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배드민턴 새 역사 쓴 안세영 (영종도=연합뉴스) |
한국 배드민턴 선수 최초로 세계개인선수권대회 단식 종목을 제패한 안세영(21·삼성생명)은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라며 곧장 정복할 다음 계단을 바라봤다.
안세영은 덴마크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라 부담감이 컸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1위라는 자신감으로 잘 풀어냈더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세영은 27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0(21-12 21-1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우승이다.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지난달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은 이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마저 휩쓸며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세계랭킹 1위로서 대회에 나가는 것의 좋은 점은 특별히 없는 것 같다. 따라가는 게 아니라 끌어나가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니 걱정도 많이 됐다"며 고충도 털어놨지만,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1위의 자격'을 입증했다.
8강에서 오쿠하라 노조미(일본)에게 첫 게임을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고, 준결승에선 '천적'으로 꼽히던 천위페이(중국)를 제압하는 등 고비에서 꺾이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안세영은 "천위페이는 제가 워낙 까다로워했던 선수였지만, 원하는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하면서 수월하게 풀어나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또 "오쿠하라는 처음 맞붙어보는 선수라 긴장을 많이 해서 빨리 푸는 게 관건일 것 같아 그 부분에 집중했다. 감독님이 제가 자꾸 밑에서 수비적으로 시작하는 걸 지적하셔서 빨리 파악하고 실행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시상식 이후 영어로 소감을 밝히기도 했던 그는 "영어 선생님께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셔서 그렇게 해봤다. 제가 배운 건 바로 써먹어야 하는 스타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안세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그중 하나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에 올라 행복하고 스스로 뿌듯하다"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모두 다 한 번씩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역시 그의 활약이 주목되는 대회다.
"아시안게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밝힌 안세영은 "욕심을 내면 잘 안될 때가 많더라. 한 경기씩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올 거다.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렵겠지만 잘 이겨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난 아시아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잠재적인 메달 경쟁자들이다.
안세영은 "상대에게서 어떤 변화가 나올지 생각을 못 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대비해서 연습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대회든 선수들을 대할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니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결승 진출이나 메달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데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그는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고, 그걸 이겨내면 뿌듯한 성과가 되는 거니까, 잘 이겨내 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