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Sports W) - [리뷰] ′소년심판′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할 현실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처분은 분명 소년범한테 내리지만 그 십자가는 엉뚱한 사람이 지거든. 오늘 내린 처분은 합당한 처분인가,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됐는가, 소년은 반성하는가. 끝났지만 끝난게 아니다." -'소년심판' 심은석 판사 대사 中-

 우리는 가끔 뉴스에서 소년범들의 충격적인 범죄 행위를 접한다. 이들은 살인, 강간, 집단폭행 등 인간이라면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분을 받는다. 잔혹한 범죄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은 사회의 공분을 자아낸다. 이에 소년법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소년심판'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앞서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에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메시지를 남겼지만, 10부작으로 제작된 '소년심판'은 해당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줬다. 동시에, '정말 소년법 폐지만이 답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범죄' 스틸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민석 작가가 4년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 극은 총 10부작으로 실제 소년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미성년자 초등학생 살인 사건은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고, 문광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사건은 대전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 그 외의 사건은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등이 연상된다.

 '소년심판'은 기존의 작품처럼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의 가정 형편과 부모의 태도를 지적한다. 실제 대다수의 소년범의 경우, 가정 환경이 불우하고, 부모에 지속적인 학대를 받는다거나, 반대로 부모의 홀대나 무관심 속에서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소년심판'은 부모의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년범들에 처벌을 내린다. 또 그들의 속사정을 불문하고 소년범들을 '범죄자'로서 꼭 처벌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범죄' 스틸

 또한 3화 에피소드는 '소년심판'의 차별점을 각인시킨다. 통상적으로 가정폭력, 아동학대로 신고를 해도 가해자인 부모는 '훈육'(訓育)이라는 명분으로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키운다'며 학대를 지속한다. 오히려 피해아동이 시설에 격리되고, 이들을 경찰이 24시간 보호할 수 없기에 보복이 이어지고 고통은 계속된다. 극 중 심은석 판사(김혜수)가 지속적인 친부의 학대에 내몰린 10대 가출 청소년 서유리(심달기)에 "당한 사람은 격리되지 않고 가해자가 벌 받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소년재판에서 그의 친부에 처벌을 내리는 장면은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이제는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안도의 눈물을 쏟게 만든다.  반면 6회 '시험지 유출사건' 에피소드의 경우 22년 판사 생활을 마치고 5년간 준비한 소년법 개정을 위해 국회로 나서려는 소년형사합의부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의 아들이 연루되며 부모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해당 에피소드는 어른들의 이기심을 그려내며, 제 자식 일을 감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당연하듯 여기고 이용하는 부모들의 태도를 고스란히 비춘다. 특히 심 판사는 이기심을 고집하는 강원중에 "아이들을 위한 법을 왜 아이들을 밟고 개정합니까?"라며 일침을 가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범죄' 스틸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청소년 회복센터의 이면도 그렸다. 소년범 교화시설이지만 민간인에 위탁 운영되는 곳은 혐오시설로 불리며 외곽에조차도 건립이 어려운 시정이다. '소년심판'은 해당 센터에서 생활 중인 촉법소년들과 센터장의 가족과의 갈등을 그려내며 해당 시설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강조한다. 

홍종찬 감독은 재판이 끝난 소년범을 데리러 오는 경찰들을 지옥 사자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경각심을 안겼고, 소년범죄의 피해자인 심 판사의 집을 온기 하나 없고 이삿짐을 풀지 않은 연출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우선시하되, 소년범죄의 근본을 꼬집으며 '어른들이 꼭 봐야할 필시청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처럼 '소년심판'은 잘못한 이들은 마땅히 법에 근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권선징악'을 내세우고, 가해자 부모가 주장하는 '성선설'도 수용한다. 그러면서 과연 이 아이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소년법 폐지만이 최선인지,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적절했는지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에 가해자들과 그의 부모, 보조인에 일침을 가할지언정, 사이다 같은 통쾌함은 없다. 극 중 심 판사가 "소년사건은 해도해도 적응이 안돼, 늘 찝찝하지"라고 하는 대사가 이를 대변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스틸

 김민석 작가의 진정성이 담긴,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의 '소년심판'은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연기신(神)'들에 의해 완성됐다. 특히 김혜수, 김무열은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소년심판' 중심에 섰다. 김혜수는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며 소년범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진심으로 소년범죄가 근절되길 바라는 강단 있는 심은석으로 분했다. 김무열은 "비난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기회주는 것은 판사밖에 못 한다"며 아이들의 교화가능성을 믿는 차태주 판사를 연기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질 수 없는 소년범의 문제는 김혜수와 김무열의 환상 케미로 완성됐다. 이성민은 심은석과 차태주의 신념을 모두 가진 인물 강원중을 연기했다. 초반 대중에 이름을 알리고 '스타판사'로서 자신의 명성을 지키려는 모습은 씁쓸하나, 이내 명품배우로서의 품격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정은은 7회부터 등장했지만 강렬하다. 등장부터 심 판사에 선전포고를 하는 나근희 모습은 흔히 말하는 '꼰대'같은 모습이다. 이정은은 김혜수와의 불꽃같은 대립으로 극에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원칙의 허점을 꼬집는 것을 수용하는 어른의 참 모습을 그려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범죄' 이연 스틸/

 역대급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소년범으로 분한 신예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연은 20대 여배우임에도 10대 소년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심달기는 가정폭력 피해 가출소녀 서유리로 분해 떠오르는 신예의 면모를 과시했다. 푸름 청소년 회복 센터 7명의 촉법소년 중 포주 최영나로 분한 김보영, 성폭행뿐만 아니라 조건만남, 불법촬영물 제작, 유포 등 최근 사회의 이슈를 떠오르게 만드는 범죄를 저지른 우두머리 백도현을 연기한 김균하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