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를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올려 놓았던 '레전드'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은 13년 만에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여러 선후배, 동료 농구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내내 소풍나온 어린이처럼 들떠 있었다.
▲박찬숙 WKBL 경기운영본부장(사진: 스포츠W) |
장충체육관은 박 본부장의 농구인생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공간이었다.
"1985년에 장충체육관에서 마지막 경기를 하고 이후에 은퇴식을 했고, 지금 다시 와봤으니까 33년 됐네요."
33년만에 다시 찾은 장충체육관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장충체육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만감(萬感)' 그 자체였다.
"제가 현역 시절에는 '장충체육관' 하면 '농구'였거든요.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프로구단들이) 연고지들이 있으니까 그 곳으로 다니다 보니까 장충체육관은 머릿속에서 희미해진 존재라고 해야하나...그런 상황에서 저는 '언제나 우리 여자농구가 장충체육관에서 할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13년 만에 여자 농구가 장충제육관에서 올스타전을 하게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선수 때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막 설레는 마음 긴장하는 마음...지금도 그래서 떨립니다."
"저는 초중고 실업까지 경기를 거의 장충체육관에서 치렀어요.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대단히 많았다는 것, 그리고 상 복이 터졌다고 그러죠. 대회를 한 번 치르면 3관왕, 4관왕, 5관왕까지 했던 그런 추억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그러디 보니까 (장충체육관에 오니) 괜히 기분이 으쓱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네요"(웃음)
자화자찬성(?) 답변이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한국 여자 농구의 '불세출의 센터' 박찬숙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추억이었다.
여자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들이 팬들에게 멋진 팬 서비스를 하는 잔칫날인 이날 본경기가 열리 전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했던 레전드 선수들이 펼치는 3X3 농구대회가 펼쳐졌다. 혹시 박 본부장은 뛰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저도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 보다는 제 후배 세대들, 정은순이라던가 유영주, 박정은 그런 선수들이 지금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고 있는데 너무 예뻐 보여요.(웃음)"
이어 박 본부장과 함께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등 세계 무대에 한국 여자 농구의 존재감을 각인 시켰던 '역전의 용사'들도 13년 만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참석하는 지를 물었다.
"아마 올거에요. 그 친구들도 제 마음이 똑같지 않을까 한때 장충체육관을 누볐던 친구들이고 그 때 다 은퇴를 하고 이후에 프로가 생겼으니까 아마 설레는 마음으로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13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된 이후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눴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서울 농구'에 대한 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농구는, 특히 여자농구는 서울에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서울 연고팀이 없다 보니 서울에서 못 하쟎아요. 서울 연고팀을 유도를 하든, 아니면 챔피언결정전을 서울에서 하든 서울에서 여자농구의 큰 잔치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혹시 팬들이 저 보러 온 것 아닌가요?(웃음). 저기 줄을 서 있는 올드팬들 중에는 '오늘 박찬숙이는 나오나?'라는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을거에요.(웃음)."
박찬숙 본부장은 이번 올스타전이 여자 농구에 대한 사람과 관심이 수도 서울에서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팬들에게 전했다.
"어쨌든 오늘 최고의 선수들이 팬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모인 만큼 그들의 플레이를 즐겨 주시고 여자 농구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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