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주장 박혜진에게 들어본 우리은행의 위기 그리고 해법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4 09: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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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훈련장인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을 찾았다. 

 

기자의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체육관 안을 덮고 있는 공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현재 우리은행 선수단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무게였다. 

 

최근의 우리은행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위기의 공동 선두'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에게 '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은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통합 7연패라는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최근 상황은 위기라 할 만하다.  프로스포츠에서 연패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간 우리은행에게는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두 차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시즌 두 번째 연패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OK저축은행에게 안방에서 당한 패배도 충격적이었지만 리그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 청주 KB스타즈에게 당한 완패는 이번 연패가 앞서 한 차례 경험한 연패와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선수들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KB스타즈전은 벌써 3연패째다. 위성우 감독 부임 이래 한 팀에게서 3연패를 당하는 일은 참으로 드문 일이다. 

약 2시간 동안 위성우 감독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사진: 스포츠W

 

이날 오후 진행된 훈련은 수비 훈련이었다. 훈련시간 내내 위 감독은 지난 두 경기는 물론 최근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드러난 수비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었다. 

 

몇 몇 선수들에게는 기본적인 수비 자세부터 트랩 수비에서의 움직임, 상대 스크린을 극복하는 움직임 등 농구에서 수비를 처음 배우는 선수들에게나 할 법한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지적했다.  위성우 감독의 절박한 목소리에서 현재 그가 느끼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듯 '허허실실'하는 위 감독이지만 우승의 달콤한 맛에 중독된 감독이 우승의 기회를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우리은행의 주장 박혜진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팀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면서 수비 동작 하나, 슈팅 한 개, 골밑 돌파 동작 하나 하나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5대 5 게임에서 박혜진은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고 위 감독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었다.  오후 훈련이 거의 마무리 될 즈음 박혜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얼굴이 좀 야윈 것 같다는 가벼운 질문에 박혜진은 "(우리 훈련) 보셨쟎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마음 고생이 좀 되겠다는 물음에 박혜진은 "아무래도 시즌 초반에 저희가 생각보다 너무 잘 나가기만 하다보니까 막상 시즌마다 고비가 찾아오는데 그 고비를 못 넘어가고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속상하고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박혜진은 지난 21일 KB스타즈전에 패하면서 연패를 당한 뒤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게임에서 지면 (임)영희 언니나 (김)정은 언니나 저나 자기 때문에 졌다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날 게임에서 지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세 명이서 카톡 대화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 너무 아깝지 않냐. 힘내자'고 서로 말했는데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도 서로 힘든 부분이 많다 보니까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현재 우리은행의 위기에 대해 주장의 시각과 생각을 듣고 싶었다. 박혜진이 바라보는 현재의 위기 상황의 원인과 해법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 선수 탓을 하는데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시즌 초반부터 문제가 됐어야 됐다고 봐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1차적으로는 저 스스로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 느껴져요. 주전 가드가 경기력이 떨어져서 앞선에서부터 밀리다 보니까 나머지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경기를 더 힘들게 하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괜한 자책이 아니라 제 경기력이 살아나야 팀 경기력이 살아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은행 주장 박혜진(사진: WKBL)
 여자 프로농구는 남자농구에 비해 선수들의 심리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 편이라는 것이 현장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감독의 지도나 지시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멘탈 매니지먼트를 잘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 상황에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멘탈은 어떻게 다잡아가고 있는지 물었다.  "팀 분위기가 떨어진 것과 경기를 나갔을 때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연패를 타고 있고, 분위기가 떨어진 것은 맞는데 최근 졌던 경기를 보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대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 분위기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 서로들 괜찮다고는 하지만 코트 안에서는 설렁거리는 게 괜찮은 게 아니라 연패를 끊고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것 같아요. 서로 위로는 하되 경기에선 독기를 품고 해야 할 것 같아요. "  

짧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래도 우승은 자신하죠?"라는 가벼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위성우 감독 같았다면 손사레를 쳤겠지만 박혜진은 달랐다.  "우승은...저희가 연습을 믿고 서로를 믿어야 할 것 같아요" 매 시즌 어김없이 맞이하는 '위기'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마주하고 있지만 결국 스스로를 믿는다면 결국 우승은 우리은행이 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장 박혜진은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우리은행은 오는 25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를 통해 연패 끊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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