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단상에 오른 이소희는 OK저축은행의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뒤 앳된 목소리로 우선 자신을 뽑아준 OK저축은행 관계자들께 감사한다는 인사를 어른스럽게 전했다.
▲이소희(사진: WKBL) |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소희는 지난 6년간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자신을 지도해 준 선생님들을 거명하면서 눈물을 쏟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잠시 숨을 고른 이소희는 "엄마, 아빠 고마워"라는 인사로 소감을 마쳤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자 프로농구 관계자들과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 가족들은 따뜻한 박수로 이소희를 격려했고, 신인 드래프트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이소희를 "이번 드래프트의 씬스틸러"라고 평가해 웃음을 자아냈다.
잠시 후 스포츠W와 만난 이소희는 "선생님 이름을 거명하는데 6년 동안 인성(중고)에서 농구를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 WKBL |
이후 이소희는 팀의 주전 가드 안혜지를 백업하는 역할을 부여 받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왔다. 이소희의 등장으로 그 동안 팀의 리딩을 혼자 책임져 오면서 과부하가 결려 있던 안혜지도 체력적인 안배가 가능해졌다.
경기 중 안혜지의 플레이가 일시적으로 부진하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에 코트에 투입되는 이소희는 매 경기 공수에서 거침 없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팀 플레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종합비타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탓에 OK저축은행의 선배 선수들은 경기중 이소희가 코트에 있을 때면 이소희의 머리를 쓰다듬기에 바쁘다. 이소희가 자유투를 얻어냈을 때나 좋은 플레이를 펼쳤을때, 또는 턴오버를 범했을 때도 선배 언니들의 머리 쓰다듬기는 계속된다.
정상일 감독은 이소희를 투입할 때마다 박혜진(아산 우리은행), 김단비(인천 신한은행)와 같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수비하도록 지시한다. 어차피 프로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깨지면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매 경기 리그 최고의 선수들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할 법하지만 이소희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선배 언니들을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풋내기 신인과 리그 최고의 선수가 실전에서 펼치는 맞대결 장면은 지켜 보는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줬다.
이소희의 입장에서는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어 온 보람을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지난 달 31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 막판 작전타임에서 이소희는 정상일 감독으로부터 특별한 지시를 받았다.
"패턴도 부르고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해. (코트에서는) 네가 사령관이쟎아"
▲사진: WKBL |
안혜지가 벤치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리딩하고 있던 이소희에게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직 고교생인 선수에게 매 경기 꾸준히 출장시간을 부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팀의 리딩을 온전히 혼자 책임져보라는 프로팀 감독의 지시는 이소희의 기를 더 살려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정 감독의 지시를 받은 이소희는 경기 막판 팀의 패배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수비의 텐션을 풀지 않았고, 공격에서도 과감한 3점슛을 던져 림에 꽂아 넣기도 했다.
이날 이소희는 14분46초를 뛰며 프로 데뷔 5경기 만에 최다 득점인 8점을 넣었고, 리바운드 2개, 어시스트와 스틸도 한 개씩을 기록했다.
드래프트 씬스틸러에서 이제 OK저축은행의 종합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소희가 앞으로 남은 데뷔 시즌에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지 팬들은 그가 코트에 투입되는 순간마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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