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작가인 이우영 작가가 작품의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 작가가 10년 넘게 겪어온 저작권 분쟁 역시 화두에 올랐다.
▲ 사진: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 |
13일 만화계 등에 따르면 이 작가는 지난 2020년 7월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 대표인 A씨를 상대로 60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사 측에서 '검정고무신'을 활용한 캐릭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원작자인 이 작가와의 협의 없이 수익화에 나섰다는 이유였다.
앞서 이 작가는 지난 2007년 '검정고무신' 사업화를 위해 자신과 형제인 이우진 작가가 보유하던 캐릭터 저작권 지분 일부를 금전적 대가 없이 A씨에게 양도했는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글작가로부터 지분을 추가로 양도받으면서 2011년 기준 A씨의 지분은 절반을 넘었다. 이후 A씨가 검정고무신을 통한 사업을 여럿 진행하면서 수익이 발생했지만 정작 이 작가는 A씨가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으며 수익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이 공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202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역시 이 작가가 직접 유튜브 댓글로 "극장판 1편과 마찬가지로 허락 받지 않고 진행하는 일이다. 원작자인 제가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고있다"고 밝혔던 이력이 있다.
오히려 제작사 측은 2019년 본인들과의 협의 없이 다른 곳에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이 작가를 고소했으며, 이 작가의 부모가 운영하는 체험농장에서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위반이라며 이 작가의 부모를 고소 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캐릭터 대행회사에서 (자신들이) 저작권자라고 주장하고 원저작자인 만화가도 상의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그릴 수 없다고 한다. (2021년 5월) 분기별 수익 정산도 10만원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화계는 이번 사례를 불공정 계약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2020년 성명서를 통해 "'검정고무신'의 창작자들은 작품의 2차적 저작물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창작자가 보유하게 되는 저작권을 사업화라는 명목 하에 포괄적·배타적으로 양도받아서 행사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가 만화계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지난 12일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한 주택에서 이 작가가 방문을 잠근 채 기척이 없자 그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 당국과 함께 출동해 방문을 열고 숨져 있던 이 작가를 발견했다. 이 작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이 작가는 1992년 '검정고무신'으로 데뷔한 30년 차 만화가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 연재된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 중학생 기철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만화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