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영희,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은메달 (항저우=연합뉴스) |
"역도는 서른부터"를 외친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을 아끼는 후배 박혜정(20·고양시청)을 내준 손영희는 "나만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열 살 어린 우리 혜정이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역도를 빛내는 게, 참 기특하다"고 '선배답게' 말했다.
물론 박혜정과 선의의 경쟁은 이어갈 생각이다.
손영희는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59㎏, 합계 283㎏을 들어 2위에 올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당시는 75㎏ 이상급)에 이은 2회 연속 은메달이다.
5년 전 북한의 김국향에 이어 2위를 한 손영희는 이번에는 대표팀 후배 박혜정에게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내줬다. 박혜정의 기록은 합계 294㎏(인상 125㎏·용상 169㎏)이었다.
박혜정과 손영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면서 아시안게임 역도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자 90㎏급 김병찬(금메달), 이형근(은메달), 남자 110㎏급 김태현(금메달), 전상석(은메달) 이후 33년 만에 태극기 2개가 1, 2위 자리에 걸렸다.
경기 뒤 만난 손영희는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늘 아침 한 시간 단위로 잠에서 깰 만큼 긴장했다"고 털어놓으며 "혜정이도 압박감이 상당했을 텐데 잘 이겨냈다. 혜정이는 점점 좋아진다. 장미란 선배 이후 한국 역도를 빛낼 선수가 탄생했다. 같이 금, 은메달을 따 기쁘다"고 후배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손영희는 박혜정과 팔짱을 끼고,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날 손영희는 부상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9월 리야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허리를 다쳐서, 용상에서 기권했다"며 "지금도 100% 나은 건 아니다. 주사도 맞고, 진통제도 먹어가면서 경기에 출전했다. 기록에 100% 만족하지 않지만, 부상을 이겨낸 내가 대견하긴 하다"고 웃었다.
손영희는 2012년 장미란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역도 최중량급 간판으로 활약했다.
2021년 세계선수권 우승,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은메달의 성과도 냈다.
최근 손영희는 박혜정과 함께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내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은 여자 최중량급 기준을 81㎏로 정하며, 같은 체급에서 나라당 1명만 출전하도록 규정했다.
현재까지는 2023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박혜정이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손영희는 "내년에도 파리 올림픽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가 열린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 관리를 더 잘하고, 체중도 늘려서 혜정이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혜정도 "손영희 선배는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며 "훌륭한 선배와 국내외에서 경쟁하는 건, 내게 큰 행운"이라고 열 살 많은 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