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성전환 선수 권리 지지하나 스포츠엔 '공정성'에 무게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엘리트 선수 대부분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선수와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와 스완지대 연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스포츠 학술지 '저널 오브 스포츠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영국,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세계 각지의 엘리트 여성 선수 1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하키, 카누, 럭비, 육상, 수영 등 다양한 종목 선수로 꾸려진 응답군 중 58%가 스포츠는 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성별이 아닌 '생물학적 성'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구진이 '월드클래스'라고 분류한 종목별 주요 세계 대회, 올림픽, 패럴림픽 출전자 중에서는 이 비율이 77%까지 올라갔다.
스스로를 여성이라 생각하거나 사회적으로 여성으로 인식되더라도 신체적으로 여성이 아니라면 함께 경쟁하는 게 불공정하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이다.
설문에는 각종 세계 대회 챔피언 26명, 올림픽 출전자 22명, 패럴림픽 출전자 6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금메달 2명, 은메달 2명, 동메달 3명)다.
175명 가운데 107명(평균 나이 26세)은 현역, 68명(38세 6개월)은 은퇴 선수다.
이번 연구는 성전환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의 당사자인 여성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장 포괄적이고 큰 규모의 조사다.
지난달 26일 영국 BBC방송도 자체 조사 결과 자국 여성 선수 70%가량이 성전환 선수와 경쟁이 불편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BBC 설문에는 100여 명이 응답했다.
이번 연구를 보면 종사하는 스포츠의 성격에 따라 반응도 달랐다.
럭비 등 신체적 충돌이 잦은 종목 선수들은 47%가 성전환 선수와 경쟁이 부당하다고 봤다. 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38%, 그 중간을 택한 비율은 15%였다.
육상처럼 신체 능력 자체가 매우 중요한 종목에서도 부당하다는 의견(49%)이 그렇지 않다는 쪽(38%)보다 많았다.
그러나 양궁 등 운동능력보다 집중력이 중요한 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부당하다고 답한 비율이 32%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부당하지 않다는 반응(51%)이 더 많았다.
주목할 점은 응답자 대부분(94%)이 정체성대로 생물학적인 성을 바꿀 권리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종목별 주관 단체들이 성전환 선수를 위해 더 포괄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81%나 됐다.
66% 응답자가 현 체제에서 성전환 선수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보였다.
여성 엘리트 선수들이 '인권' 측면에서는 성전환 선수들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런 양면적 반응은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오면 '공정'이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부각된다는 방증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1년 성전환 선수의 자격의 초점을 남성 호르몬 수치에서 경기력 우위를 입증하는 증거로 바꾸라는 새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각종 요법으로 불편을 참으며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해야 했던 성전환 선수들에게 환영받으면서 포용적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역풍이 거세다.
IOC의 하위 단체 격인 주요 종목별 국제연맹들이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불허하는 추세다.
성전환 여성으로 국내 최초 공식 대회에 나선 사이클 선수 나화린 씨도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성전환 부문을 신설하지 않는다면 성전환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여성 선수에게 불공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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