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박지현에 대해 "워낙 좋은 선수라 당장 기용해도 좋은 선수"라며 "팀 적응을 잘 시켜 출전시킬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늘날 우리은행을 여자 프로농구 통합 6연패로 이끈 완벽주의자인 위 감독의 성향상, 그리고 우리은행의 치밀한 조직농구를 감안할 때 박지현이 실전에 투입될 시기는 빨라야 5라운드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현은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받아든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우리은행 박지현(사진: WKBL) |
박지현은 코트에 투입되자마자 신한은행 양지영의 턴오버를 틈타 스틸을 성공시켰다. 공을 빼앗은 이후 신한은행의 선수들과 한치도 밀리지 않는 볼 다툼을 벌여 헬드볼 상황을 만들어 낸 것.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수 년의 프로 경력을 지닌 선배 선수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박지현은 이후 수비에서도 장신(183cm) 가드의 유리함을 활용해 앞선에서 신한은행의 예봉을 차단했고, 박헤진이 잠시 벤치로 물러난 사이 잠깐 포인트 가드로서 팀을 리딩하기도 했다.
박지현은 4쿼터 중반 다시 코트에 등장했다. 자유투 득점으로 프로 데뷔 득점을 신고한 박지현은 이후 3점슛과 속공 상황에서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4쿼터 막판에는 박다정의 3점슛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이날 박지현이 소화한 출장시간은 정확히 10분이었다. 3점슛 한 개 포함 7점을 넣었고, 어시스트와 스틸 한 개씩을 기록했다. 턴오버도 두 개를 범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박지현은 "언니들이 나에게 찬스를 만들어 줘서 득점할 수 있었다"며 "다음에는 내가 언니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겠다"며 당찬 모습를 보였다.
이어 박지현은 "경기에 뛰게 해주신 위성우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드래프트 당시 박지현을 '즉시 전력감'으로 언급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뛰어난 하드웨어 외에 큰 배포와 당돌함을 이유로 들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빠른 프로 데뷔 무대에서 득점과 어시스트, 그리고 악착같은 스틸까지 보여준 박지현은 위 감독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만점 데뷔전'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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