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한 편의 콘텐츠가 탄생하기까지는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오케이, 컷'을 만드는 촬영 현장은 물론, 편집, 특수시각효과, 음악과 음향 그리고 색보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손길들도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에서 2억 2,200만 개의 유료 멤버십을 보유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로 지난 2016년 국내에 첫 론칭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 시리즈부터, '오징어 게임', '지옥', '고요의 바다'를 거쳐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좀비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 )이 건넜던 유리 징검다리와 '고요의 바다' 한윤재(공유)가 내달렸던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처럼 수없이 많은 창작자 분들이 함께하는 만큼, 제작 과정 전반을 조율하는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의 역할을 넷플릭스에서 총괄 담당하고 있는 하정수 디렉터가 소개한다.
▲넷플릭스 하정수 총괄 디렉터가 밝힌 '포스트 프로덕션' 세계 |
Q. '포스트 프로덕션'은 정확히 어떤 업무인가요?
A. 포스트 프로덕션은 언뜻 촬영 이후의 작업을 다룬다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콘텐츠 기획부터 후반작업 업무 스케쥴과 순서를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 안에서 콘텐츠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어떤 기술을 사용할 지, 3D 캐릭터는 어떻게 구현할 지, 편집에서 콘텐츠 완성까지 작업 순서는 어떻게 가져갈 지 등을 미리 구상하고, 이후 촬영 현장 및 후반 작업 스텝들과 함께 조율하고 실제로 논의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죠.
초현실적 존재인 '사자'가 등장했던 '지옥'을 예로 들어 볼까요? 원활한 촬영과 편집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사자의 캐릭터를 구상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3D 캐릭터를 디자인합니다. 촬영도 간단하지 않아요. 가장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담아내기 위해, 사자의 크기나 움직임에 대해 촬영 감독님 및 VFX팀과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합니다.사자의 촬영 분량이 모두 마무리되면, 효과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우선적으로 편집 일정을 조율합니다. 미리 편집해야 VFX팀이 선제적으로 3D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또 충분한 작업 시간이 확보돼야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후 색 보정, 사운드 믹싱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여러분들이 보신 사자가 완성됩니다.
마치 훌륭한 지휘자와 훌륭한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협연을 펼치는 것처럼, 포스트 프로덕션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 창작자분들과 더욱 큰 시너지를 내는 과정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후반작업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 포스트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 슈퍼바이저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더욱 자세한 설명은 다음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A. 'D.P.'가 기억에 남아요. 'D.P.'는 군대 특유의 감성을 표현하고자 빈티지 렌즈로 촬영을 했는데요. 빈티지 렌즈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자 후반 작업 중 특히 색 보정에 많은 신경을 썼죠. 빈티지 렌즈의 특성상 빛과 색이 뭉개질 때가 종종 있거든요. 때문에 한 컷, 한 컷 매우 공들여 보정했어요.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현실감 넘쳤다는 시청 소감이 저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또한 '지옥'이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더욱 와닿게 전할 수 있었던 숨은 조력자로 '사운드'를 짚고 싶어요. '지옥'은 최신 음향 기술인 아트모스(ATMOS)를 반영한 작품이었지만, 시청 환경에 따라 구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각 기기별 사운드를 미리 확인하고 비교했죠. 이를 통해 더욱 디테일한 사운드 전달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넷플릭스 포스트 프로덕션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콘텐츠 기술 사양 증진, 워크 플로우 증진, 책임있는 작업 환경까지 총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넷플릭스는 다양한 국가에서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통일된 '글로벌 제작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기존 한국 TV 및 영화 환경에서는 각각 화질/음질에 HD/Stereo, 2K/5.1ch 사양의 콘텐츠가 제작됐다면, 현재 넷플릭스에서는 UHD HDR 및 아트모스 적용을 통해 더욱 높은 사양의 실감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또한, 국내 창작자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최신 기술을 공유하며, 편집, 믹싱, 색 보정 등에 이르러 워크 플로우를 개선하고 있죠. 각 작품별로 포스트 슈퍼바이저를 지정해 더욱 책임있는 제작 환경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Q. 한국 포스트 프로덕션 창작자분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한국 콘텐츠의 주역들이신 만큼, 한국 창작자분들은 이미 탄탄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계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분들께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여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색 보정 기술인 돌비 비전과 사운드 기술인 아트모스를 한국 제작 환경에 적용한 지 2년만에, 현재 거의 모든 작품에 돌비 비전을 적용 중이며 올해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절반 가량에 아트모스가 적용되고 있어요.
Q. 한국 콘텐츠가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차트를 장식하고 있어요.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 포스트 프로덕션의 위상은 어떤가요?
A. '오징어 게임'의 편집, 믹싱, 음악, VFX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분들께서 이미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시거나 후보로 오르셨어요. 또한 창작 분야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해외 행사의 연사로 초청받고 계시기도 하고요, 헐리우드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과 협업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 중이라 들었습니다. 세계적 기량을 갖춘 한국의 창작업계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저 또한 영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포스트 프로덕션 관점에서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추천해주세요!
A. '소년심판'은 작품 특성상 인물의 클로즈업을 통해 섬세한 감정을 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눈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더욱 실감나게 담아내고자, 눈빛을 더욱 뚜렷하게 담을 수 있는 HDR(High Dynamic Range)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먹보와 털보'도 HDR 색 보정에 힘을 많이 줬어요. 코로나19 중 대리 만족을 느끼실 수 있도록 푸른 바다, 산길, 논밭 등 대한민국 곳곳의 매력을 색보정으로 시원하게 표현했죠. 'F1, 본능의 질주'에서는 과감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마치 서킷에서 F1 그랑프리를 실제로 관람하는 것 같은 현장감을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