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시즌 여자 프로농구 무대에서 OK저축은행의 약진을 이끌었던 정상일 감독이 인천 신한은행의 옛 영광을 재건하는 중책을 맡았다.
신한은행 구단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감독의 선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정싱일 신임 신한은행 감독(사진: WKBL) |
정 감독의 신한은행 감독 선임은 보기에 따라서는 ‘깜짝 선임’이라 할 만하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의 사령탑으로서 구슬, 안혜지, 진안, 이소희 등 젊고 재기 발랄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팀을 정규리그 4위라는 기대 이상의 순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지도력을 인정 받았고, 선수들과의 신뢰관계도 탄탄하게 구축된 만큼 정 감독이 팀을 옮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을 인수해 새로이 팀 창단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BNK금융지주가 상징성과 중량감을 겸비한 여성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물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고, 어느 시점에서는 기정사실처럼 알려지면서 정 감독의 거취는 이미 팀을 떠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신한은행의 정 감독 영입은 최근 박성배 전 감독 선임과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인사 참사’를 만회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있어 대단히 유용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구단 관계자는 “이번 신임 감독 선정은 다수 후보자 선정, 선수단 의견 반영, 다각도 검증과 심층 면접을 통해 이루어 졌으며, 그 결과 정상일 감독이 팀을 이끌어갈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되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한바 있다.
정 감독 역시 신한은행 구단을 통해 “프로구단 감독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며, 성과로 보여주는 자리임을 잘 알고 있다.”며 “강한 훈련과 부드러운 소통의 밸런스를 통해 하루빨리 팀의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말로 성적으로 말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정 감독은 이미 용인 삼성생명 코치와 OK저축은행 감독을 거치며 국내 여자 프로농구와 선수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지도자다.
특히 그가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면서 그들의 기량과 멘탈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국내 여자 선수들이 지닌 신체적 특성은 물론 그들의 심리상태까지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직전 시즌인 2017-2018시즌 정규리그에서 4승(31패)에 그쳤던 팀을 특별한 선수 보강 없이 오히려 팀의 핵심 자원이었던 이경은을 신한은행으로 보낸 상태에서 단 한 시즌 만에 13승(22패)에 플레이오프 커트라인 바로 직전 순위인 4위까지 올려 놓은 것은 ‘매직’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신한은행의 선수들은 정 감독이 이전에 경험했던 선수들과는 또 다른 개성을 가진 선수들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단기간에 팀을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데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 감독이 신한은행의 새 사령탑으로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역시 에이스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될 것이다.
▲신한은행 김단비(사진: WKBL) |
지난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팀으로서 한 시즌 만에 꼴찌로 전락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선수들 개개인이 지닌 잠재력을 팀의 능력으로 발현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신한은행은 ‘김단비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김단비 의존도가 심했던 팀이다. 때문에 김단비가 잘 하는 날은 이기지만 부진한 날은 팀도 지는 경기가 많았다.
따라서 공수에 걸쳐 포지션 별로 김단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 하나의 팀으로 구성해 내는 것이 정 감독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 처음 주어진 조건으로만 놓고 본다면 OK저축은행 시절보다는 신한은행의 사령탑이 된 지금이 월등히 낫다고 할 수 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은 물론이고, 멤버 구성상으로도 김단비, 곽주영, 이경은과 같은 기량과 경험을 두루 겸비한 베테랑이 건재하고 김규희, 강계리, 유승희, 양지영 등 팀의 허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견 선수들과 김아름, 김연희, 한엄지 같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정 감독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의 종류가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OK저축은행의 사령탑으로서 최악의 조건을 딛고 ‘매직’과도 같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정상일 감독이 신한은행에서 또 어떤 ‘매직’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