 농구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지만 김은혜 위원은 현재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원 광교의 한 중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재미도 있고요”
매년 되풀이 되는 젊은 선수들의 임의탈퇴와 은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어쩔 수 없이 국가대표로 한창 주가를 올리다 은퇴를 결심한 이승아(전 우리은행), 홍아란(전 KB스타즈)의 이름이 거론됐다.
“사실 제일 그만두고 싶은 나이가 승아나 아란이의 그 나이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 때는 대학교 다니면서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는 친구들이 마냥 부럽죠. 그런 친구들은 실제로는 아르바이트에 취업 준비에 만만치 않은 현실을 살면서도 겉으로는 즐거운 것만 이야기 하니까요. 거기에 비하면 선수들은 숙소에 박혀서 운동만 하는 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죠.”
김은혜 위원은 시즌 직후 휴가 기간을 보낸 뒤 다시 새 시즌 준비를 위해 팀에 합류하는 시점에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매우 솔직한 표현을 사용해 설명했다.
“휴가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려고 하면 선수들은 ‘지옥으로 들어왔구나’하는 생각을 하죠. 숙소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시즌 끝날 때까지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까요”
지옥에서 사는 기분으로 훈련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행복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김은혜 위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즌 중에 선수들에게 코트 밖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또 여자프로농구의 미래를 위해 숙소 합숙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시즌에는 출퇴근도 하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집세도 내보고 현실적인 생활을 경험해 봐야 현재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받고 있는 지도 알 수 있고, 사회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은혜 위원은 은퇴 선수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아직은 구체화 되지는 않은 단계지만 선수 시절부터 은퇴 후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토론했던 내용들을 실현함으로써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새 시즌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김은혜 위원의 당면 과제는 역시 해설이다.
앞서 한 농구 전문 매체의 리포터로 활약하면서 후배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체질에 맞지 않았다. 농구 해설을 하는 문제도 수도 없이 망설였다.
“해설은 겁이 많이 났어요 ‘못한다고 할까, 안 되겠다고 할까’ 수 도 없이 생각했죠. 중계방송을 위해 사전에 방송국에서 교육을 받는 과정도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해설을 하다 보니 그것 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해설자로서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김은혜 위원 스스로 자신에게 매긴 점수는 몇 점 정도일까?
KBS N 스포츠 강성철 아나운서(왼쪽)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은혜 해설위원(사진: KBS N 스포츠 방송화면 캡쳐) |
일단 해설자로서 첫 해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가 ‘절반의 성공’ 정도는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설자로서 2년차를 맞는 김은혜 위원은 올 시즌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나름대로 분명한 목표를 내놓았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나를 빛나 보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빛나게 해주는 거라고…그래서 저는 올해 목표를 시정자들을 즐겁게 하는 해설로 잡았습니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해설이 저를 가장 빛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해설자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은퇴했고, 어리기도 하니까 지난 시즌보다 선수들과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선수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좀 더 많이 알려주려고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대단히 상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만 35세의 미모의 여성 농구 해설자에게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는 나름의 명분을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연애를 해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좀 걱정 하셨는데요 지금은 저한테 최대한 스트레스 안 주시려고 하세요. 제가 기독교 신자인데 저 스스로는 그분이 때에 맞춰서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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