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정, 손영희와 함께 '볼 하트' (항저우 AFP=연합뉴스) |
박혜정(20·고양시청)은 '현역 최고 역도 선수' 리원원(23·중국)의 불참 소식이 들리자마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최중량급 우승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박혜정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294㎏을 들어 우승했다.
하지만, 박혜정은 "리원원의 불참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며 "나도 부상을 당해봐서 현재 리원원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빨리 회복해서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원래 리원원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원원은 여자 87㎏ 이상급 인상(147㎏), 용상(186㎏), 합계(332㎏) 세계 기록을 보유한 최강자다.
2019년 파타야 세계선수권대회, 2021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보고타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도 연속해서 정상에 오르는 등 2019년부터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는 연승 행진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9월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1, 2차 시기에서 130㎏에 연거푸 실패하더니 더는 플랫폼 위에 서지 않고 기권했다.
당시 박혜정이 합계 288㎏을 들어 개인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20일 만에 다시 국제대회를 치른 박혜정은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거듭 "리원원이 부상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안긴 자신감은 크다.
사실 박혜정도 9월 세계선수권을 치르기 전부터 허리 통증을 앓았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어깨 통증까지 느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경기 중에도 박혜정은 허리와 어깨를 매만졌다.
그는 "다행히 실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박혜정은 "장미란 차관님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게 부담되긴 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한국 역도가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를 더 혹독하게 대하며 훈련했다. 금메달로 마무리해서 기쁘다"고 했다.
박혜정은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본 뒤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하겠다"며 역도부가 있는 선부중학교를 찾아왔다.
박혜정은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 주니어 신기록(290㎏)을 연거푸 작성하며 '포스트 장미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더니, 지난해에는 세계주니어선수권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박혜정은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포스트 장미란'의 조건을 갖췄다.
박혜정은 "세계선수권 때의 분위기를 살려서 아시안게임까지 우승해 다행"이라고 웃으면서도 "용상에서는 한국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인상의 결과는 아쉬웠다. 내년에는 인상 기록을 높여 합계 300㎏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2024년은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박혜정은 올림픽 메달과 장미란(현역 때 합계 최고 326㎏) 이후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합계 300㎏을 넘는 짜릿한 꿈을 꾼다.